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ISSUE]주장 완장만 차면 헌신-희생 손흥민, 토트넘 위해 모든 것 바치겠다는 메시지 강렬했다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축구대표팀 주장 완장과는 다른 무게로 느껴지겠지만, 본질은 같은 손흥민의 토트넘 홋스퍼 주장 완장이다.
토트넘은 12일 오후(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손흥민이 2022-23 시즌 주장을 맡는다고 전했다. 부주장은 이적생 제임스 매디슨과 크리스티안 로메로다. 공격수인 자신이 주장, 미드필더 매디슨과 중앙 수비수 로메로가 부주장인 포지션 균형 안배의 선임이다.
프리 시즌에 주장 완장을 임시로 착용했던 사례는 있어도 시즌 전체를 맡기는 정식 주장은 그야말로 큰 믿음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한국인으로는 '영원한 캡틴' 박지성의 주장 계보를 잇는 것이다. 박지성은 2012-13 시즌 퀸즈 파크 레인저스(QPR)에 입단하면서 주장을 맡았다. 당시 '빅4' 중 하나인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출신이라는 배경에 풍부한 경기 경험이 복합 작용한 결과였다.
하지만, 시즌 중반 부상으로 이탈했고 자신에게 주장을 맡겼던 마크 휴즈 감독은 성적 부진으로 경질되며 옆에 없었다. 새로 지휘봉을 잡은 해리 레드냅 감독은 박지성 대신 수비수 클린트 힐에게 주장을 맡겼다. 박지성 입장에서는 억울했지만, 한국 선수와 유독 궁합이 맞지 않는 레드냅의 결정에 딱히 따지기도 어려웠다.
박지성과 달리 손흥민은 부담 넘치는 주장 완장을 받았다. 2015-16 시즌부터 주장을 맡았던 위고 요리스가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리면서 팀을 떠났다. 실질적 주장 역할을 맡았던 해리 케인도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했다.
2015-16 시즌부터 토트넘과 인연을 맺고 9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손흥민에게는 동기 부여 제대로 되는 시즌이다. 2014년 여름에 토트넘에 입성해 손흥민보다 더 오래 머무르고 있는 '절친' 벤 데이비스나 에릭 다이어가 선택받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케인의 이적 여부로 시끄러운 상황에서 손흥민은 동요하지 않았다. 케인이 어떤 길을 가더라도 응원할 뿐, 방향은 알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오직 케인이 좋은 선택만 하기를 지켜봤다. 영혼의 파트너로 어떤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다 알고 있기에 바라만 봤고 뮌헨행을 확인했다.
오히려 손흥민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리더, 형제, 전설"이라는 찬사와 함께 "해리, 나와 우리 팀, 팬들에게 준 모든 게 감사하고, 새로운 장에서 최고의 행운이 함께 하기를 바란다"라며 뮌헨에서의 성공을 기원했다.
떠나는 콤비에 대해서는 그리움과 기대를 동시에 표현한 손흥민은 구단 주장 완장을 찬 사진에 "이 거대한 팀의 주장이 된 것은 큰 영광이다"라며 "새 시즌, 새로운 시작이며 이 유니폼과 (주장) 완장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라는 강렬한 메시지를 남겼다. 케인의 부재로 자칫 팀 분위기가 흔들릴 수 있는 것을 말로 묶은 것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손흥민은 경기장 안팎에서 훌륭한 선도자 자질이 있고 새 주장이 되기에 이상적인 선택이다. 모두가 그가 세계 최고의 선수라는 것을 알고 있고 선수 대기실에 있는 모든 이들로부터 엄청난 존경을 받고 있다"라며 현재 토트넘의 중심임을 선포했다.
주장 선임과 함께 손흥민이 던진 메시지의 강렬함은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 출전 여부로 시끄러웠던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손흥민은 지난해 11월 초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올림피크 마르세유전에서 안면 부상을 당했고 안와 골절로 수술대에 올랐다.
의료진은 월드컵 출전이 어려울 것이라며 휴식과 포기를 권유했지만, 손흥민은 무조건 나가게 해달라며 의지를 다졌다. 수술 후 대표팀 합류 전 "지난 2년여의 시간 동안 여러분이 참고 견디며 써오신 마스크를 생각하면, 월드컵에서 쓰게 될 저의 마스크는 아무것도 아닐 것"이라며 "단 1%의 가능성만 있다면, 그 가능성을 보며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앞만 보고 달려가겠다"라며 헌신을 다짐했다.
땀이 흘러 마스크를 계속 고쳐 쓰고 시야 방해와 상대의 손짓에 움찔하면서도 16강 진출에만 공을 들였던 손흥민은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 추가시간 시작 직전 역습 상황에서 질풍 같은 드리블로 수비를 흔든 뒤 침투하는 황희찬(울버햄턴)에게 정확히 패스했다. 수비 다리 사이로 연결한 패스였고 이는 결승골이 됐다. 기적의 16강은 무조건 보여주겠다는 손흥민의 투혼과 정신력이 밑바탕이 됐다. 파울루 벤투 전 대표팀 감독은 손흥민의 집념에 진한 포옹으로 화답했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스포츠 탈장을 고백하며 수술대에 올랐던 손흥민이다. 팀에 해를 끼치고 싶지 않아 참고 뛰었던, 희생의 가치가 무엇인지 몸으로 표현한 셈이다. 아픈 몸을 안고 일곱 시즌 연속 리그 두 자릿수 골을 넣는 능력을 보여줬다. 2021-22 시즌 23골로 득점왕에 오른 뒤 반감된 활약에 영국과 토트넘 일부 팬들의 비판도 묵묵히 견뎠다는 점에서 더 놀랍다.
올 시즌 토트넘도 손흥민처럼 자존심 회복이 중요 과제다. 지난 시즌 8위로 올 시즌 유럽클럽대항전 출전이 불발됐다. 다수 언론은 토트넘의 올 시즌 성적을 잘해야 4위, 못하면 7~8위로 예측했다. 케인이 없어 골 넣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공격력 약화를 우려한다. 실제 케인은 프리 시즌 샤흐타르 도네츠크전에서 네 골을 넣으며 5-1 승리를 견인했다.
누가 케인 이상의 결정력을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전망, 분석이 분분한 가운데 손흥민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선수단을 이끄는 것에 골 결정력까지 보여줘야 하는, 팔방미인 역할을 해내야 하는 시즌이다.
이미 대표팀에서 주장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 어색함은 없지만, 선수단 융화와 새 수장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보좌까지 일이 많은 손흥민이다. 이적생들과는 늘 격의 없이 지내왔기에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리그와 리그컵, FA컵을 치르다가 A매치와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내년 1월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우승이라는 비원을 풀어야 하는 것을 빼면 부담스러운 일도 없다.
'캡틴 손'의 시대를 맞이하는 토트넘에 헌신과 희생을 앞세운 변혁이 몰아칠지, 새 시즌 프리미어리그를 바라보는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됐다. 새로운 시대를 출발하는 토트넘의 23-24 PL 1라운드 브렌트포드전은 13일 일요일 밤 10시에 시작한다. 이 경기를 포함, 토트넘의 PL과 FA컵은 스포티비 온(SPOTV ON)과 스포티비 나우(SPOTV NOW)에서 만날 수 있다.
한편, 스포티비(SPOTV)는 2023-24 PL 개막을 맞아 서울 반포동 한강 예빛섬에서 브렌트포드-토트넘 경기를 생중계로 단체 관람할 수 있는 'SPOTIME SEASON OPENING'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자세한 사항은 스포티비 홈페이지나 OTT 스포티비 나우 공지사항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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