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폐’ 국책연구에 "입장이 없습니다"[기자의 눈]
‘은폐’ 국책연구 보고서에 모두가 속았다(경향신문 8월 4일자 11면). 은폐로 얼룩진 신약개발 국책과제(시사지 ‘주간경향’ 1540호).
수십 억원의 국가 연구비가 들어간 신약개발 국책임상연구에서 백혈병 환자들에게 제공하는 약물에 돌연변이가 발생한 중대 사실을 도보한 기사 제목이다.
취재진은 기사 보도 이후 수일 이내에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국가신약개발사업단, 임상수행 기관 등과 연락을 했다. 대부분이 미온적으로 대응하거나 아예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모두 기사 내용을 읽어서 알고 있었다.
보건복지부 대변인실은 폭염 잼버리 사태와 칼부림 난동 사건으로 해당 부서에서 바쁠 것 같아 아직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고 했다. 해당 부서와 연결도 아직 안해주고 있다.
묵현상 국가신약개발사업단장(직전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장)은 “해당 기사에 대해 특별한 견해가 없다”고 짤막하게 말한 뒤 전화를 끊은 후 기자의 후속 전화 연락에 대해 ‘받지 않거나 신호가 가면 끊어버리는’ 식으로 취재진을 피하고 있다.
임상을 수행한 대형병원 측도 “IRB자료(허가서, 보고서 등)를 검토한 결과 환자들에게 부작용 사례가 나타났다는 내용은 없다”는 입장이다. 임상시험 책임자 또한 “(기사 내용에 대해)언급할 말이 없다”는 입장을 전해 왔다.
다만 식약처는 “해당부서에서 대책을 마련해 처장에고 보고하는 절차 등을 밟고 있다”고 대변인실이 밝혔다. 해당 부서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오래된 연구과제라 내용을 파악하고 조사를 할 것인지 등에 대해 회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의 취재로 그 ‘검은 실체’가 밝혀진 ‘급성백혈병에 대한 신규 항체치료제 DNP001의 임상 1상 개발’ 국책연구는 범부처(보건복지부, 교육부, 과기부 등) 사업비 20억 2000만원을 포함해 40억 4000만원이 들어갔다. 이 연구 중간에 ‘백혈병 환자들에게 제공하는 약물에 돌연변이가 발생한 중대 사실’을 연구 관계자들이 인지하고도 1년 가까이 임상을 지속했다. 그 사실을 보건복지부, 식약처,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임상수행 기관 등 그 어느 곳에도 알리지 않았다. 2016년 8월 12일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에 제출된 연구보고서에도 돌연변이 발생 사실은 언급되지 않았다. 2015년 가을에 있었던 코스닥 상장 심사나 추가 펀딩을 위해 열렸던 2016년 기자회견 등에서도 언급되지 않았다. 여러가지 의무 규정과 관계 법령을 위반한 것이다.
‘H교수 사태’의 본질이 조작이라면 이번 사태의 본질은 은폐이다. 생명이 꺼져가는 백혈병 환자들이 17명이나 돌연변이 약물을 투여받았다. 국가연구비가 수십 억원 들어갔다. 왜들 회피하는가? 언론에서 최선을 다해 파헤친 ‘국가적 연구 비리’에 대해 책임관계자들은 호응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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