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 이닝 1위’ 5선발 탈락에서 철벽의 멀티이닝 필승조…KIA 불펜의 믿을맨 “언제든 승리 지키겠다”
[OSEN=부산, 조형래 기자] KIA 타이거즈 투수 임기영(30)은 프로 12년차를 맞이하면서 투수로서 어떤 정체성을 갖고 있는지 콕 찝어 말하기 힘들었다.
통산 226경기 중 선발로 122경기에 나서면서 선발로 더 많은 커리어를 쌓은 것은 분명하지만, 선발 투수로 내세울 수 있는 뚜렷한 커리어는 없었다.
2012년 한화에 입단한 임기영은 송은범(현 LG)의 보상선수로 KIA 유니폼을 입었고,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2017년 23경기 8승 6패 평균자책점 3.65, 완봉승 2회 등의 성적을 거두면서 KIA의 통합우승을 이끌었던 복덩이였다.
그러나 이게 임기영 커리어에서 내세울 수 있는 최고의 시즌이었다. 10승 시즌은 없었고(최다승 9승), 규정이닝을 채운 시즌도 없었다. 선발투수 커리어를 이어가면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5선발 그 이상으로 치고 올라가지 못했다.
올해 역시 임기영은 선발진 한 자리를 놓고 경쟁했다. 선발진 막차 탑승을 기대했다. 하지만 신인 윤영철이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구단은 윤영철을 선발진에 포진시키는 전략적인 육성 플랜을 짰다. 임기영은 선발진에서 밀려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임기영의 보직은 불펜이 됐다.
첫 보직은 롱릴리프였다. 선발진이 무너질 위기에 올라와서 멀티이닝 소화는 다반사였다. 눈에 띄지 않고 주목 받지도 못하지만 제일 고생하면서 경기를 책임져야 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임기영은 이 빛나지 않는 보직을 스스로 빛나게 하는 투구내용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어필했다.
임기영은 선발이 내려간 뒤 주로 두 번째 투수로 올라왔다. 빠르면 4회에도 올라왔다. 그러나 임기영은 어떤 상황에서든지 타자와 승부를 적극적으로 펼치면서 속전속결로 이닝을 삭제시켰고, 이를 바탕으로 경기가 대등하게 이어지고 역전하는 상황들이 만들어졌다. 마무리 정해영이 부침을 겪었고 필승조 역할을 해줘야 하는 장현식과 전상현 박준표 등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짧은 이닝도 소화하는 필승조 역할까지 맡았다. 철벽의 멀티이닝 필승조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시키면서 올해 KIA의 ‘신의 한수’로 평가 받고 있다.
임기영은 올해 42경기 2승 1패 2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점 2.35의 성적을 남기고 있다. 등판 경기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61⅓이닝이나 소화했다. 현재 불펜 투수들 가운데 최다 이닝이다. 멀티이닝을 소화한 경기는 42경기 중 절반이 넘는 22경기에 달했다. 많게는 4이닝까지 소화하며 마당쇠 역할까지 했다.
지난 12일 사직 롯데전에서는 롱릴리프이자 필승조 역할을 동시에 수행했다. 8-1에서 8-5까지 쫓기게 된 5회, 선발 윤영철이 아웃카운트 1개를 못잡아서 위기를 자초하고 승리 투수 요건을 채우지 못하고 내려와야 했다. KIA 벤치의 선택은 당연히 임기영이었다. 지난 4일 한화전 이후 8일 만의 등판이었다. 임기영은 5회 2사 1루에서 올라와 공 2개로 정훈을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급한 불을 껐다.
그리고 6회 구드럼, 김민석, 노진혁 3타자를 모두 헛스윙 삼진으로 솎아내며 경기를 안정 시켰다. 7회에도 올라와서 대타 고승민, 안권수, 안치홍을 모두 범타 처리했다. 2⅓이닝 3탈삼진 무실점 퍼펙트 피칭. 투구수는 27개였다.
임기영이 올라온 뒤 경기는 안정됐고 타선은 다시 한 번 폭발하며 13-5의 대승을 완성했다. 임기영은 시즌 2승 째를 수확했다.
경기 후 임기영은 “일주일 만의 등판인데 잘 쉬어서 직구에 힘이 잘 실린 것 같다. 그래서 공격적으로 투구했다. 처음엔 좀 몸이 덜 풀려 무거운 감이 있었는데 그래도 던지다 보니 적응이 됐다”라면서 “점수 차가 점점 좁혀지고 있는 상황이었고, 수비 이닝이 길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야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게 어떻게든 빨리 상황을 마무리 지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올랐다. 그 이후에도 빠른 템포로 투구하면서 빠르게 이닝을 마무리 지으려고 했다”라고 이날 등판을 마친 소감을 전했다.
올해 임기영의 이닝 당 투구수는 14.9개, 타석 당 투구수는 3.87개다. 그는 “투구 이닝에 비해 투구수가 적은 편인데, 초구는 무조건 스트라이크를 잡고 들어가려고 한다”라며 “초구에 맞으나 나중에 맞으나 맞는건 같기 때문에 항상 공격적으로 투구하고, 카운트 싸움에서 유리하면 그 때 유인구를 주로 던진다”라고 달라진 패턴을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팀이 한참 순위싸움을 하고 있는 중요한 시기인데, 팀이 이길수 있다면 어느 상황이든 나와서 팀의 승리를 지키는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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