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1인 1태블릿' 꼭 필요했을까? 38억여 원 지출
직원 모두에게 태블릿, 38억여 원 지출
한국도로공사와 자회사인 한국도로공사서비스는 지난 2021년을 시작으로 전 직원에게 태블릿 PC를 나눠줬습니다. 모든 직원에게 지급한 만큼 대수는 두 기관 합쳐 1만 5천 대가 넘습니다. 태블릿PC 기종은 삼성 갤럭시 A7~A8 탭입니다. 태블릿PC 한 대당 가격은 22~26만 원꼴로 지출된 금액은 합쳐 38억여 원입니다.
[SBS8뉴스/ 2023년 8월 6일]
[단독] 빚 수십 조인데…38억 들여 전 직원에 '태블릿PC'
[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55/0001079333?sid=100 ]
1인 1태블릿PC, 명분은? 교육용
두 기관은 전 직원에게 태블릿PC를 줘야만 했을까요? 지급 자체만을 가지고 마냥 잘못됐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애초 목적에 맞게 잘 쓰였고, 물품 관리가 지금까지 잘 됐다고 하면 비판의 대상이 될 순 없습니다. 그래서 한국도로공사와 한국도로공사서비스가 지금까지 목적에 맞게 잘 쓰고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국회로부터 해당 자료를 구해봤습니다.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실 김광연 비서관이 취재에 도움을 줬습니다.
두 기관이 태블릿 PC를 전 직원에게 준 이유를 알아봤습니다. 두 기관 모두 주된 이유는 교육이었습니다. 직원들이 태블릿PC를 통해 법정교육의무를 비롯한 필수 교육을 이수하기 위해 지급했다고 국회에 답했습니다. 교육이 목적이었던 만큼 태블릿PC를 구입할 때 각 기관의 교육훈련비 예산이 투입됐다고 합니다. 두 기관은 또 태블릿PC 전 직원 지급 결정은 노사가 합의한 사안이라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부외자산' 태블릿 PC
전 직원이 지급받은 태블릿PC 소유는 그럼 누구일까요? 두 기관은 교육용으로 지급됐다고 답한 바 있습니다. 그러면서 공사가 소유한 '부외 자산'이라는 입장입니다. 부외 자산이란 회계 장부에 정식으로 등록된 자산은 아니더라도, 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유형의 자산을 일컫습니다. 직원들이 함부로 처분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전 직원에게 줘야 할 만큼 꼭 필요한 기기였느냐, 공사 자산인 태블릿 PC가 지금은 어떻게 관리되고 있느냐, 이 두 가지를 따져보도록 하겠습니다.
① 사장도 받은 태블릿PC, 다 줘야만 했나?
한국도로공사서비스는 지난해 태블릿을 전 직원에게 지급한 이유로 교대 근무자가 많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업무 특성상 현장에서 3교대 근무 인원이 많아 사무실 PC로 교육을 받는 게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납득이 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도로공사서비스 직원 6천3백여 명 가운데 교대 근무자 인원은 약 4천4백 명입니다. 나머지 약 30%에 해당하는 직원 2천여 명은 사무실 PC로도 교육 영상 시청이 가능합니다. 심지어 사장과 임원진에 속하는 인원들도 지급받았습니다. 이들을 구분해 지급할 수 있었지만, 그러하지 않았습니다.
한국도로공사 역시 사장과 임원진을 포함해 지난 2021년에 태블릿PC를 전 직원에게 줬습니다. 한국도로공사는 당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재택근무가 잦았던 시기라 비대면 교육을 위해 필요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당시 전 직원이 모두 재택을 한 것도 아니었고, 태블릿PC 말고도 대체할 수 있는 전자 기기는 많았을 것입니다. 코로나19 유행 때 태블릿PC가 직원 교육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자원이었다고 볼 순 없을 것 같습니다.
② 퇴사 직원, 회수는 왜 안 하나?
태블릿 PC는 공사 자산입니다. 이에 따라 직원이 정년퇴직하거나, 본인이 원해 퇴사를 한다면 태블릿 PC를 반납해야 하는 것은 상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두 기관의 퇴직자 태블릿 PC 회수율을 보겠습니다.
한국도로공사는 태블릿 PC가 지급된 뒤 2021년 하반기부터 총 738명이 퇴사했습니다. 이 가운데 회수한 태블릿 PC는 31대에 불과합니다. 한국도로공사서비스는 637명인데, 회수한 건 단 한 대도 없습니다. 두 기관 퇴직자 수를 합쳤을 때 회수율은 2%대입니다. 태블릿PC가 공사 자신이라고 하지만, 퇴직자들의 경우 사실상 손 놓고 있었던 셈입니다.
한국도로공사서비스는 정년퇴직자들의 재취업 교육을 위해서 태블릿PC를 회수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퇴직자들이 모두 정년을 채우고 퇴직하는 경우가 아닌 만큼 이러한 이유만으로 회수를 하지 않은 것을 정당화할 순 없겠습니다.
퇴직자 태블릿 PC를 회수하지 않다 보니 지급 이후 신규 입사자들에게 줄 태블릿PC도 없습니다. 두 기관 모두 신규 직원에게 태블릿PC를 준 사례가 없고, 줄 계획도 없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도로공사서비스 같은 경우는 기존 설명과 상충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도로공사서비스는 현장 교대 근무자들의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해서 지급했다고 하는데, 신입 직원들이 현장 교대 근무를 하는 경우는 기존 직원들이 받은 태블릿 PC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됩니다.
일회성 선물 아닌가?
두 가지를 살펴볼 때 직원 교육을 위해 태블릿PC를 지급했다는 게 명분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듭니다. 노사가 단순히 합의를 통해 전 직원에게 지급한 '일회성 선물'로 보이는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사내 복지 차원에서 태블릿 PC를 지급했다고 하면 모르겠지만, '교육훈련비' 예산 38억여 원을 끌어와 썼습니다.
해당 기사가 8뉴스(8월 6일)로 나간 뒤 '직원들에게 태블릿 PC 하나쯤 준 게 뭐가 문제냐'라는 댓글을 봤습니다. 한국도로공사와 한국도로공사서비스는 사기업이 아닙니다. 공기업입니다. 사기업은 임원진이 경영을 잘못하면 부도가 나고 사라집니다. 하지만 공기업이 경영을 잘못하면 그 부채는 나라와 국민의 몫이 됩니다. 그래서 공기업의 방만 경영은 더욱 경계해야 합니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해 반기 기준 부채가 35조를 넘었던 순간이 있습니다. 30조 원이 넘는 부채와 비교하면 태블릿 PC값은 얼마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함진규 전 국회의원입니다. 지난 2월에 취임했습니다. 함진규 사장은 국민의힘의 전신인 새누리당과 자유한국당에서 국회의원(재선)을 지낸 인물입니다. 정치인 출신이다 보니까 낙하산이란 비판도 취임 당시 제기된 바 있지만, 국회에서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을 지낸 이력도 있긴 합니다. 함진규 사장의 지난 2월 취임사를 보면 '혁신'이란 단어가 많이 나옵니다. 과연 30조 원이 넘는 도로공사의 부채를 줄이기 위해 함 사장이 어떠한 '혁신'을 보여줄지 지켜보겠습니다.
박찬범 기자 cbcb@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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