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반도체법 시행 1년] “비싸다” 투덜대면서 뒤로 실리 챙긴 TSMC…삼성은 어땠나 [비즈360]

2023. 8. 13.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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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 서명 ‘칩스법’ 1년
미·중 패권경쟁에도 실속 챙긴 TSMC, 해외 투자도 활발
삼성 등 국내 기업들은 해외 진출 난맥상
국내서 대규모 시설투자 집행 “선단 공정 기술로 승부해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반도체 웨이퍼 이미지 [123RF, 게티이미지, 그래픽=김지헌 기자]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반도체산업육성법(CHIPS Act·반도체법)’이 시행된 지 1주년이 지났다. 이 기간 동안 글로벌 1위 파운드리(반도체 칩 위탁생산)인 대만 TSMC가 생산 핵심 거점을 거침없이 확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과 중국의 ‘아귀 다툼’에 끼어 관련 반도체 생산에 대한 시름이 깊어지는 동안, TSMC는 ‘알짜’ 고객사가 있는 독일과 일본으로 투자를 확장하고 2㎚(나노미터·10억분의 1m) 첨단 반도체를 자국에서 생산하기로 하는 등 실리를 톡톡히 챙기고 있는 모습이다.

삼성이 기존에 우위를 확보한 메모리 사업에서의 초격차를 유지하는 가운데, 파운드리 사업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발휘할 타이밍에 대한 전략적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3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최근 대만 TSMC는 대만 남부 가오슝에 건설하는 공장에서 최첨단 2나노 제품을 생산하기로 했다. 가오슝 공장은 기존 28나노에서 2나노 공정으로 설계가 변경될 예정으로, 2025년 양산이 목표다.

이로써 TSMC는 2나노 공정을 대만 신주과학단지와 가오슝 공장에서, 3나노와 5나노 공정을 남부 타이난의 남부과학단지에서, 7나노 공정을 중부과학단지에서 각각 진행할 예정이다.

이같은 TSMC의 자국 공장 건설 발표는 그동안 제기된 TSMC의 ‘탈대만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로 평가된다. 대만의 첨반 반도체 시설이 대만을 벗어날 경우 중국과의 지정학 긴장관계를 부채질하는 셈이란 우려 때문이다. 대만 내에선 이번 2나노 공장 건설을 중국에 대한 ‘실리콘 방패’ 구축으로 평가한다.

TSMC의 첨단 반도체 공장 구축은 자국에서만 진행되는 게 아니다.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패권에 부응하면서도, 실리를 추구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는 평가다.

모리스창 TSMC 창업회장과 TSMC 건설 현장 모습[그래픽=김지헌 기자]

앞서 미국 백악관은 9일(현지시간) 반도체법 시행 1년 만에 기업들이 반도체·전자제품에 대한 1660억달러(약 219조원)의 투자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이어 “반도체법 시행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면서도 반도체 공급망을 미국 내로 가져오는데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첨단 반도체 기업들에게 보조금 등을 지급하고 이들이 미국에 공장을 짓도록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는 자평이다.

실제로 지난 8월 초 이후 TSMC는 미국과의 공조 ‘시그널’을 분명히 하면서, 생산 공장을 공격적으로 확장 중이다. 앞에서는 모리스창 TSMC 창업 회장이 “미국에서 공장을 짓는 것은 가격이 너무 비싸다”며 노골적으로 몇 차례 불만을 드러내긴 했으나, 뒤에서는 관련 투자의 고삐를 죄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2월 TSMC의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서 진행된 장비 반입식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이 참석하자 TSMC는 애리조나에 두번째 공장을 지으며 총 투자액을 400억달러(약 52조9000억원)로 늘릴 계획이라고 ‘깜짝 발표’를 하기도 했다.

당초 TSMC는 내년 1기 공정 시설 가동을 시작해 4~5나노 칩을 생산한 뒤 2026년 두 번째 공장을 완공해 3나노 칩을 생산할 계획을 세웠다. 최근 1기 공정이 인력 부족으로 1년 가량 늦춰질 예정이지만, 큰 틀에서 예고된 사업을 실행 중이란 설명이다.

일본 구마모토의 TSMC 공장 건설 현장[교도통신]

독일과 일본으로 반도체 생산 공장을 확장하며 차량용 반도체와 이미지센서 고객사를 장악하려 한 모습도 ‘영리한 전략’으로 평가된다. 양국에 대한 투자는 유럽연합(EU)과 일본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절차이긴 하지만, 크게 보면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연합체’를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읽힌다.

최근 TSMC는 독일에 조인트벤처(JV)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데 최대 34억9900만유로(약 5조497억원)를 투자하는 안건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TSMC가 유럽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독일 동부 작센주의 드레스덴에 들어서는 TSMC 공장은 독일 자동차 부품업체 보쉬, 반도체기업 인피니언, 네덜란드 반도체기업 NXP 등과 함께 합작 투자를 한다.

일본에선 이미지센서 세계 1위 소니가 이미 공장을 가지고 있는 일본 구마모토에 TSMC가 새로운 공장을 건설 중이다. 류더인 TSMC 회장은 지난 6월 일본 구마모토에 두번째 공장도 건설할 생각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삼성 등 국내 기업들의 해외 투자는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메모리 글로벌 리더 기업인 삼성의 경우 주요 시장인 중국에 대한 미국의 수출 통제 기조가 지속되며 불확실성이 커진 모습이다. 첨단 D램과 낸드 관련 메모리 시장의 악화가 지속되며 회사 실적 부진까지 겹쳤다.

삼성 입장에선 ‘현금 실탄’을 마련했음에도 애를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 테일러시 공장 완공을 앞두긴 했으나, 지난 1년간 글로벌 양산 공장 거점을 추가로 확보하진 못한 상태다.

삼성의 경우 메모리 사업을 통해 번 돈으로 메모리와 파운드리 사업을 동시에 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으로 평가된다. 아시아보다 비싼 땅인 미국과 유럽에 진출해 공장을 건설하면서도, 이 투자에 걸맞는 대규모 칩 고객사를 끌어들여야 하는 부담을 진다. 여기에 국내 투자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원하는 여론 역시 여전하다. 국내 투자를 신경 쓰면서도, 해외 고객사를 유치하기 위한 새 거점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메모리 시장 악화까지 겹치는 등 말 그대로 ‘엎친 데 덮친 격’인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은 올해 사상 최대 투자를 지속하면서 반등을 노리고 있다. 해외로 진출하지 못하고 국내 또는 기존의 투자 지역을 확장하는 수준이라는 아쉬움은 있지만, 상반기 시설투자에만 25조3000억원을 쓰는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 중 1위 수준에 달하는 투자를 집행 중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TSMC의 해외 투자와 비교하면, 삼성과 간극이 있다”면서 “메모리 시장 악화로 인해 공격적 투자가 쉽진 않겠지만, 2나노 등 선단 공정 기술로 TSMC를 앞서면서 향후 글로벌 투자 확대 기회를 노린다면 시스템반도체 사업의 역량을 더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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