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에 엄했던 "일본이 달라졌다"…亞 '웹3 중심지' 넘보나[일본 웹3]①
'웹3 중심지' 도약 가능성…韓 시장 동력 뺏기엔 '리테일 시장' 미미
[편집자주] 2014년 마운트곡스 해킹 이후 가상자산(암호화폐)에 강경했던 일본이 최근 규제 빗장을 풀었다. 은행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게 하고, 가상자산 발행 기업의 세금 부담도 완화했다. 정부 차원에서 블록체인 기반의 '웹3' 시장을 지원하겠다고 하면서 글로벌 블록체인 기업들의 관심도 일본으로 향하는 추세다. 이에 <뉴스1>은 두 차례에 걸쳐 일본의 가상자산 규제 환경과 일본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다룬다.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일본 정부 차원에서도 웹3 시대에 맞춰 환경을 정비해야 한다. 일본 정부는 웹3 관련 토큰의 활용, 콘텐츠 산업 활성화에 필요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힘쓰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달 일본 도쿄에서 열린 블록체인 콘퍼런스 '웹엑스 2023' 축사에서 한 발언이다.
가상자산(암호화폐)을 엄격히 규제해온 일본이 달라졌다. 지난해부터 관련 입법을 통해 완화하기 시작한 규제를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푸는 모양새다. 가상자산 발행 기업의 법인세 부담까지 완화하면서 아시아 '웹3 중심지'로 도약할 준비도 마쳤다.
기업들은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위메이드, 네오위즈 등 국내 게임사의 블록체인 프로젝트부터 글로벌 시장에서 유명한 해외 프로젝트까지 일제히 일본 진출을 선언하고 나섰다.
이에 아시아 '웹3 중심지'가 일본으로 이동할 것인지에도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그간 유명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가장 중요시했던 아시아 시장은 단연 한국이었기 때문이다.
◇일본 가상자산 규제, 어떻게 달라졌나
일본은 가상자산 종류가 비트코인(BTC)뿐이던 시절 세계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 '마운트곡스'를 보유한 국가였다. 하지만 2014년 마운트곡스가 대규모 해킹 사태로 파산하면서 일본 정부는 가상자산에 강경한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시 웹3 패권을 잡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시장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특히 규제 완화는 스테이블코인, 대체불가능토큰(NFT), 가상자산 관련 세금 등 여러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다.
우선 일본은 올해 6월부터 개정 자금결제법을 시행하면서 은행이나 신탁회사가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했다. 일본 최대 민간은행인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도 법정화폐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또 지난해 7월 웹3 전담 사무처를 신설한 일본 경제산업성은 올해 4월 웹3 백서를 승인하기도 했다. 웹3 백서는 NFT뿐 아니라 탈중앙화자율조직(DAO)에 이르기까지 웹3 관련 분야에 대한 다양한 정책 제언을 담았다.
세제 개편도 이뤄졌다. 일본 정부는 가상자산을 발행한 기업의 '미실현이익'에 대한 법인세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연말에 평가차익에 대한 30% 과세가 이뤄졌으나, 이번 세제 개편으로 가상자산 발행사들의 납세 부담이 크게 줄었다.
◇'게임 분야' 중심으로 블록체인 프로젝트 日 진출 '러시'
이처럼 정부가 빗장을 풀자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일본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특히 일본 시장의 강점인 게임 및 NFT 분야에서 일본 진출을 선언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위메이드는 지난달 웹엑스 콘퍼런스 현장에서 일본 진출 소식을 알렸다. 그 시작으로는 위믹스(WEMIX)의 화이트리스트 등록을 추진한다고 했다. 일본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일본 금융청(FSA)이 인가한 코인, 일명 '화이트리스트' 코인들의 거래만 지원할 수 있다. 위믹스도 이 화이트리스트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위메이드의 목표다.
넷마블의 가상자산 마브렉스(MBX)는 이미 일본 화이트리스트에 등재됐다. MBX는 오는 10월 일본 가상자산 거래소 자이프에 상장되며, 마브렉스 프로젝트 자체도 일본 웹3 시장을 본격 공략할 예정이다.
네오위즈의 블록체인 프로젝트 네오핀도 이달 초 일본 진출을 선언했다. 핵심 진출 공략으로는 라인의 블록체인 메인넷 프로젝트 '핀시아(FNSA)'와의 협력을 내세웠다. 일본 시장에 특화된 라인의 노하우를 받아들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글로벌 블록체인 프로젝트들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는 주로 게임 분야 프로젝트들이 일본 진출에 나섰지만, 해외에서는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진출하고 있다. 일례로 대표적인 디파이(탈중앙화금융) 프로젝트 메이커다오도 현재 일본 지역 대표를 채용 중이다.
남두완 메이커다오 아시아 대표는 "일본은 전통적으로 구매력을 갖춘 큰 시장인데, 최근에는 규제 불확실성까지 해소됐다"며 "아시아 시장을 확장하기에 최적화된 지역이기 때문에 일본 지역 대표를 채용하려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아직 '리테일 시장' 부족…"국내 시장 동력 옮겨가진 않을 것"
일본 진출을 선언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일본 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으나, 동시에 국내 시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그간 아시아 웹3 중심지로 꼽혔던 한국이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국내에서도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지난 6월 통과됐으나, 이는 시세조종 제한 등 투자자 보호책에 초점을 맞춘 법이다. 가상자산 기업들의 사업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는 실질적인 규제는 2단계 입법을 통해 마련돼야 한다. 2단계 입법은 다음 22대 국회로 밀릴 가능성도 있다. 일본에 비해 규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셈이다.
그럼에도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들은 아직 속단하기 이르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은 가상자산 거래량 자체가 매우 많은, 이른바 '리테일(소비자)이 강한' 국가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리테일이 강한 만큼 한국에 진출하려는 글로벌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여전히 많다.
반면 아직 일본은 리테일 영역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따라서 일본이 정부 정책에 힘입어 아시아 웹3 중심지 중 하나로 도약할 수는 있으나, 국내 시장의 동력이 일본으로 이동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조얼 디스프레드 일본 사업총괄은 "정부 육성과 대기업 투자로 일본 가상자산 시장이 커졌지만, 실질적으로 블록체인 상 서비스를 사용하는 이용자 수는 아직 매우 부족하다. 일본 시장이 더 중요해지려면 일본 가상자산 커뮤니티 자체의 파이를 키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게임 분야를 중심으로 해외 기업들이 일본 시장에서 이용자를 모으려 시도할 것"이라면서도 "그 외 분야의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일본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지는 오랜 기간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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