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정부, 군대 거느린 보험사 꼴 나나"...국채 이자 내느라 쓸 돈이 없다
미국 재정적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연방정부가 2030년대에는 '군대를 거느린 보험회사' 꼴이 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이하 현지시간) 경고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1일 미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강등하면서 뒤늦게 나마 미 재정적자 부담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경고가 나왔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뒤늦은 신용등급 강등에 대해 '이상하다'고 비판하고, 상당수 투자자들도 크게 충격 받지 않았지만 이번 등급 강등은 미 국채 운용방식에 대한 뒤늦은 경종이라고 WSJ은 지적했다.
재정적자 한도증액 협상이 수시로 벼랑 끝 협상으로 치닫고,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면서 막대한 재정적자 부담이 현실이 되고 있지만 정치권이 지나치게 느긋하다고 WSJ은 비판했다.
등급 강등이라는 경고가 나왔지만 여전히 대응은 없다는 것이다.
적자 문제를 등한시하는 정치권의 태도는 투자자들에게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
미 국채 투자 수익이 다른 자산에 비해 형편없다.
뉴욕대(NYU) 재무학 교수 아스와스 다모다란에 따르면 1928년 미 3개월 만기 국채, 신용등급이 중단 단계인 회사채, 그리고 주식에 투자했을 경우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한 평가액은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94년 전 100달러를 3개월물 국채에 투자했을 경우에는 지난해 말 평가액이 고작 2141달러에 불과하다. 21.41배 수익률이다.
회사채는 같은 기간 4만6379달러로 평가액이 불어난다.
가장 성과가 좋은 투자는 주식 투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를 기준으로 98년 전 100달러를 투자했을 경우 지난해 말 평가액이 62만4534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6245.34배 수익률이다.
주식 투자가 국채 투자에 비해 수익률이 291배 더 높았다는 뜻이다.
투자자들은 미 국채에 대해 이전만큼 높은 신뢰를 갖지 않고 있고, 투자도 줄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일본은행(BOJ)이 지난달 말 자국 국채 수익률 변동폭이 확대되는 것을 허용하겠다며 사실상의 금리인상을 추진하면서 미 국채 인기는 더 시들해졌다.
미 국채 최대 투자자들인 일본 투자자들 일부가 일본 국채 수익률이 오르자 미 국채를 팔고 일본 국채를 사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투자자들 사이에 인기가 시들해지기 시작했지만 미국의 국채 발행은 급격하게 늘고 있다.
미 연방정부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테러와의 전쟁', 2008년 세계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적자가 급격히 늘었고, 이에따라 국채 발행 규모도 폭증했다.
미 재무부는 앞으로 수개월간 국채 경매 규모를 대폭 늘리기로 했다.
지난해 연준이 가파른 금리인상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높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속에 연준이 금리를 끌어올리기 시작하면서 얘기는 달라지고 있다.
40여년 만에 가장 높은 금리로 인해 미 정부의 국채 이자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미 국채 부담은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미 의회예산국(CBO)는 오는 10월 마감하는 2023 회계연도에 미 부채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을 웃돌 것으로 비관했다.
이에따른 이자 부담은 엄청나다.
국방비를 제외한 행정부의 재량적 지출 예산 4분의3을 이자로 지출해야 한다. 2031년에는 이자 지출이 행정부 재량지출 예산과 맞먹을 것으로 CBO는 추산했다. 이자를 내고 나면 쓸 돈이 없다는 의미이다.
노인의료보장(메디케어), 사회보장, 군사비 지출 등 고정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예산 지출을 제외하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거의 없다는 뜻이다.
WSJ은 이렇게 되면 미 연방정부가 '군대를 거느린 보험회사'와 다를 바 없게 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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