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초, 강력한 폭풍이 한국 여행업계를 강타했습니다.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관통한 것도 맞습니다만 업계를 뒤흔들 만큼 큰일이 한꺼번에 몰아쳤습니다.
체면이 안 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말이 많았던 제25회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사태부터 최대 풍속 초속 40m 위력의 태풍 카눈까지 여행업계는 예상치 못한 위기에 곤혹스러웠습니다.
안타까운 소식이 있다면 희소식도 있기 마련입니다. 지난 10일(현지 시간) 중국은 한국 등 세계 78개국에 대한 중국 자국민의 단체여행을 허용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굵직한 사건들로 이래저래 분주해진 여행가의 소식을 지금 총정리해서 전합니다.
중국 드디어 문 열었다…유커(游客) 한국 단체 관광 허용에 관광 업계 분주
6년여 만에 재개되는 중국인 단체관광…하반기 ‘유커’ 2백만 명 기대된다(SBS 뉴스) 문체부, 내달 중국서 ‘K-관광로드쇼’…“중국 관광객 유치”(연합뉴스) 단체 관광 빗장 푼 중국…‘무비자’ 제주 반색하며 관광 채비(KBS 뉴스) 명동에 유커 가득 찰까…중국 정부, 해외 단체여행 허용(한겨레)
중국이 6년 만에 굳게 잠겨있던 문을 열고 자국민 단체관광 허용 소식을 전했다.
지난 10일(현지 시간) 중국 문화관광부는 한국을 포함한 세계 78개국에 중국 자국민의 단체여행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중국인 관광객은 유커(游客)라고 불리며 세계 관광 업계의 큰손으로 여겨진다.
중국 정부가 공식으로 단체 관광을 허용하며 중국 내 여행사들은 해당 국가에 대한 여행 상품 판매 및 항공 예약 등의 업무가 가능해진다.
또 한국인이 중국 여행 비자를 발급받는 절차도 간소화할 전망이다. 주한 중국대사관은 오는 12월 31일까지 관광, 상무, 경유, 친척방문, 승무 비자 발급만 지문 채취를 면제한다고도 발표했다.
이에 문체부는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나섰다. 문체부는 내달 13~17일 중국에서 ‘K-관광로드쇼’를 연다. 로드쇼는 중국 ‘국경절 연휴(9월 29일~10월 6일)’ 기간을 노린 것으로 한국 음식, 쇼핑, 패션 등을 소개한다.
한국 여행·항공업계도 기대에 찼다. 중국인의 한국 단체관광 재개 소식에 가장 빠르게 발 벗고 나서 반긴 건 제주 관광업계였다.
중국이 자국민 한국 단체관광을 제한하기 전인 2016년 기준,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의 85%가 중국인이었을 정도로 중국 관광객이 선호하는 인기 여행지였다. 제주는 11일 관계 기관 회의를 열어 중국 관광 교류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제주도는 중국인 관광객이 무비자로 제주도에 방문할 수 있는 ‘무비자 입도’ 제도를 내세웠다. 또 제주-중국 직항 노선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는 점도 강점이다.
면세점 업계는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전용 라운지, 세금 환불 등 쇼핑 편의를 돕는 행사를 기획해 유커 맞이에 나섰다. 일부 면세점은 중국인들이 애용하는 유니온페이나 알리페이 등의 간편 결제 서비스 할인 행사도 진행한다.
국내 항공업계 역시 분주하다. 중국 노선을 가장 많이 보유한 대한항공 측은 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노선을 운행할 것이라 밝혔다.
LCC사 중 중국 운수권을 가장 많이 배분받은 제주항공은 벌써 노선 확장에 들어갔다. 아시아나, 진에어,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등 여러 국내 항공사도 칭다오·원저우·싼야 등 중국 노선 재개를 검토 중이다.
이날 발표한 중국인 단체관광 허용 국가 대부분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3년여 만에 관광을 다시 시작한다. 한국 입장에서는 6년 반만의 단체 관광 재개다. 중국은 2017년 3월부터 주한미군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에 따른 경제 보복 조치의 일환으로 중국 내 여행사를 통한 한국 관광을 제한해 왔다.
‘잼버리 사태’ 정리…득과 실
佛유력지 “韓잼버리, 1171억 썼지만 제대로 준비 안돼 의문”(중앙일보) 잼버리 배운다며… 공무원 출장 99번 “크루즈 관광도 즐겼다”(세계일보) K-POP 콘서트로 화려한 피날레···잼버리 12일간 대장정 마무리(KTV) 잼버리 4만여명, SNS에 한국 체험 사진…관광업계, 대규모 홍보 효과 기대(조선비즈) 잼버리도 떠난 땅에 새만금신공항?···‘제2 양양공항’ 만드나(이뉴스투데이)
지난 1일 전북 새만금에서 개영한 ‘제25회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는 파행으로 시작했다. ‘잼버리 대회’는 전 세계 스카우트 청년 단원들의 문화 올림픽으로 불린다.
