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이 ‘이런’ 부동산 거래와 전쟁을 선포한 이유는[황재성의 황금알]

황재성 기자 2023. 8. 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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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
매주 수십 건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매주 알짜 부동산 정보를 찾아내 그 의미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반시장적 수단으로 (부동산) 시장을 파괴하는 행위는 반드시 차단하겠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주택 시세 조작을 주도하는 작전세력을 수개월간의 기획조사 끝에 적발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습니다. 여기에서 “이런 집값 작전세력을 근절하지 않으면 가격 정보가 왜곡돼 시장이 제대로 기능할 수 없고, 국민들은 속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 뒤 이같이 밝혔습니다.

또 이를 위해 “지난달부터 아파트 실거래정보 공개 시 등기 여부 및 등기일을 공개해, 거래 신고 정보의 신뢰도를 판단할 수 있도록 했고, 부동산 교란행위신고센터에서는 집값 작전 세력들의 담합이나 집값 띄우기 등을 신고받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원 장관의 메시지는 국토부가 전날(10일) 발표한 ‘집값 띄우기 허위거래신고 조사결과’(이하 ‘조사결과’)를 다시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입니다. 최근 서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나오는 ‘집값 바닥론’을 앞세워 활개를 칠 것으로 우려되는 ‘작전세력’에 대한 경고의 의미를 담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실제로 최근 집값이 상승세로 돌아서거나 하락세를 멈추면서 ‘부동산시장 바닥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집값이 상승세 반등하거나 재건축 움직임이 활발한 서울 강남의 대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신고가(新高價) 거래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토교통부가 2021년 1월부터 2023년 2월까지 이뤄진 아파트 거래 가운데 불법이 의심되는 1086건을 조사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541건에서 불법 정황이 확인됐다. 국토부는 이 가운데 집값을 띄우기 위한 허위계약(자전계약)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내려다본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이다. 동아일보 DB
일단 집값의 변화가 두드러집니다. 정부가 공식 통계로 활용하는 한국부동산원의 주간통계에 따르면 8월 1주 차(7일 기준) 전국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04% 올랐습니다. 4주 연속 상승한 것입니다. 특히 서울은 0.09% 상승하며 12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습니다.

전문가들이 많이 이용하는 KB부동산의 주간통계에서도 양상은 비슷합니다. 8월 1주 차(7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제자리걸음(0.00%)을 했습니다. 지난해 7월 18일(-0.02%) 이후 계속 떨어지다가 약 1년여 만인 지난주 보합세로 돌아선 데 이어 2주 연속입니다.

신고가 거래도 눈에 띕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압구정동 ‘현대 1·2차’ 160㎡(전용면적 기준) 아파트는 지난달 27일 65억 원에 거래됐습니다. 직전 최고가(60억 2000만 원·2021년 12월)보다 약 5억 원가량 높습니다. 대치동 ‘한보미도맨션 1차’ 84㎡ 아파트도 지난달 24일 27억 원에 팔리며 신고가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122㎡ 아파트도 지난달 16일 55억 원에 거래되며 기존 신고가(54억 원)를 뛰어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시세 차익을 노린 집값 띄우기는 가격 상승기에 두드러집니다. 국토부 조사 결과에서도 적발된 조작 건수의 80%가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던 2021년 1월부터 2022년 1월까지 1년 새 진행된 것들이었습니다. 집값 바닥론에 집값 띄우기용 거래가 다시 활개를 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투자는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 이윤을 남기는 게 근본적인 목적입니다. 이를 위해선 정확한 시세 파악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집값이 작전세력에 의해 부풀려진 것은 아닌지 파악해내는 선구안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국토부가 적발한 시세 조작 사례들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숙지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습니다.

● 단속된 자전거래, 집값 띄우기 위한 불법 가능성

국토교통부가 적발한 집값 띄우기 목적의 허위계약 거래(자전거래) 은 여러 유형이 있는데, 그래픽은 대표적인 유형 두 가지를 보여주고 있다.
국토부 발표는 2021년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2년여 동안 이뤄진 아파트 거래 가운데 불법 의심 1086건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입니다. 이에 따르면 절반에 가까운 541건에서 의심 정황이 적발됐습니다.

국토부가 제시한 대표사례는 모두 관계인 간 허위계약을 통한 자전거래(自轉去來)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아는 사람끼리 짜고 치듯 내부자 간 거래를 통해 집값을 부풀린 겁니다.

자전거래는 원래 주식투자의 한 방식으로 합법적인 거래방식입니다. 주식시장에서는 비슷하지만 불법적인 거래형태를 ‘통정거래’라는 별도의 이름으로 부릅니다. 둘 다 방법은 유사합니다. 보유 중인 주식을 판 뒤 곧바로 동일한 가격으로 같은 수량의 주식을 사들이는 방식입니다.

