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민원, 버틸수 없어요”...기피 학교 떠나는 교사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lee.sanghyun@mkinternet.com) 2023. 8. 13.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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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관심 높을수록 교사 전보 잦아
지난 5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교사와 학생을 위한 교육권 확보를 위한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학부모들이 관심을 두는 학교일수록 교사의 전보가 잦다는 학계 분석이 나왔다. 지나친 관심에서 비롯된 학부모들의 요구가 도리어 교사 업무를 위축시켜 기피 근무지로 이어질 수 있단 의미로 풀이된다.

13일 한국교육학회 2023년 연차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교사 전보와 교사 쏠림 간 관계 분석’(최연우 서울대 박사 수료, 김리나·이승현 서울대 박사과정, 엄문영 서울대 교수) 논문에 따르면 학부모 관심도는 교사 전보율에 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은 지난 2012년부터 2019년까지 경기도 내 공립초교 887곳의 교사 전보 자료를 토대로 이같은 결과를 제시했다.

전보율은 재직 교사 대비 학교를 떠난 교사의 비율이다. 이듬해 전입 교사 비율로 전보율을 산출했다. 학부모 관심도는 학생 1명당 학부모가 학교를 상대로 제시한 각종 서비스 건수 비율로 측정했다.

분석 결과, 학생 1명당 학부모의 서비스 신청 건수 비율이 상승하는 건 교사 전보율을 높이는 데 유의미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학부모 관심도가 높을수록 교사들이 학교를 기피, 정해진 근속연수만 채워 전출하려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또 학부모 관심도 외에 교사 1명당 학생 수, 계약직 교사 비율 역시 전보율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논문은 교사 1명당 학생 수가 많을수록 학생과의 소통, 개별화 지도가 어려워 교사의 업무 부담이 심화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12일 서울 종각역 인근 도로에서 열린 제4차 안전한 교육 환경을 위한 법 개정 촉구 집회에서 참여한 교사 등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논문은 또 계약직 교사 비율이 높은 학교가 정규직 교사에게 선호되지 않는 지역에 있을 가능성이 커 전보율이 높아질 수 있다고도 봤다. 현재 각 교육청 전보 과정에서는 정규직 교원이 우선시되고 빈자리를 계약직 교원들이 채우는 구조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학교 규모는 전보율을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소규모 학교보다 대규모 학교가 업무 분장이 체계적이고 세분돼 교사들의 잡무가 적어 선호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전보율이 높아 기피 학교로 볼 수 있는 학교일수록 저경력 교사들로 채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교육청은 교사 전보 과정에서 경력이 많은 교사에게 경쟁률이 치열한 선호 학교 우선권을 준다. 경합에서 밀린 저경력 교사들이 기피 학교에 몰릴 수 있는 구조다.

연구팀은 “지금도 기피 학교 근무 교사에 대한 인센티브가 있지만, 더욱 효과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인센티브 수준을 엄밀히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각 학교 특성에 따라 교사들이 느끼는 부담 수준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단위 학교의 교사 정원 조정, 업무 지원 등을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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