이번 새만금에는 150개국 청소년 약 4만 명이 참석했다. 정부가 이번 대회 운영을 위해 1171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지원했음에도 새만금 잼버리는 각종 악재가 발생했다.
잼버리 대회는 폭염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해 첫날부터 온열질환자가 속출했다. 시설 미비, 식중독, 해충, 성범죄 등으로 인해 참가국들이 조기 퇴소를 선언하며 운영에 차질이 빚어졌다.
또 대회 준비 과정에서 관계자들이 8년간 유람선 여행 등 99번의 해외 출장을 다녀온 것이 밝혀지며 공금 횡령 의혹까지 불거졌다. 설상가상으로 태풍까지 접근해 중도 이탈하지 않은 약 3만 6000명의 잼버리 참가자는 태풍을 피해 전국 주요 시도로 이동했다.
여러모로 불명예스러운 잼버리 대회지만 여행 업계는 일말의 희망적인 부분도 기대하고 있다. 한국에 남은 약 4만여 명의 잼버리 단원들은 전국 8개 시도로 흩어져 긴급 추가한 한국 관광프로그램을 체험했다. 서울을 포함해 경기, 인천, 충남 보령 등 전국 각지에서 한국 문화를 체험한 잼버리 단원들이 SNS에 게시물을 올렸다.
SNS에 능숙한 청년 단원들이 올린 잼버리 관련 게시물은 약 1만개에 달한다. 여행업계 측에서는 이를 통해 향후 ‘한국관광’에 대한 이미지가 조금이나마 좋게 받아들여지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잼버리 후폭풍은 여전하다. 새만금은 2028년 신공항 완공을 앞두고 있다. 전북 지역 인사들은 잼버리 대회의 원활한 진행 명목을 앞세워 새만금에 신공항 건설을 요구했다.
이에 예비타당성조사 면제까지 받으며 신공항 사업 추진에 성공했는데 잼버리가 파행을 맞으며 공항 사업도 따가운 눈총을 피할 수 없었다.
3. 잼버리 수난에 이어 태풍 카눈까지…여행가 ‘설상가상’
‘내륙 통과’ 카눈에…하늘길·철길·바닷길 다 막혔다(MBN 뉴스) ‘태풍 카눈’에 제주공항 오후 4시 이후 사실상 ‘셧다운’(종합)(뉴스 1) ‘카눈’ 휴전선 넘었다···중부지방은 오전까지 태풍 영향(경향신문) 일본, 카눈 지나가자마자 7호 태풍 ‘란’에 긴장(데일리안)
제6호 태풍 카눈이 한반도 내륙을 관통하면서 항공·여행 업계가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 9일 이례적으로 내륙을 종단한 태풍 카눈은 남해안에 상륙해 제주·부산 등에 피해를 줬다. 최대풍속 약 40m에 달하는 카눈은 태풍 강도분류 상 ‘강’에 해당할 정도로 위력이 크다.
태풍 북상에 따라 운항 예정이었던 전국 공항 항공편 중 337편(10일 기준)이 결항했다. 특히 9일 오후 늦게 항공편 사전결항을 결정한 항공사들이 다수라 여행객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그중 카눈 직격타를 맞은 제주도의 제주공항 항공편은 122편이나 결항해 피해가 가장 컸다.
다른 교통수단 운행 상황도 비슷했다. 10일 기준 운항 예정이던 전국 여객선은 154척이 뜨지 못했고 코레일은 300여 편의 열차를 운행 중단했다.
태풍 카눈은 11일 오전 북한으로 이동했다. 우리나라가 태풍 영향권에서 벗어남에 따라 현재는 전국 태풍 특보도 해제한 상태다. 이에 무더기 결항했던 항공·철도·여객도 운항을 재개한다.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전국 14개 공항의 항공기가 결항 없이 운항했으며 코레일은 첫차부터 KTX와 SRT 등의 열차 운행을 시작했다.
다만 태풍이 지나간 후 산사태 위험이 있는 태백선, 경북선, 영동선(동해~강릉)은 최종 안전 점검을 마친 후 열차 운행에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11일 오전 기준 전국 여객선 75항로 103척이 운항할 예정이다. 다만 현재까지 안전상의 이유로 인천과 동해 지역은 24항로 28척으로 운항을 통제하고 있다.
태풍 카눈은 지나갔으나 첩첩산중이다. 제7호 태풍 ‘란’이 도쿄를 향해 북상 중이다. 란은 초속 43m의 강풍을 동반하는 태풍으로 카눈 이상의 위력을 지닌다. 란 강도 등급은 ‘매우 강’이다. 기상청은 현재 란 이동 경로 상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피해를 줄 가능성은 적다는 의견이다. 다만 우리나라 주변 기압계 상황이 계속 변하고 있어 예의 주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