다만 통정거래는 주식시장 거래시간(오전 9시~오후 3시) 사이에 이뤄지는 반면 자전거래는 시장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오전·오후 동시호가(오전 8~9시·오후 2시 50분~3시) 시간대를 이용합니다. 즉 자전거래는 증권시장에서 이뤄지는 거래와 별개로 진행된다는 겁니다. 주로 대기업 안에서 장부가격을 현실화할 목적으로 그룹 계열사끼리 보유 중인 주식을 주고받을 때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부동산시장에서는 시세를 올릴 목적으로 허위계약 등을 이용해 진행되는 내부자 간 거래를 자전거래로 통칭합니다. 남귤북지(南橘北枳·남쪽의 귤이 북쪽으로 가면서 탱자가 된다)가 된 셈입니다.

이번에 적발된 부동산시장 자전거래는 크게 ▲가족 간 거래 ▲공인중개사 개입 거래 ▲외지인 활용 거래▲법인과 법인대표 간 거래 등 4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가족 간 거래는 부모-자식, 형제간에 이뤄집니다. 국토부가 공개한 가족 간 거래로 적발된 사례는 2건인데, 모두 모자간 거래였습니다.

첫 번째는 매도자인 딸과 매수인 부모가 신고가 거래를 하면서 대금을 지급하고 거래를 끝낸 뒤 6개월 후 계약을 해지했는데, 이 과정에서 위약금 없이 매매대금 전부를 돌려준 경우입니다. 두 번째는 아예 신고가 거래로 신고했지만, 계약서를 쓰지 않았고 거래대금을 주고받은 기록조차 없는 상태에서 1년 뒤 계약을 해지했다가 적발됐습니다.

특히 첫 번째 거래는 공인중개사에게 현저하게 낮은 중개수수료를 지급한 것으로 드러나 중개사가 작전에 개입했을 가능성마저 제기됐습니다. 정부는 이들에 대해 해당지역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청에 허위 매매계약 신고 여부에 대한 추가 확인해줄 것을 통보했습니다.

● 특수관계인 간 신고가 계약 후 해지해 시세 끌어올리기

국토교통부가 적발한 집값 띄우기를 목적으로 한 허위계약거래 (자전거래)에는 공인중개사들이 적극적으로 가담한 경우도 있다. 사진은 서울지역의 중개업소 외부이다. 동아일보 DB
공인중개사나 외지인 등을 활용한 자전거래는 가족 간 거래보다 상대적으로 치밀하게 진행돼 눈길을 끕니다.

공인중개사가 개입한 대표적인 유형으로 제시된 전북지역 사례의 경우 매도인이 공인중개사가 짜고 40차례가 넘는 자전거래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과정에서 매도인은 신고가 계약을 포함해 여러 차례에 걸쳐 계약 해제 신고를 하면서 실거래가격 상승에 영향을 준 뒤, 해제 신고된 가격 수준으로 제삼자에게 해당 주택을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기지역에서 적발된 사례는 매도인과 매수인이 3억 7800만 원짜리 아파트를 매매한 뒤 2개월 뒤에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정상적인 거래와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실제 거래가 이뤄졌는지를 확인할 자료가 없습니다. 계약금(4000만 원) 지급 여부를 증빙할 자료도 없고, 계약서도 존재하지 않은 것입니다. 이에 대해 거래에 참여했던 관계자들은 계약 해제와 동시에 계약서를 파기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불법적 자전거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이 같은 판단에는 이 거래를 중개한 공인중개사가 해당단지 동일 규모 아파트를 신고가로 계약 신고한 뒤 해지하는 일을 2차례 반복하면서 가격 띄우기를 시도한 정황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인천지역 사례는 조금 더 복잡합니다. 매수인이 집을 사면서 공인중개사의 중개보조원에게 계약금과 중도금을 빌리는 형식을 취하고, 대금은 중개보조원이 매도인에게 직접 이체합니다. 그런데 3개월 뒤 거래계약은 해지되고, 매도인은 계약금과 중도금 전액을 중개보조원에게 돌려줍니다. 이 과정에서 매도인이 매도희망가로 1억 6000만 원을 요청했지만, 중개사가 마음대로 1억 7500만 원에 거래된 것처럼 신고한 사실이 드러납니다.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활용해 시세 띄우기를 시도했다가 적발된 사례도 있습니다. 충남에 위치한 아파트를 경기지역에 살고 있는 매도인과 매수인이, 대구지역에서 활동 중인 공인중개사를 이용한 경우입니다.

