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루 먹으면 암 낫는다”…암 환자 속여 500만원 가로챈 사기범

양방 치료 가로 막고, 자신이 만든 효소 가루 먹게 해 병세 악화
한의사도 아니면서 부황·침·뜸도 놔

단순한 효소 가루로 암을 낫게 할 수 있다며 절박한 암 환자 가족에게 500만 원을 뜯어낸 60대 사기범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4단독(판사 유동균)은 최근 보건범죄단속법 위반(부정의료업자) 혐의로 기소된 A(69)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과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A씨는 한의사도 아니면서 자신이 만든 효소 가루로 암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고 주변에 떠들고 다녔다. 이를 듣고 2016년 11월 자신을 찾아온 한 암 환자 가족에게 "효소 치료로 나을 수 있지만, 치료 효과가 있으려면 방사선 촬영·컴퓨터단층(CT) 촬영·양약 복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절박한 심정으로 매달린 가족은 환자를 병원에서 퇴원시키고 A씨에게 치료를 맡겼다. A씨는 그해 12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환자에게 여러 차례 효소 가루라는 걸 보내주고, 환자를 직접 만나 배와 등·목 부위를 누르는 방법으로 진찰한 뒤 침, 뜸, 부항을 놓기도 했다. A씨는 이 때에도 "방사선과 초음파 등은 면역력을 죽이니 절대 받으면 안 된다"라고 거듭 강요했다.

환자 측은 A씨에게 치료비와 약제비 명목으로 모두 500만 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환자는 정체불명의 치료법에 휘둘려 제때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하면서 병세가 오히려 악화했다. 검찰은 A씨가 한의사가 아닌데도 영리를 목적으로 한방의료행위를 업으로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의 무면허 의료행위로 환자는 의학적으로 검증된 항암치료를 중단해 병세가 악화했다"며 "환자와 가족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다만 환자의 요청으로 ‘효소 치료’를 하게 된 점, A씨의 범행 수익이 많지 않은 점 등을 참작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임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