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렌토,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변태 메기’ 신형 싼타페 복수혈전 [세상만車]
벤츠와 BMW, 서로에 ‘메기
싼타페·쏘렌토 ‘도전과 응전’
신형 싼타페 가상대결 ‘승리’
생물학 분야에서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출처가 불분명한데다 메기는 민물에 살고 청어는 바다에 살기 때문에 비유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있기 때문이죠.
노르웨이가 아니라 영국, 메기가 아니라 바닷물고기인 물메기라고 풀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출처 불명과 비유 오류와 상관없이 메기 효과는 경영·경제 분야에서는 종종 사용됩니다.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반복”이라고 강조한 20세기 대표 역사가인 아놀드 토인비 덕분입니다.
토인비는 “좋은 환경보다 가혹한 환경이 오히려 문명을 낳고 인류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된다”며 메기 효과를 자주 인용했습니다.
국내에서도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 1993년 ‘메기론’을 설파한 이후 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적절한 위협요인과 자극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메기 효과를 통해 또 다른 메기가 생기기도 합니다. 메기에 잡아먹히기 않으려 기를 쓰며 살아남아 더 강력해진 청어가 메기로 ‘변태’(變態)합니다.
원조 메기와 변태 메기는 다른 청어들을 잡아먹습니다. 메기 두 마리가 남아있는 먹잇감들을 두고 경쟁하면서 수족관 세상을 주도합니다.
‘원조 메기’ 애플이 아이폰을 내놨기에 삼성이 갤럭시를 선보일 수 있었죠. 삼성 갤럭시가 청어에서 메기로 거듭나자 스트레스를 받은 아이폰은 더욱 진화했습니다. 아이폰의 진화는 갤럭시에 또다시 자극이 됐죠.
아이폰과 갤럭시를 앞세워 메기가 된 애플과 삼성은 서로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 났지만 사실상 서로에게 가장 필요한 존재가 됐습니다.
두 브랜드 제품 간 도전과 응전으로 다른 브랜드 제품은 뒷전으로 밀려납니다. 애플과 삼성은 ‘적과의 동침’ 효과를 톡톡히 누리는 셈입니다.
메기가 없다면, 메기가 한 마리뿐이라면 어떻게 될까요. 선택의 여지가 없는 독점이나 독과점이 좋을까요. 독점과 독과점은 혁신보다는 소극적 개선, 최선보다는 차선, 차선보다는 차악을 선택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매너리즘에 빠뜨리고 경쟁력도 약화시킵니다. 외부 경쟁자에 취약한 구조가 됩니다.
토인비는 찬란했던 고대 마야 문명이 멸망했던 이유도 오랫동안 외부의 적이 없어 갑작스럽게 닥친 시련에 취약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죠.
먹잇감이 충분하고 천적도 없던 낙원에서 살아 날아다닐 필요성을 못 느낀 도도새가 멸종된 이유도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포식자 때문입니다. ‘도도새의 법칙’이죠.
메기끼리 ‘담합’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메기 후보군이 있다면 소비자들에게도 이득입니다. 한 마리가 압승했다면 느끼지 못할 ‘애정공세’ 때문이죠.
두 브랜드는 각각 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를 앞세워 글로벌 프리미엄 E세그먼트 세단 시장을 장악했습니다.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시장을 주도했습니다.
벤츠와 BMW는 2010년대 이후 대세가 된 SUV 시장에서도 각각 벤츠 GLC·GLE와 BMW X3·X5 등으로 ‘양자택일’ 존재가 됐습니다.
벤츠와 BMW라는 메기 두 마리에다 호시탐탐 메기로 변태할 기회를 노리는 아우디, 다른 수족관에서 메기가 된 폭스바겐과 포르쉐 덕에 ‘독일차 전성시대’가 열렸습니다.
현대차가 1997년 IMF 구제금융 이후 부도난 기아를 인수했을 때 카니발라이제이션(시장잠식)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서자인 기아가 적통인 현대차를 도와주는 역할에 머물려 존재감을 잃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습니다.
결과적으로 현대차와 기아는 ‘따로 또 같이’ 전략으로 두 마리 메기가 돼 현대차그룹을 글로벌 브랜드로 키웠습니다.
기아는 현대차에 인수된 뒤 청어가 될 위기에 처했지만 결국 메기로 화려하게 변태했습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005년 기아차 사장으로 취임한 뒤 진행한 ‘디자인 경영’ 전략이 통했기 때문이죠.
2000년대 초반까지 기아는 현대차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키지 못하면서 위기에 처했습니다. 정의선 사장은 ‘체질 개선’을 통해 위기를 돌파했습나다.
