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첫 여성 IOC 선수위원 나올까

김경호 기자 2023. 8. 1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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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박인비·진종오 등 국내 6명 역대 최대 경쟁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 위원에 도전하는 한국 후보 6인. 배구 김연경, 골프 박인비, 태권도 이대훈, 사격 진종오, 양궁 오진혁, 배드민턴 김소영(왼쪽부터) 경향신문 자료사진

[주간경향] 누가 한국대표가 돼야 할까. 김연경, 박인비, 진종오 등 대한민국 최고 스포츠스타 6명이 한 자리를 두고 맞붙었다. 종목을 초월하는 이 슈퍼스타들의 목표는 2024 파리올림픽에서 결정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이다. 올림픽 참가선수들(약 1만명)의 투표로 선발하는 IOC 선수위원은 8년 임기의 IOC 위원으로 활동하게 된다.

국가당 1명만 지원할 수 있는 IOC 선수위원 후보가 되려면 우선 국내 예선을 넘어야 한다. 대한체육회(KSOC)가 지난 8월 4일 후보 접수를 마감한 결과 배구 김연경(35), 골프 박인비(35), 태권도 이대훈(31), 사격 진종오(44), 양궁 오진혁(41), 배드민턴 김소영(31)이 신청서를 제출해 역대로 가장 치열한 경쟁을 펼치게 됐다.

대한체육회는 이들 6명을 상대로 지난 10일 면접을 겸한 평가위원회를 열어 후보자들의 자질을 검증했다. 이후 14일 체육회 원로회의가 최종후보자를 추천하고, 선수위원회가 16~17일 최종후보자를 의결한다. 대한체육회는 이렇게 선발된 후보를 8월 마지막 주 IOC에 통보한다.

‘배구 여제’ 김연경은 2012 런던올림픽, 2020 도쿄올림픽(2021년 개최)에 출전했고, 한국 여자배구의 4강 신화를 이끌었다. ‘사격 황제’ 진종오는 2008 베이징올림픽부터 2012 런던올림픽, 2016 리우올림픽까지 3회 연속 출전했고 금메달 4개, 은메달 2개를 목에 걸었다. ‘골프 여제’ 박인비는 골프가 100년 만에 올림픽에서 부활한 2016년 리우에서 금메달을 땄다. 도쿄까지 2회 연속 올림픽에 나갔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4대 메이저 대회를 석권하는 그랜드슬램과 통산 21승을 거뒀다. 이대훈은 2012 런던올림픽 은메달, 2016 리우올림픽 동메달을 딴 세계 태권도계의 스타다. 한국 남자양궁의 간판 오진혁은 런던올림픽(개인전), 도쿄올림픽(단체전)에서 금메달 2개를 획득했고, 배드민턴 김소영은 도쿄올림픽 여자복식에서 공희용과 동메달을 합작했다.

IOC 위원은 정원 115명이며 개인자격 70명, 선수위원 15명, 국제경기단체 15명, 각국 올림픽위원회(NOC) 위원장 15명으로 구성된다. 현재 99명이 활동 중이다.

글로벌 스포츠 대사 역할

IOC 선수위원은 국가의 대표가 아니라 IOC를 대표해 올림픽 운동(올림픽 무브먼트)을 전파하는 글로벌 스포츠대사 역할을 한다. IOC 선수위원 15명은 직선으로 선발되는 12명에 IOC 위원장이 추천하는 3명을 더해 구성된다. 직선자 12명은 하계 종목 선수 8명, 동계 선수 4명으로 나뉘고 동·하계 올림픽 때마다 해당 인원의 절반을 선거를 통해 교체한다.

역대 한국출신 IOC 선수위원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전체득표 1위로 뽑힌 문대성, 2016 리우올림픽에서 선출된 유승민(탁구) 2명이다. IOC 선수위원은 국가당 1명으로 제한돼 현역위원을 둔 국가는 그 임기 중 다른 후보를 낼 수 없다. 유승민 위원이 물러나는 내년 올림픽에 한국 후보가 대거 몰린 이유다.

그럼 과연 누가 한국을 대표할 선수위원 후보가 되면 좋을까. IOC 선수위원은 IOC를 대표하는 스포츠대사지만 국가별 1명으로 제한되는 자격과 현역시절 대표경력 등을 감안하면 ‘한국대표 IOC 선수위원’으로 받아들이는 게 지극히 당연하다. 이번에 한국이 IOC 선수위원 배출에 실패하면 한국인 IOC 위원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1명만 남게 돼 국제스포츠 외교력에 큰 손실을 입게 된다.

국내 후보자 선출에서 가장 먼저 고려돼야 하는 원칙은 바로 ‘당선 가능성’이다. 이번 후보자 선정을 두고 정치권과 체육계 고위인사의 영향력이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엄중히 인식하고, 본선 승리 가능성을 제일 원칙으로 투명한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후보자 평가의 기본 덕목은 올림픽 참가 횟수와 메달 획득 업적, 국제적인 지명도 등과 적극적으로 올림픽 운동에 앞장서고 봉사할 의지가 있는지, 영어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등이다. 직전 또는 해당 올림픽 출전 경력도 반드시 필요하다.

영어 실력과 성평등 정책 고려해야

영어 능력은 특히 중요하다. 공식회의에서 현안을 파악하고 토론하며 활동할 수 있는 언어 실력이 없다면 제 역할을 할 수 없다. 2016년 국내 후보 선발 당시 장미란(역도), 진종오를 제치고 유승민이 최종 후보로 뽑힌 이유도 가장 앞선 영어 실력 덕이었다. 유 위원은 선출 이후 적극적인 활동으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의 총애를 받았고, 동료들로부터 IOC 선수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뽑힐 만큼 인정받는 모범을 남겼다.

IOC는 각국 올림픽위원회로부터 추천받은 후보의 자질을 전화 또는 화상면접을 통해 검증한다. 이 관문을 넘지 못하면 최종 후보에서 탈락하게 된다. 만약 국내 후보가 본선에 나가지 못한다면 대한체육회의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IOC는 또한 일부 중복종목 후보들을 추려내는 등 그들만의 원칙을 적용해 약 20명 선으로 커트라인을 정한다.

아울러 전략적으로 고려해봐야 할 요소는 IOC의 성평등 정책이다. IOC는 IOC 총회뿐 아니라 각종 소위원회에서도 상대적으로 적은 여성의 최소인원을 보장하는 등의 노력을 펼쳐왔다.

IOC 선수위원 선거는 유권자 선수 1인당 후보 4명에 기표할 수 있으며, 전체득표 1~4위가 당선된다. 바흐 위원장은 직선 당선자들의 종목, 성별 등을 고려해 추가로 1명을 지명한다. 최근 올림픽에서 대부분 여성이 지명받았다. 2016 리우에서 지명된 사라 워커(산악자전거·뉴질랜드), 2018 평창에서 낙점받은 장훙(빙상·중국)이 여성이다. 유승민, 워커와 함께 파리올림픽에서 물러나는 위원 5명 중 옐레나 이신바예바(육상·러시아), 브리타 하이데만(펜싱·독일)까지 3명이 여성인 점도 주목해야 한다. 직선이 우선 목표겠지만, 지명까지 염두에 둔다면 여성후보 추천이 현실적일 수 있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올림픽에서 전이경이 IOC 선수위원에 도전했으나 실패한 이후 한국은 여성을 본선에 올린 적이 없다. 역대 한국 IOC 위원은 모두 남성이었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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