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소·족욕시설 제안까지...‘애물단지’ 초대형 가마솥, 어찌하오리까

이혜진 기자 2023. 8. 13.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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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째 방치된 충북 괴산 ‘초대형 가마솥’
충북도 ‘활용방안’ 아이디어 공모
5억원 들인 18m 가마솥 - 충북 괴산군이 2005년 군비와 군민 성금 등 5억원을 들여 만든 초대형 가마솥. 2007년 이후 활용되지 않고 방치되다 군이 2017년 전시·홍보용으로 쓴다고 했지만 제대로 써먹지 못하는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괴산군

“대피소나 족욕 시설로 씁시다.” ‘세계 최대’ 기네스북에도 밀리고, 밥도 제대로 안 지어지는 충북 괴산 초대형 가마솥을 두고 군민들이 짜낸 아이디어다. 이 가마솥의 쓰임을 두고 고민에 빠진 충북도가 전국민을 대상으로 지혜를 모아 가마솥 활용방안 모색에 나선다.

충북도가 12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괴산 가마솥 관광자원화 활용방안’ 찾기 아이디어 공모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충북 괴산읍 고추유통센터 광장에 있는 이 가마솥은 2003년 당시 김문배 군수가 군민 화합과 번영을 상징해 제작한 것으로, 2년의 제작 기간 끝에 2005년 완성됐다. 군민 고철 모으기 운동을 펼치고 자치단체 예산 등 5억원을 들였다. 둘레 17.85m, 상단 지름 5.68m, 높이 2.2m로 무게만도 본체와 뚜껑을 합쳐 43.5t에 이른다. 솥뚜껑은 고리를 걸어 대형 기계로 열고 닫아야 한다.

그러나 기대보다 활용성은 떨어졌다. ‘세계 최대’를 내세워 기네스북에 도전했으나, 더 큰 호주 질그릇에 밀렸다. 밥 짓기, 옥수수 삶기, 팥죽 끓이기도 시도해봤지만 조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일례로 밥을 지으면, 가마솥 위아래 온도 차가 너무 커 아래는 모두 타고, 위는 설익는 ‘3층 밥’이 됐다. 결국 2007년부턴 이런 이벤트도 중단돼 단순 볼거리로 전락했는데, 이제는 찾아오는 이들의 발길마저 끊겼다.

지난 2011년 이 가마솥 활용방안 찾기로 군민 제안 10여건이 접수됐는데, 지역 대표 관광지인 칠성면 산막이옛길로 이전하자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거대한 가마솥을 6~7㎞ 떨어진 곳까지 옮기는 방법이 간단치 않은 데다 이전 비용도 2억원이 넘을 거란 관측이 나와 흐지부지 됐다. 소원성취 행사용으로 활용하자는 의견, 대피소로 이용하거나 족욕시설로 쓰자는 다소 현실성이 떨어지는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김영환 충북지사는 지난 1월 페이스북에 ”괴산의 초대형 가마솥은 그 자리에 영구보존해야 한다”며 “팥죽은 물론 쇠죽도 끓일 수 없는 기네스북 도전 실패의 가마솥은 처량한 신세로 세월을 낚고 있다. 우리에게 예산의 거대한 낭비와 허위의식의 초라한 몰락을 보여준다”고 말하기도 했다.

충북도는 이번에는 전국민을 상대로 참신한 아이디어를 모아보겠다는 구상이다. 공모를 통해 현실성 있는 제안이 나오면 괴산군과 함께 사업을 구체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아이디어 접수는 오는 23일까지 이메일(cream300g@korea.kr) 또는 도청 법무혁신담당관실(043-220-2325)로 방문·우편을 통해 하면 된다. 심사를 거쳐 입상작에는 최우수 1명 100만원, 우수 2명 각 70만원, 장려 3명 각 30만원의 상금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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