정의선 사장은 현대차와 차급도 성능도 비슷하다면 ‘디자인’에서 차별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현재 ‘디자인 기아’는 현대차에 맞먹는, 때로는 현대차를 이기는 메기로 변태했습니다.
쏘렌토는 메기가 되지 못한 채 싼타페가 1위가 되도록 지원하고 자극만 하는 ‘넘버2’에 머물렀습니다. 르노코리아 QM6, 쉐보레 이쿼녹스의 공격이 싼타페에 미치지 못하도록 방어하는 역할도 수행했죠.
2020년 ‘디자인 기아’의 역작인 신형 쏘렌토가 나온 뒤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신형 쏘렌토가 메기로 변태했기 때문이죠. 오히려 ‘원조 메기’ 싼타페보다 더 강력해졌습니다.
2018~2022년 판매실적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통계를 사용하는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싼타페는 2018년에는 10만대 넘게 판매되며 ‘국민 SUV’ 대접을 받았습니다. 판매대수는 10만6428대에 달했습니다.
쏘렌토는 6만8215대 팔렸습니다. 3만2663대 판매한 QM6를 이겼지만 2위에 그쳤습니다.
2019년에는 QM6의 반격에 싼타페와 쏘렌토 모두 판매가 감소했습니다. 그래도 싼타페는 판매대수 8만6913대로 1위 체면을 지켰습니다. 쏘렌토는 5만2663대, QM6는 4만6952대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쏘렌토는 2021년에는 7만18대, 지난해에는 6만8220대 판매하면서 3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켰습니다. 싼타페는 각각 4만1739대, 2만8205대 판매되는 데 그쳤습니다. 각각 3만8031대, 2만7962대 팔린 QM6와의 격차도 크게 줄었습니다.
싼타페가 쏘렌토에 압도적으로 지면서 현대차도 그랜저도 덩달아 망신을 당했습니다. 쏘렌토가 그랜저를 잡고 마침내 ‘국민차’가 됐기 때문이죠.
싼타페는 1년 전 출시된 KG모빌리티(구 쌍용차) 토레스에도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습니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토레스는 1년 동안 4만7554대 팔렸습니다. 7만3590대 판매된 쏘렌토에 이어 중형 SUV 2위를 기록했습니다. 싼타페는 3만2356대로 3위로 밀려났습니다.
모욕감은 자극이 됐습니다. “지금까지 이런 싼타페는 없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환골탈태했습니다. 쏘렌토가 ‘원조 메기’ 싼타페의 변태를 이끌어낸 셈입니다. 쏘렌토 탓이자 덕이죠.
응전에서 도전으로 입장 바뀐 신형 싼타페는 출시 전부터 돌아온 변태 메기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직영중고차 플랫폼 K Car(케이카)는 지난달 27일 올해 하반기 출시예정 신차에 대한 선호도 조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번 조사는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프로를 통해 전국 30~49세 남녀 81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습니다. 케이카 신차 선호도 조사는 출시 후 인기로도 이어진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신뢰도가 높습니다.
케이카가 양자 대결 구도로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중형 SUV 부문에서는 기존 모델에서 완전변경된 현대 디 올뉴 싼타페가 61.7%를 기록했습니다. 부분변경 모델로 출시예정인 신형 쏘렌토에 압도적 승리를 거뒀습니다.
싼타페 승리 비결은 ‘디자인’ 때문입니다. 기존 모델이 디자인 선호도에서 경쟁 모델에 밀렸던 점을 고려하면, ‘디자인 반격’에 성공했다는 뜻이죠.
유종별 선호 모델을 묻는 질문에서도 신형 싼타페가 전체 내연기관 모델과 하이브리드 모델 1위 자리를 모두 차지했습니다.
선호도는 31.2%와 27.4%로 조사됐습니다. 신형 쏘렌토는 각각 23.8%와 25.5%로 2위를 기록했습니다.
분명한 것은 메기 효과, 도전과 응전이 싼타페와 쏘렌토의 진화와 혁신을 이끌었다는 사실입니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금상첨화’입니다.
반대로 토레스와 QM6 등 다른 경쟁차종에는 ‘설상가상’입니다. 가성비(가격대비성능) 외에는 승부수가 없는 악몽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고르는 기쁨이 골라야 하는 고민을 넘어 ‘고통’으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
차라리 선택의 여지없이 메기 한 마리만 있을 때가 나을 수도 있습니다. 두 차종 모두 가질 수 없다면 ‘양자택일’ 선택이 주는 고통이 커질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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