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로 읽는 과학] 호주 생태계 지키려면 원주민 지식 동원해야

문세영 기자 2023. 8. 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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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학술지 '사이언스'의 이번 주 표지에는 호주의 숲을 배경으로 한 사진이 실렸다.

과학자들은 사이언스를 통해 "호주 원주민들이 환경 보호자이자 돌보미 역할을 해왔는데, 호주의 식민지화로 이러한 권리가 박탈됐다"고 지적했다.

베로니카 매튜 시드니대 농촌보건연구소 교수는 사이언스를 통해 수천 년에 걸쳐 형성돼온 호주 생태계를 지키려면 호주 원주민 관점에서 그들이 주도해온 기후 및 건강 이니셔티브를 과학자들이 검토하고 연구하는 분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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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학술지 ‘사이언스’의 이번 주 표지에는 호주의 숲을 배경으로 한 사진이 실렸다. 푸른 나무로 가득한 숲 이곳저곳에는 불씨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상공에는 헬리콥터 한 대가 날고 있다. 소이탄(가연성 물질을 쏘는 포탄)을 공중에서 떨어뜨려 불을 내는 모습이다. 호주 원주민들은 산불을 통제하기 위해 작은 불을 내는 전략을 사용했는데, 이러한 원주민의 지혜를 빌려 산불을 통제하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의미를 담았다. 

사이언스는 이번 주에 ‘호주 환경 변화’ 특별 호를 마련했다. 호주는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건조한 생태계를 유지하며 독특한 생물 다양성을 형성해왔다. 하지만 지난 수백 년간 유럽인들의 이민 물결이 이어지면서 호주 환경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호주에 사는 식물과 동물 종은 이민자와의 동반에 적응하지 못했고 결국 많은 종이 사라졌다.

과학자들은 사이언스를 통해 “호주 원주민들이 환경 보호자이자 돌보미 역할을 해왔는데, 호주의 식민지화로 이러한 권리가 박탈됐다”고 지적했다. 원주민들은 땅을 관리하는 지혜가 있었지만 이를 무시한 유럽 이주자들로 인해 생물 다양성이 상실되고 산불, 홍수, 해양 생태계 파괴 등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M.J.S 보먼 태즈메이니아대 자연과학대 교수 연구팀은 이번 호를 통해 식민지 이전의 화재 관리 시스템을 재현하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지난 2019~2020년 발생한 전례 없는 대규모 호주 산불은 유칼립투스 숲의 20%를 태웠고, 다양한 동식물종 서식지를 망가뜨렸으며, 이로 인해 호주는 생태적 붕괴 위기에 놓였다. 연구팀은 숲이 탄소 흡수원에서 이산화탄소 공급원으로 전환돼 기후 변화를 더욱 증폭했고 이로 인해 사람도 가옥 파괴, 건강 피해 등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유럽인들이 정착하기 전 원주민들은 작은 불을 빈번하게 지르며 토지를 관리해왔다. 유칼립투스 등 가연성이 있는 초목들에서 큰불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작은 불로 주변 가연성 물질을 제거하는 관행이 있었다. 연구팀은 식민지 과정에서 사라진 이 같은 화재 관리 체계를 재현하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호주 산불을 지속 관리 가능한 상태로 만들려면 공간 패턴과 범위, 빈도 등에 맞춰 작은 산불을 놓는 전략을 체계적으로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에린 오도넬 멜버른대 로스쿨 교수가 호주는 담수 생태계 위기에 처했으며 지속 가능한 물 관리 전략이 필요하다는 글을 게재했고, 사라 레게 찰스다윈대 생태학과 교수는 호주 지상 생물, 특히 포유류의 다양성이 세계 평균을 크게 초과하는 속도로 빠르게 사라지고 있으며 미래 회복력을 강화하기 위한 개입이 필요한 때라는 글을 실었다. 

라인 K. 베이 호주해양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기후 변화로부터 호주 해양 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해 호주 원주민들의 지식과 전략이 필요하다는 글을 발표했다. 기후 변화를 관리하는 도구 개발을 가속화하는 연구, 거버넌스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베로니카 매튜 시드니대 농촌보건연구소 교수는 사이언스를 통해 수천 년에 걸쳐 형성돼온 호주 생태계를 지키려면 호주 원주민 관점에서 그들이 주도해온 기후 및 건강 이니셔티브를 과학자들이 검토하고 연구하는 분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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