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상 하락한 영, 다음 시즌에는 명예회복할까?
애틀랜타 호크스 간판스타 ‘아이스 트레이’ 트레이 영(25‧185cm)은 최근 들어 눈에 띄게 가치가 하락한 선수중 한명이다. 각종 매체는 물론 선수단 설문조사 등에서 '가장 과대평가된 선수'중 한명으로 그를 지목하기를 주저하지 않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영은 미국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싶어한다. 하지만 대표팀 명단에서는 좀처럼 영의 이름을 찾아보기가 쉽지않다.
도쿄 올림픽에 이어 2023 FIBA 월드컵에 대비한 미국 대표팀 명단에서도 영의 이름은 없었다. 특히 이번 월드컵 대표팀은 20대 초중반의 영건 위주로 꾸려졌다는 점에서 더욱 아쉬움이 남고 있다. 리그내 명성을 감안했을 때 영건 위주 명단에 조차 이름이 올라가지 않았다는 것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기에 충분하다.
1번 포지션으로 봐도 단신에 속하는 사이즈와 수비에서의 아쉬움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짐작될 뿐이다. 영은 계속해서 대표팀에서 뛰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하고 있는데, 동나이대 최고 스타중 한명인 점을 감안하면 이른바 '없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어찌보면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는 대목이지만 영은 2024년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기를 희망한다며 구애를 멈추지 않고 있다. 그만큼 국가대표 유니폼에 진심이다고 보는게 맞겠다.
여자프로농구 청주 KB 가드 허예은(23‧165cm)이 가장 좋아하는 NBA 선수로 꼽기도 했던 영은 신인 시절부터 ‘될성부른 떡잎’으로 불렸다. 2018년 NBA 드래프트 1라운드 5순위로 댈러스 매버릭스에 지명된 직후 동 드래프트 3순위 루카 돈치치(24·201cm)와 트레이드 되어 애틀랜타 유니폼을 입었다. 지명은 댈러스에서 받았지만 프로 커리어의 시작은 애틀랜타에서 했는지라 프랜차이즈 스타라고 봐도 무리가 없다.
더불어 당시의 트레이드로 인해 돈치치와 라이벌로 엮이고 있기도 하다. 아쉽게도 현재의 위상만 놓고보면 라이벌이라고 하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고 있다. 돈치치는 올 시즌을 기점으로 리그 최고의 선수로 우뚝선 니콜라 요키치와 함께 최고의 백인선수로 평가받고 있으며 리그 전체로 봐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위상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은 올시즌 73경기에서 26.2득점, 10.2어시스트(전체 2위), 3리바운드, 1.1스틸을 기록했다. 직전 시즌과 비교해 득점 등에서 소폭 하락했으며 아투성공률, 3점슛 성공률 또한 떨어졌다. 하지만 그 차이가 크지 않으며 어시스트같은 경우는 커리어하이를 기록했다. 생애 처음으로 두 자릿수 어시스트를 달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리그에서 유일하게 25득점, 10어시스트 이상을 기록했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하지만 수비적인 면에서의 낮은 평가를 감안했을 때 공격에서의 공헌도가 좀 더 올라가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충분히 잘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향후 리그를 이끌어갈 슈퍼스타 재목으로서 그렇다는 말이다. 향후에도 그에게 바라는 기대치는 한팀의 주전가드가 아닌 요키치 등과의 경쟁이기 때문이다.
스타는 기록도 중요하지만 중요한 순간 임팩트를 보여줘야 한다. 지난 플레이오프에서 영은 놀라운 클러치 샷을 과시하며 여전한 강심장을 드러낸 바 있다. 4월 26일 당시 애틀랜타는 우승후보 보스턴 셀틱스와의 1라운드 시리즈에서 1승 3패로 밀리고 있었다. 해당 경기마저 내주게 되면 그대로 탈락인 상황이었는데 경기 종료 2.8초 전까지 점수에서 뒤지며 패색이 짙었다.
닉네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영은 중요한 순간에서도 좀처럼 냉정을 잃지 않는다. 아니 냉정하다 못해 차갑다. 이때도 영은 위기에 처할수록 차가워지는 심장과 빅샷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뜨거운 손끝을 여지없이 확인시켜줬다. 하프라인을 넘어서기 무섭게 딥쓰리를 시도했고 영의 손을 떠난 공은 그대로 림을 갈랐다.
자신의 마크맨이 백스탭을 밟으며 거리가 벌어졌다 싶은 순간 지체없이 3점슛을 던진 것이다. 영은 별다를 것 없다는 표정으로 팔짱을 끼며 특유의 '추워하는' 세레머니를 펼쳐보이며 보스턴 홈팬들을 침묵시켜버렸다. 이날 영의 3점슛이 대단했던 것은 엄청난 배짱에 있다. 아무리 시간이 적었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마지막 공격이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과감하게 딥쓰리를 시도할 선수는 리그 전체를 통틀어도 많지 않을 것이다.
성공해서 영웅이 되는 것은 둘째치고 실패했을 경우 후폭풍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만약 슛이 안 들어가고 탈락이 확정됐다면 그를 향한 혹평과 비난의 목소리는 더욱 심해졌을 것이 분명하다. 영은 슛을 던지는 순간만큼은 그런 것을 의식하지 않았고 자신의 손끝을 믿었다. 애틀랜타를 대표하는 선수로서의 자격을 스스로 입증했다고 볼 수 있다.
아쉽게도 시리즈를 뒤집지는 못했지만 여전히 큰 경기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선수는 자신임을 모두에게 알리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는 평가다. 최근 저평가의 아이콘같이 되어가는 영이지만 그만큼 꾸준하게 성적을 이어나가는 선수도 많지 않다. 최근 4시즌 연속 경기당 평균 25득점, 9어시스트 이상 기록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데뷔 5년차의 여전히 젊은 선수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착실하게 엘리트 코스를 밟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이제 막 20대 중반의 나이로 들어선 상위클래스 야전사령관 겸 득점리더다. 그러한 가치를 알기에 소속팀 역시 5년 2억 1,516만 달러라는 거액으로 영을 붙잡아뒀다. 27세 여름쯤에는 FA 자격 획득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수비에서의 약점은 두고두고 그를 괴롭힐 공산이 큰지라 슈팅 효율성 상승 등을 통해 가성비가 낮지 않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더불어 소속팀 애틀랜타 역시 라인업 보강에 힘을 쓰며 영의 단점을 묻고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유달리 저평가가 심했던 영이 다음 시즌 대활약을 통해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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