이들은 2억 7000만 원에 신고가 거래가 이뤄진 것처럼 신고한 뒤 2개월 뒤에 계약 해지 신고를 합니다. 이후 매도인은 한 달 뒤에 제3의 매수인에게 2억 7000만 원에 해당 아파트를 파는 데 성공합니다. 또 해당 매도인은 동일한 아파트 단지에서 모두 8차례에 걸쳐 거래와 해제를 반복한 전력이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법인과 직원 간 거래는 가족 간 거래와 비슷합니다. 부산에서 적발된 경우인데 회사가 분양한 물건을 직원에게 3억 3400만 원에 신고가로 매도한 뒤 9개월 뒤 계약 해지를 하면서 계약금을 모두 돌려줬습니다. 이 과정에서 신고가만큼 거래금액이 올라가 다수의 거래가 이뤄졌습니다.

● 10월부터 부동산 허위신고시 처벌 대폭 강화

국토교통부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부동산 불법 행위를 적발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11월까지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며, 이를 바탕으로 관련 제도 등을 보완한다는 방침이다.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한편 정부는 앞으로 작전세력에 의한 집값 띄우기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대폭 강화할 방침입니다. 자전거래 등을 통한 허위신고나 해제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집값 교란 상황을 막겠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지난 4월 부동산거래신고법을 개정해 재산상 이득을 얻을 목적으로 거짓으로 거래 신고를 하거나 거래취소를 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이 규정은 10월 19일부터 시행됩니다.

부동산 교란행위 신고센터와 부동산광고시장 감시센터를 통합해 부동산 불법행위 통합 신고센터(http://www.budongsan24.kr)로 개편하고, 교란행위 신고 대상도 집값 담합 등 7개에서 허위신고 등을 포함한 불법 중개행위 등 50개로 대폭 늘렸습니다.

주요 신고 대상은 공인중개사법 관련 ▲무자격 중개 ▲무등록 중개 ▲이중 거래계약서 작성 ▲중개보수 초과수수 ▲중개의뢰인과 직접 거래 ▲온라인 현수막 등을 이용한 특정가격 유도 ▲중개의뢰 제한 및 유도 ▲거짓거래 완료 ▲시세보다 높은 표시·광고 강요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돼 있습니다.

부동산거래신고법 관련은 ▲(실제 거래가격과 다른) 업·다운 계약신고 ▲허위 실거래가 띄우기 ▲부동산 계약일 거짓신고 ▲부동산 거래의 지연신고 등입니다.

국토부는 또 지난 7월 25일부터 거래 신고정보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아파트 실거래정보 공개 시 등기완료 여부와 등기일을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이와 함께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부동산 불법행위를 적발해내는 방안도 추진 중입니다. 이를 위해 오는 11월까지 ‘AI를 활용한 부동산 이상거래 선별 고도화 방안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연구용역은 크게 4갈래로 추진됩니다. 우선 부동산 이상거래 감지를 위한 분석 방법론 검토입니다. AI를 활용한 다양한 분석 방법의 이론적 검토와 함께 부동산거래자료(RTMS)나 건축물대장 및 등기자료, 공시자료 등 이용 가능한 행정정보와 연계한 분석모형을 만드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가 부각된 전세 사기를 포함한 부동산 이상거래 사례 및 유형에 대한 분석 검토와 기준 제시입니다. 전세사기 등 불법행위 발생사례 및 유형과 부동산 소비자의 피해를 유발하는 이상 거래 발생사례 및 유형, 부동산 불법행위의 구조적 특징을 고려한 이상 거래 감지 기준 등을 정립하는 작업입니다.

세 번째는 부동산 불법행위 방지를 위한 이상거래 선별 고도화 방안 제시입니다. 전세 사기 발생 확산 방지를 위한 상시 모니터링 방안 및 부동산 이상거래 선별 방안 제시와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 모색 등이 주요 과제입니다.

마지막으로 모의 조사를 통한 가용성 검증입니다. 전세사기가 빈번한 지역을 대상으로 모의 조사를 실시하고, 대규모 개발 예정지 인근을 대상으로 이상 거래 모의 조사를 실시하는 일입니다.

국토부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미등기 거래 가운데 상습 위반이 의심되는 거래에 대해서는 허위신고 여부를 직접 조사한 뒤 형사처벌 대상으로 인정되면 경찰에 수사 의뢰할 방침입니다. 현재는 미등기 건에 대해 관할지역 지자체에 통보하고, 해제 신고 지연이나 등기 처리 지연의 경우 과태료만 부과하고 있습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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