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에 25만명' 범죄예고 '알림 사이트'…왜 만들었나 들어보니

송혜수 기자 2023. 8. 13.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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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예고 알림 사이트, 3일 만에 25만명 몰렸다


범행 예고 알림 사이트 테러리스(terrorless)를 만든 4명의 대학생의 모습. 왼쪽부터 이기혁 신은수 조용인 안영민 씨. 〈사진=조용인 공일랩 공동대표 제공〉


"저희의 바램은 오직 하나, 이 웹서비스가 하루빨리 종료되는 것입니다." (조용인 공일랩 공동대표)

범행 예고 알림 사이트를 만든 4명의 대학생은 지난 9일 JTBC 취재진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최근 서울 신림동과 경기 성남 분당에서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하고 전국적으로 살인 예고 글까지 잇따르자 범행이 예고된 곳을 알려주는 웹사이트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지난 6일 서비스를 시작한 이 웹사이트는 단 3일 만에 약 25만명이 방문했습니다. 웹사이트 업체 공일랩(01ab)이 출시한 '테러리스(terrorless)'의 이야기입니다.

고등학교 선후배, 군 복무 시절 인연으로 뭉쳐


11일 오후 3시 기준 테러리스 홈페이지에 올라온 범행 예고 목록 〈사진=테러리스 홈페이지 캡처〉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테러리스에서는 범행이 예고된 지역을 지도에 표시해 공유하고 있습니다. 해당 지역을 클릭하면 관련 기사와 검거 여부 등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테러리스를 만든 공일랩 운영진은 총 4명으로 19세부터 22세로 구성된 대학생입니다. 세상에 선한 영향력과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것을 목표로 뭉친 이들은 각각 고등학교 선후배였거나 군 복무를 함께하며 인연이 됐습니다.

네 사람은 서로 다른 듯 보이지만 모두 미국 유학생활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조용인 공일랩 공동대표는 하버드 대학교 컴퓨터과학·생명공학과를 전공하고 있습니다. 신은수 공일랩 공동대표는 펜실베니아 대학교에서 네트워크 사회학·컴퓨터 공학과를, 이기혁 공일랩 운영팀장은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버클리 경제학과를, 안영민 공일랩 운영팀원은 세인트루이스 워싱턴 대학에서 사회학과를 전공합니다.

치안강국 대한민국이 어쩌다가…


공일랩 운영진이 테러리스 서비스 관련 회의하는 모습 〈사진=조용인 공일랩 공동대표 제공〉

조용인 공동대표는 "공일랩의 운영진은 미국 유학생활에 대한 경험을 직간접적으로 가지고 있다"며 "미국 유학생활을 하며 크게 불편했던 점 중 하나는 '내가 도대체 왜 길가를 걷는데 누군가에게 총 맞는 걱정을 해야 할까?'였다"고 말했습니다.

조 공동대표는 "유학생활 매 순간 치안 강국인 대한민국이 정말로 그리웠다"며 "하지만 귀국해보니 한국에서도 똑같이 지하철을 타며, 길을 걸어 다니며 '누군가 나에게 칼부림을 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을 발견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 사실이 매우 안타까웠다"며 "일상에서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테러리스 서비스를 출시하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제보를 바탕으로 범행 예고 등 정보 제공


〈사진=조용인 공일랩 공동대표 제공〉

범행 예고 정보를 어디서 파악하고 업데이트하냐는 질문에 조 공동대표는 대부분 '제보'를 통해 정보를 업데이트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제보를 받으면 검증 과정을 거친다"며 "기사와 SNS 및 커뮤니티 게시글 등을 파악해 정보를 제공한다"고 말했습니다.

조 공동대표는 "여기서 오인 신고에 대한 우려가 없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근본적으로 테러리스는 오인 신고를 구분하거나 판단해 사건 목록을 업데이트하는 것이 목적이 아닌, 이용자들이 직접 확인해 허위일지 정말로 위험한 케이스인지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테러리스는 '공짜'… 수익 창출 안 합니다


〈사진=조용인 공일랩 공동대표 제공〉

운영 비용에 대해선 "군 복무 시절 창업 경진대회에서 받은 상금과 군적금으로 모은 돈을 활용해 운영하고 있다"며 "사무실 비용을 제외하고는 운영 비용이 크게 들지는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테러리스는 수익을 창출하지 않는다"며 "저희의 바램은 오직 하나, 대한민국 사회가 다시 안전해져 이 웹서비스가 하루빨리 종료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테러리스 서비스 종료 이후 계획은


〈사진=테러리스 홈페이지 캡처〉

테러리스 서비스 종료 이후의 계획에 대해선 "그동안 아무도 해결하지 못한 혹은 발견하지 않은 사회적 문제나 니즈를 찾아내 최초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조 공동대표는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차근차근 주변의 소소한 사회적 이슈를 해결해 나가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공일랩 멤버들을 만나 천천히 꿈에 다가가 보려 한다"며 "이러한 과정 끝에서 언젠가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꿈이 있다"고 했습니다.

끝으로 테러리스가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거라고 예상했냐는 질문에 "사실 론칭 직전에 신은수 공일랩 공동대표는 '한 50명 정도가 내일까지 이 웹사이트에 접속할까?'라고 예측했다"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서비스를 이용해 주셔서 저희도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조 공동대표는 "한편으로는 이만큼 우리 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큰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게 되어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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