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슈] 나는 여자 상주입니다

이승창, 강보경 2023. 8. 13.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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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성별에 따른 역할이 명확히 구분되어있는 의례 문화 중 하나가 장례 문화일 텐데요 생전 고인과 가까웠어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장례식에서는 소외되는 모습들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장례에서의 성 차별.

이승창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는 마지막 순간. 장례식.

장례식에서 사람들은 고인의 마지막을 추모하고 애도하며 슬퍼합니다.

우리나라 장례식에서는 성별에 따라 역할이 달라집니다.

남자가 상주를 맡아야 하고 영정사진은 여자가 들면 안된다.

장례에서 의사결정은 남자가 해야 한다 등

아버지의 임종과 장례. 그 후 이야기를 책으로 써낸 오채원 씨도 차별을 겪었다고 말합니다.

[오채원 / 작가 : 아버지를 보내드리는 준비를 할 때 제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하는 위치에 있었어요 제 남동생에게 상주 완장을 채우는 것에서부터 이게 뭔가 다르구나. 같은 상복을 물론 입고 있지만, 완장을 찬다는 거는 굉장히 상징적인 의미가 있잖아요. 대표성이 있으니까.. 남성이기 때문에 이제 우리 가족을 대표하게 되나 보다... 아예 대놓고 고모부 안 계세요?]

전통과 관행이라는 이름 아래 장례식에서 여성은 철저히 주변화 되어왔습니다.

[오채원 / 작가 : (빈소에서) 남동생이 제일 위에 있고 상석에 있고 그 다음에 동생 부인인 올케가 있고 그 다음엔 제가 서고 그 다음에 저희 어머니가 서는.. 내 위치가 여기구나 이게 우리 사회에서 생각하는 어떤 통념적인 지위 위계구나... 그걸 상조 업체에서 알려줬어요. 그렇게 서라고]

상조 회사 홈페이지에 있는 장례 정보입니다.

여자 상주는 안상주로 구분하고 남자 상주와 서는 위치도 달라집니다 복장에서도 차이가 나타납니다 상주를 나타내는 완장도 남자 상주만 차는 걸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또 다른 상조 회사에 자녀가 딸 밖에 없다고 문의를 해보니 사위나 집안에 다른 남자는 없냐는 답변이 돌아옵니다.

[상조회사 관계자 : 자녀가 딸 밖에 없다고요? 사위 있을 거 아니에요? 거기 집안에 (다른) 누가…]

1999년 대통령령으로 제정된 건전가정의례준칙에서도 상주는 배우자나 장자가 맡는다고 명시되어 있는데 강제하지 않는 가이드 라인 이기는 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에 국회에서 법령 폐지안이 발의됐지만 3년 가까이 계류 중입니다.

2020년 장례 경험이 있는 20대~50대를 상대로 조사한 설문조사를 보면 상주는 남성이 해야 한다 라는 의견에 60%가 동의하지 않았고, 성별에 따라 역할을 한정하는 현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응답자가 90%에 가깝게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장례식에서 여성의 역할 변화를 체감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김수정 / 한국여성의전화 공동사무처장 : 사실 인식을 바꾸려면 단순히 어떤 법이나 절차를 바꾸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이제 영정을 들어야 되는데 아들 나오세요 라고 하는 게 아니라 고인과 가까운 분들이 영정을 많이 듭니다. 이렇게 정확하게 필요한 역할에 맞게 정보 안내를 해주면 되는 것이죠.]

[오채원 / 작가 : (고인과 가장 가까운 사람이 중요한 역할을 맡는게) 그렇죠. 그게 상식적이고 자연스러운 생각이죠 생전 고인과 가까웠던 사람이 마지막까지 배웅하는 것이 고인에게도 남은 사람에게도 의미 있지 않을까요.]

고인을 애도하는 데에 성별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제작 : 이승창, 강보경

AD : 박채민

내레이션 : 부장원

도움: 오채원 작가, 김수정 한국여성의전화 공동 사무처장

#장례 #여자상주 #양성평등 #관혼상제 #여성의역할

YTN 이승창 (leesc7412@ytn.co.kr)

YTN 강보경 (kangbk525@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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