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투자해 300층 쌓았다...2030년엔 1000층 쌓겠다는 한국의 도전 [MK위클리반도체]

오찬종 기자(ocj2123@mk.co.kr) 2023. 8. 13. 06:2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시카고 홈인슈어런스 빌딩
하늘에 도달하듯 높이 오르고 싶은 인류의 욕망은 오래전부터 존재했습니다.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바벨탑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죠.

우리가 알고 있는 마천루 경쟁의 본격적인 시작은 지금으로부터 130여 년 전부터입니다. 미국 마천루의 아버지로 불리는 기술자 출신 건축가 윌리엄 르 배런 제니가 건축 재료를 돌에서 철로 바꾸면서 높이를 비약적으로 끌어올렸습니다. 그가 1885년 홈인슈어런스빌딩(55m·12층)을 세우면서 본격적으로 고층 빌딩의 시대가 시작됐습니다.

이후 경쟁에 경쟁을 거듭해 현존하는 가장 최고층 빌딩은 2010년 개장한 UAE 두바이의 랜드마크인 부르즈칼리파(828m)입니다.

이처럼 최대한 높게 쌓고 싶다는 인간 욕망 의역사는 꼭 거대한 빌딩 건설에서만 펼쳐지는 게 아닙니다. 역설적으로 정반대로 눈으로 볼 수조차 없는 초미세영역 반도체에서도 치열한 높이의 경쟁이 펼쳐지고 있죠.

인류 최초 300단 벽 돌파한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321단 낸드
SK하이닉스는 지난주 낸드플래시에서 마의 벽으로 불렸던 ‘300단’ 고지를 세계 최초로 돌파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하면서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을 더 높은 단수로 쌓으면 웨이퍼 한 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전체 용량이 그만큼 늘어나게 됩니다. SK하이닉스는 321단 낸드 완성도를 높여 2025년 상반기부터 양산할 계획이다.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메모리 반도체입니다. 셀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데이터 용량을 늘리는 적층 기술이 경쟁력의 핵심 요소죠. 이 때문에 메모리 업계에서는 최근 초고층 낸드 쌓기 기술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수직 낸드의 아버지 삼성전자
마천루의 시작에 건축가 윌리엄 르 배런 제니가 있었다면 고층 낸드의 아버지는 삼성전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전까지 수평으로 만들던 낸드를 2013년도 처음으로 24층 수직으로 쌓았죠. 2013년 당시 아래 매일경제의 기사를 보시면 얼마나 혁신적인 평가를 받았는지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때 이후 100층을 쌓아 올릴 때까진 삼성전자가 신기록을 도맡아서 세워 나갔습니다. 하지만 이후 SK하이닉스 등 경쟁자들이 성과를 내기 시작했죠.

삼성과 SK하이닉스의 양강 구도였던 판에 미국 마이크론이 작년 7월 기습적으로 200단 이상 낸드를 출하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습니다. 마이크론에 이어 삼성전자는 같은 해 11월 236단 낸드 양산을 시작했습니다.

SK하이닉스도 작년 8월 238단 낸드 신제품을 공개해 주목받았습니다. 이어 1년 만에 다시 자체 신기록을 경신하면서 ‘K-메모리 반도체’의 기술 초격차를 입증했습니다.

실제 300단 최초 양산 누가 최초가 될까?
이제 관전 포인트는 과연 누가 300단 고지를 가장 먼저 양산하는 데 성공하느냐 입니다. 단순 기술적 성과를 넘어 수율과 판매 부가가치를 확보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일단 업계 시장 점유율 1위는 삼성전자는 미세 공정에서 압도적 원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단순한 적층 경쟁은 무의미하다는 입장입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이 72단 제품부터 더블 스택을 적용한 것과 다르게, 128단 제품까지 싱글 스택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스택은 가장 아래에 있는 셀과 맨 위층에 있는 셀을 하나의 묶음(구멍 1개)으로 만든 것을 뜻합니다. 셀을 묶는 구멍을 적게 뚫을수록 전송 속도가 빠르고 비용도 덜 듭니다. 삼성전자의 압도적인 원가경쟁력의 비결입니다.

삼성전자는 원가경쟁력을 확보한 상태에서 내년까지 9세대(300단 이상) 낸드를 양산하고, 2030년까지 1000단 낸드를 개발하는 목표입니다. SK하이닉스가 2025년도 상반기 321단 제품 양산을 목표로 내세운 만큼 실제 300단 이상 제품의 양산 시점은 삼성전자가 조금 더 빠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또 다른 다크호스인 미국 마이크론은 내년 이후 300단 이상 제품을 공개할 것으로 예고한 상태입니다.

기술 경쟁의 승패에 따라 시장 점유율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 34.0%, 키옥시아 21.5%, SK그룹(SK하이닉스+솔리다임) 15.3%, WD 15.2%, 마이크론 10.3% 등입니다.

*세줄 요약* 메모리반도체인 낸드플래시에서 고층 신기록 경쟁이 펼쳐졌다. SK하이닉스가 세계최초로 300층 이상 제품을 개발했다. 삼성전자도 내년도 양산을 예고하면서 경쟁이 치열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기업들부터 TSMC와 인텔까지! 글로벌 산업의 핵심인 반도체 기업들에 관한 투자 정보를 매주 연재합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시면 소식을 놓치지 않고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