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만 12살 초등학생도 징발…구술 이어 기록물도 발견

CBS노컷뉴스 주영민 기자 2023. 8. 13.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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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실
"송현초 졸업생 13명 근로정신대 선발" 조선총독부 기관지서 발견
日 '조선 여자 정신근로령'보다 앞선 강제동원 존재
"구술 아닌 기록물로서 13세 소녀 강제동원 자료 가치"
허종식 "인천은 일제강점기 군수공업지대…강제동원 조사 이뤄져야"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의 기관지 '매일신보'의 1994년 7월 4일자 3면에 수록된 "전별금(餞別金·떠나는 사람에게 아쉬움의 표현으로 주는 돈)을 헌납(獻納) 정신대(挺身隊)의 미담(美談)" 기사. 허종식 의원실 제공


일제강점기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강제동원을 보냈다는 기록이 발견됐다. 그동안 인천에서 일제가 만 13세 아동까지 강제동원했다는 주장은 있었지만 이를 기록물로 확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송현초 졸업생 13명 근로정신대 선발" 조선총독부 기관지서 발견


1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허종식(인천 동·미추홀갑) 의원은 "일제강점기인 1944년 인천 동구 송현초등학교(옛 송현공립초등학교) 1회 졸업생인 여학생 13명이 여자근로정신대로 일본 본토에 강제동원됐다는 기록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기록은 매일신보 1944년 7월 4일자 3면에 수록된 "전별금(餞別金·떠나는 사람에게 아쉬움의 표현으로 주는 돈)을 헌납(獻納) 정신대(挺身隊)의 미담(美談)"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기사는 인천부(仁川府, 현 인천시)의 여자 근로정신대 모집에 따라 송현국민학교 졸업생 중 27명이 응모, 13명이 합격했고, 학부모들이 축하 의미로 돈을 모아 일본에 갈 여학생 1명당 5원씩 나눠줬지만 학생들이 국방헌금하겠다며, 이 학교 이와오(岩尾) 교장에게 절차를 의뢰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매일신보는 일제강점기인 1910년부터 1945년까지 우리나라에서 발행된 일본 조선총독부 기관지다. 해당 보도는 여자 근로정신대를 우리나라 아동이 지원했다며 일제의 정책을 미화했다.

日 '조선 여자 정신근로령'보다 앞선 강제동원 존재


더욱이 일제가 당시 우리나라의 미성년 여성인력을 전쟁에 동원한다는 내용을 담은 일제의 '여자 정신근로령'은 1944년 8월 23일 공포·실시됐다. 해당 기사는 일제가 해당 정책을 공식화하기 전부터 우리나라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강제동원이 있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조선 여자 근로정신대는 '아시아태평양전쟁 말기 일제에 의해 식민지 조선에서 군수공장으로 동원된 미성년 여성인력'을 의미한다. 당시 1944~1945년 당시 10대 초중반의 여학생을 일본인 교장이나 담임선생 등이 '돈 벌고 공부도 할 수 있다'고 속여 동원했다.

허 의원은 매일신보가 같은 날 3면에 수록한 다른 기사에서는 여자 근로정신대에 동원된 서울과 인천 지역 학생들이 1944년 7월 2일 서울에서 시가행진을 한 뒤 일본을 떠났다는 내용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의 기관지 '매일신보'의 1994년 7월 4일자 3면에 수록된 "전별금(餞別金·떠나는 사람에게 아쉬움의 표현으로 주는 돈)을 헌납(獻納) 정신대(挺身隊)의 미담(美談)" 기사 본문. 허종식 의원실 제공

"구술 아닌 기록물로서 13세 소녀 강제동원 확인 자료 가치"


지금까지 일제가 인천에서 13세 소녀들을 강제동원했다는 기록은 구술 자료로만 확인할 수 있었다. 앞서 2018년에는 일제강점기인 1944년 당시 인천 송현국민학교 교사였던 와카타니 노리코씨가 보관하던 사진 자료를 민족문제연구소에 기증하면서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 여학생 7명이 근로정신대로 선발돼 일본 도야마현의 '후지코시' 공장으로 떠났다고 증언했다. 당시 그의 나이 93세였다.

후지코시는 1928년 설립된 일본의 기계 제작 기업이다. 후지코시는 미쓰비시를 포함한 일본 전범기업 중 가장 많은 1089명의 근로정신대 소녀를 데려가 급여도 지급하지 않은 채 열악한 환경에서 혹사시킨 악질기업으로 평가받는다.

2021년 동북아역사재단이 펴낸 저서 '일제의 전시 조선인 노동력 동원'에는 1932년생 박임순 할머니가 "1944년 인천 송현국민학교 6학년 때 교장이 근로정신대로 2년 갔다 오면 고등학교 졸업장을 준다고 회유, 인천에서 1차로 50명이 동원됐다"고 증언했다.

일제강점기인 1944년 9월 당시 인천 송현국민학교 교사였던 와카타니 노리코씨가 보관하던 사진 자료. 이 학교 6학년 여학생 7명이 일본에 강제동원되기 전 교사와 학생들을 촬영한 기념 사진. 허종식 의원실 제공

허종식 "인천은 일제강점기 군수공업지대…강제동원 조사 이뤄져야"


근로정신대는 일본에서 노역을 마치고 온 여성을 의미한다. 2000년대 초반부터 피해자 조사가 이뤄졌지만, 근로정신대라는 표현이 자칫 위안부와 비슷해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인천은 송현국민학교 근로정신대를 비롯해 어린 학생들을 강제동원한 대표적인 도시로 꼽히고 있어, 관련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944년 공포된 '학도동원비상조치요강'(1944년 3월 18일)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적용된 곳도 '인천육군조병창'이었다.

허종식 의원은 "초등학교 정도 교육을 받은 여학생은 '여자 정신근로령'으로, 중등학교 학생들은 '학도동원비상조치요강'으로 인천의 학생들이 국·내외로 일본의 전쟁에 동원됐다"며 "특히 동구와 미추홀구는 일제강점기 대규모 군수공업지대였는데 강제동원 실태 거의 파악되지 않아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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