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人] (31) 역사 왜곡 대응하고 지역역사 콘텐츠 고민하는 조법종 교수

나보배 2023. 8. 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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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일본부·동북공정·독도 영토분쟁 등 맞서 위원회 참여하며 학자들과 토의
"역사란 끊임없이 '진짜일까' 질문하며 나아가는 것…확증편향 사회 아쉬워"

[※ 편집자 주 =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지방 대학들은 존폐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대학들은 학과 통폐합, 산학협력, 연구 특성화 등으로 위기에 맞서고 있습니다. 위기 속에서도 지방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대학 구성원들을 캠퍼스에서 종종 만나곤 합니다. 연합뉴스는 도내 대학들과 함께 훌륭한 연구와 성과를 보여준 교수와 연구자, 또 학생들을 매주 한 차례씩 소개하려고 합니다.]

우석대학교 교양대학 조법종 교수 [촬영 나보배]

(완주=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전북은 역사적 콘텐츠가 풍부합니다. 이 콘텐츠들을 꺼내 대중이 뿌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역사학자의 역할이 아닐까 싶습니다.

전북 우석대학교 교양대학 조법종 교수가 지역에 뿌리를 둔 역사학자의 역할에 대해 정의했다.

조 교수는 전주의 랜드마크가 된 한옥마을 조성과 전라감영 복원에 참여했다.

1990년대 지방자치가 시작되면서 지역 개발 논의가 활발해졌는데, 전주에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보존된 한옥의 경관을 살려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이를 토대로 조 교수는 역사학자들과 함께 한옥마을에 입힐 역사 콘텐츠를 고민했고 전통술 박물관과 전통공예품 전시관 등을 제안했다.

2014년부터는 전라감영 복원 부위원장을 맡아 전라도 행정의 중심지였던 전라감영의 옛 위용을 그대로 살리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복원 과정에서 1884년 미국 공사관 대리공사로 조선에 파견된 조지 포크의 일기와 사진 등을 발견했다. 이를 근거로 전라감영에 관한 중요한 유물들을 복원했고 '화륜선 타고 온 포크, 대동여지도 들고 조선을 기록하다'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조 교수는 "역사란 단순히 어떠한 사실이 아니라 사례들이 쌓아 만들어진 인간 과학"이라며 "그것들을 통해 우리는 지역을 채울 역사적 콘텐츠를 고민할 수 있고 우리의 뿌리를 찾아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조법종 교수 [촬영 나보배]

조 교수는 학계의 다양한 위원회에 참여하며 중국이나 일본과 사이에 불거진 역사 왜곡 논쟁에 대응하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 때는 임나일본부설(한반도 남부를 일본 고대 세력이 지배했다는 주장)에 맞서기 위해 조직된 한일역사공동위원회 위원으로, 동북공정(동북방의 모든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규정하는 주장)에 대응하기 위한 중국고구려사왜곡대책위원회 위원으로 각각 활동했다.

그 결과 한일 양국 공동위원이 함께 '임나일본부설을 폐기한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성과를 얻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중·고교 한국사 국정교과서 논란이 불거졌을 땐 전북도 교육청이 나선 대안교과서의 대표 집필자로 참여했다.

조 교수는 이런 굵직한 역사 왜곡에 대응하면서 학자가 역사적 근거를 찾는 것 못지않게 대중과 이 결과를 공유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학자는 공부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훌륭한 연구라도 대중이 공감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는 걸 알게 됐다"며 "어떻게 하나의 인식공동체를 만들어갈 것인가에 대한 나름의 해결책으로 TV 토론이나 강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조법종 교수 [촬영 나보배]

가장 최근에는 호남권 3개 광역단체가 함께 편찬한 역사서인 전라도천년사에 고대사 분과 간사로 참여했다.

하지만 이 역사서는 온라인으로 공개된 후 일본서기에 기록된 내용을 차용하는 등 일본 식민사관과 인식을 같이한다며 역사 왜곡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조 교수는 이 과정에서 전라도천년사가 감정적인 문제로 번져버렸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역사란 다양한 견해들의 종합인데, 이것을 논의하기 위해 소개한 것을 두고 일본서기를 차용했다고 문제 삼는 것이 오히려 문제"라며 "끊임없이 '우리가 알고 있는 게 진짜일까'하는 질문을 가지지 않고 무조건 확증편향에 빠져 역사 왜곡이라고만 하니 토론이 되질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조 교수는 전라도천년사 논쟁에 적극 대응해나가는 동시에 앞으로도 역사 왜곡에 목소리를 내고 지역의 역사 콘텐츠를 발굴하는 데 앞장설 예정이다.

조 교수는 "역사적 사실을 통해 뿌리를 찾아나갈 수 있고, 이 뿌리는 나를 규정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역사를 배우는 이유"라며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새로운 사실을 찾고 다른 의견에 대해 논의하면서 더 좋은 역사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war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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