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앞둔 호주 중앙은행 총재 “인플레, 최악 시기는 끝나”

호주 중앙은행(RBA) 총재가 물가 상승에 대해 “최악의 상황은 끝났다”고 밝혔다. 다만 아직 인플레이션이 높은 상태이기 때문에 예정보다 물가상승률을 빠르게 낮추려면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필립 로우 RBA 총재는 11일(현지 시각) 호주 의회에 출석해 최근 호주의 경제 상황은 실업률이 급격히 상승하지 않고 물가 상승률도 완화되는 등 연착륙을 향한 ‘좁은 길’을 따라가고 있다며 이같이 평가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호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말 연 7.8%로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지난 분기에는 6%로 하락하는 등 점차 둔화하고 있다. RBA는 오는 2025년 말에는 목표치인 2∼3% 수준으로 돌아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로우 총재는 인플레이션에 대해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통화정책은 이제 ‘제약적인 영역’에 있다며, RBA가 금리를 약간만 조정하면 되는 상황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물가상승률이 합리적인 기간 내에 목표치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려면 추가 긴축 정책을 시행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며 만약 내년까지 물가상승률을 목표치까지 낮추고 싶다면 기준 금리가 지금보다 1%포인트는 더 올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RBA는 0.1%였던 기준 금리를 지난해 5월부터 지난 6월까지 4.1%로 끌어 올렸다. 하지만 지난 7월과 이달에는 금리 인상 효과를 점검하겠다며 동결했다.

로우 총재는 지난 7년간의 임기를 되돌아보며 코로나19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후회”라고 말했다. 그는 “실업률이 15%가 될 것이고, 백신이 5년 동안 나오지 않을 것이며, 사람들이 몇 년 동안 집에 머물러야 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우리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대응했지만, 과학자들은 생각보다 훨씬 잘 해냈다. 이를 이해했다면 다른 정책적 대응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우 총재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2021년 11월 전 세계 물가가 뛰기 시작하면서 RBA도 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오는 2024년까지는 금리 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하지만 반년만인 지난해 5월부터 급격한 금리 인상에 나섰고, 야당에서는 그가 거짓말을 했다며 사퇴 압력에 시달렸다. 결국 그는 연임에 실패해 다음 달 임기가 끝난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미셸 불럭 RBA 부총재를 최초의 여성 총재로 내정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