백남준아트센터 '랜덤 액세스 프로젝트 3.0'…12월까지

이병희 기자 2023. 8. 13.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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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의 실험적 예술정신 공유 신진작가 발굴
라재혁, 한재석, 오로민경, 원우리, 조호영 등
오로민경 '저무는 시간'(사진=경기문화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가 오는 15일부터 12월3일까지 라재혁, 한재석, 오로민경, 원우리, 조호영, 그레이코드, 지인 여섯 명(팀)의 작가와 함께 '랜덤 액세스 프로젝트 3.0'을 선보인다.

12일 백남준아트센터에 따르면 '랜덤 액세스 프로젝트'는 백남준의 실험적인 예술정신을 공유하는 신진작가를 발굴해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번 '3.0'은 전시 형식의 실험이자 미술관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시도로 기획됐다.

'랜덤 액세스'라는 프로젝트의 명칭은 백남준이 자신의 첫 개인전 '음악의 전시-전자 텔레비전'(1963)에서 선보였던 동명의 작품에서 비롯했다. 마그네틱 오디오테이프를 릴케이스 밖으로 꺼내 벽에 임의로 붙이고, 관객이 마그네틱 재생헤드로 자유롭게 테이프를 긁어서 소리를 만들어내는 작품이다.

백남준아트센터는 미술관이 백남준의 실험 정신과 현대예술이 다양한 방식으로 만나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랜덤 액세스 프로젝트 3.0'을 선보인다. 신예들이 제시하는 미술관의 활용 방식은 전시의 또 다른 이름을 발견하는 현장이 되는 것이다.

라재혁 '갭'(사진=경기문화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시작을 여는 라재혁은 뮤지엄숍과 카페테리아에서 '나로부터 몇 인치 떨어져서'(8월15일~9월10일)를 소리 설치 작품으로 전시한다. 이 전시에서는 일상 공간에서 작품 감상을 예상하지 않은 관객과 소리가 우연히 만난다. 이 소리는 주변 소음과 함께 존재하고 소음의 수준이 일정한 크기를 넘어서면 변하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들리지 않을 수도 있다.

소음으로 소리 인지를 확장하는 '차폐(遮蔽)'라는 개념은 숨김을 통해서 다른 한쪽을 드러나게 하는 원리다. 라재혁은 차폐 현상을 작곡의 재료로 삼아 음악과 일상의 경계에서 실험하고, 곡의 연주를 설계한 작곡자와 실제로 연주를 감상하는 관객 사이에 발생하는 상호작용의 다양한 가능성을 탐구한다.

한재석은 백남준 특별전 '트랜스미션: 너에게 닿기를'이 전시 중인 제2전시실에 소리 설치 '센트럴 도그마'(8월31일~9월24일)로 개입한다. 스피커를 수집하고 제작하면서 음향 출력 장치와 소리의 물리적 성질을 탐구해온 작가는 스피커, 금속 막대, 전선, 전구 등 다양한 전자기기와 사물을 사용한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소리를 듣는 경험에 주목해온 작가 오로민경은 미술관에서 보는 경험을 듣는 감각으로 전환하는 소리 설치 '빛을 전하는 시간'(9월19일~12월3일)을 선보인다. 푸른 뒷동산과 하늘이 한눈에 들어오는 2층 전시실 창가에 놓인 것은 벤치와 헤드셋뿐이다.

헤드셋에서 들리는 몇 사람의 음성은 해 질 무렵 장애인과 비장애인, 서로 다른 몸의 친구들이 만나 시간의 풍경과 빛에 대해 나누는 대화다. 이는 작가가 사전 워크숍으로 청취한 다양한 감상 방식의 총합이라고 할 수 있다. 미술관에서 시각을 중심으로 한 작품 감상에 더해, 눈이 아닌 다른 감각으로 작품을 경험하는 방식들에 주목해 전시와 공연으로 관객을 만난다.

원우리 '와우플로'(사진=경기문화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원우리의 전시 '소리 넓히기'(9월26일~10월22일)는 2층 전시장 안쪽 블랙박스에서 마주한다. 이번 전시는 인공와우 사용자의 청감 훈련 연구를 바탕으로 작곡한 음악을 재생하고 그 소리 데이터를 시각 데이터로 전환한 영상을 함께 선보인다. 난청인의 소리 인지 영역을 확장하도록 돕기 위해 작곡된 음악이다.

조호영의 전시 '한 뙈기의 땅'(9월26일~10월22일)은 미술관 1층 랜덤 액세스 홀에서 선보인다. 작가는 랜덤 액세스 홀의 바닥을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설치 구조물로 채워 넣는다. 장치된 바닥 위에 올라선 관객은 수직·수평의 미세한 움직임을 느끼며 몸의 균형을 잡아갈 때 사용하지 않던 신체의 감각을 새롭게 체험할 수 있다.

전자음악 작곡가이자 사운드-미디어 아티스트 그룹으로도 활동하는 그레이코드(조태복)와 지인(정진희)은 백남준 특별전 '트랜스미션: 너에게 닿기를'이 전시 중인 제2전시실에 또 하나의 전시 'WIWR: 약하게 상호작용하는 약하게 반향하는'(11월7일~12월3일)을 열어 응답한다. '상호작용'에 주목한 소리 설치는 전시 공간에 놓인 여러 개의 스피커가 하나의 공통된 시스템을 공유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을 잔향으로 드러낸다.

백남준 아트센터 관계자는 "시각, 청각, 몸으로 작품을 감각하기를 제안하는 작가들은 전시 공간은 물론 뮤지엄숍, 카페테리아, 로비의 랜덤 액세스 홀에서 관객과의 우연한 만남을 기다린다. 라재혁, 한재석, 오로민경, 원우리, 조호영, 그레이코드, 지인 여섯 명(팀)의 작가와 함께 12월3일까지 이어가는 '랜덤 액세스 프로젝트 3.0'에 많은 관심을 바란다"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iamb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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