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동행] "어디 남 일인가요" 잼버리 봉사 자처한 부안군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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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에 부칠 때는 모두가 함께 도와야죠."
전북 부안군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로 대한적십자사 전북지사 부안지구협의회 봉사원인 박영숙(56)씨는 13일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자원봉사에 나섰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박씨는 "잼버리가 폐막하는 12일까지 부안 군민들은 대회가 성공적으로 치러질 수 있도록 끝까지 도울 각오가 돼 있었다"며 "많은 것들을 준비했는데, 우리가 부족한 탓에 이런 일이 벌어졌나 싶기도 하다"고 울상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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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도 넘는 폭염에 온열환자 돌보고 쓰레기 줍고 클리닉 소독하고
"좋은 기억 안고 갔으면 좋았을 텐데…'뜨거운 곳'으로만 기억하지는 않길"
(부안=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힘에 부칠 때는 모두가 함께 도와야죠."
전북 부안군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로 대한적십자사 전북지사 부안지구협의회 봉사원인 박영숙(56)씨는 13일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자원봉사에 나섰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우리 고장에서 열린 국제대회가 결국 이렇게 됐지만…"이라며 안타까워하면서 "전 세계의 청소년이 새만금, 부안에 대한 좋은 기억만 안고 돌아가게 하려면 모두가 내 일처럼 나서야 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잼버리 개최가 임박할 무렵 박씨를 비롯한 부안 군민 232명이 뭉쳤다.
대부분은 대한적십자사 전북지사 부안지구협의회 소속이었다.
치킨집 사장, 전자제품 대리점 사장, 요양보호사, 농업인, 일반 직장인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군민들이 서로 시간을 조율해 조를 나눴다.
하루에 잼버리 야영지로 들어가는 인원은 대략 20명.
대회의 막이 오른 지난 1일부터 야영지 안팎에서 뙤약볕을 견뎌내며 물심양면으로 봉사했다.
진서면 젓갈 단지에서 열린 스카우트 대원들의 김치 담그기 체험, 내소사 템플 스테이, 다도 체험, 청자박물관 관람 등의 안내는 모두 이들의 몫이었다.
폭염을 견디지 못하는 스카우트 대원들을 야영지 내 1차 의료기관 성격인 '허브 클리닉'으로 옮기는 일도 도맡았다.
매시간 수십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하는 통에 허리 펼 시간도 없었다고 한다.
시간이 나면 틈틈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바이러스 등 감염이 없도록 허브 클리닉 내부를 소독제로 정성스레 닦았다.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몰고 온 냉각 버스로 대원들을 안내했고 넓디넓은 야영장을 돌며 수시로 쓰레기도 주웠다.
하루에 수거한 양이 야영지 한쪽 구석을 차지하고도 남을 정도로 많았다고 박씨는 전했다.
박씨는 "각국의 스카우트 대원들은 다도와 김치 등 한국 문화에 큰 관심을 가졌다"며 "김치 담그기 체험을 할 때 스카우트 청소년들이 서툴면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행사 도중 스카우트 대원들과 함께 트로트를 부르면서 흥겹고 정겹게 어울리기도 했다고 한다.
박씨와 동행한 조효숙(62)씨도 턱밑으로 고이는 땀을 연신 닦아가며 잼버리 야영지를 돌곤 했다.
한낮 체감기온이 37도를 넘어가는 날씨에도 스카우트 대원들과 웃으며 눈을 맞추고 야영지 환경 미화에 열중했다.
샤워실, 화장실로 스카우트 대원들을 안내하고 쓰레기도 한가득 주워 한데 모았다.
그는 부안영상테마파크에서 진행했던 붓글씨 체험 중 외국 청소년이 붓으로 '잼버리'를 쓸 때 묘한 뿌듯함을 느꼈다고 한다.
조씨는 "파란 눈의 학생이 붓으로 글씨를 쓰는 것을 보고 '우리의 문화가 이렇게 세계에 알려지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며 "더위 때문에 힘들기도 했지만 밝게 웃으며 생활하는 대원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부안에 애정이 큰 자원봉사자들은 스카우트 대원들이 결국 새만금을 조기에 떠나고 만 현실이 못내 아쉬웠다.
박씨는 "잼버리가 폐막하는 12일까지 부안 군민들은 대회가 성공적으로 치러질 수 있도록 끝까지 도울 각오가 돼 있었다"며 "많은 것들을 준비했는데, 우리가 부족한 탓에 이런 일이 벌어졌나 싶기도 하다"고 울상을 지었다.
조씨 역시 "끝까지 (대회와) 함께 했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폭염으로, 태풍으로 참 우여곡절이 많았다. 전 세계에서 온 청소년들이 부안을 '뜨겁고 습한 곳'으로만 기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들은 스카우트 대원들이 떠난 뒤에도 묵묵히 현장 뒷정리를 하면서 비지땀을 흘렸다.
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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