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1발로 적 보급로 초토화…한국도 가진 ‘첨단 미사일’ 위력은 [박수찬의 軍]
전쟁터에서 적군의 후방을 타격해 전쟁의 판도를 뒤집으려고 했던 시도는 과거부터 꾸준히 이어졌다.
후방을 공격하면 적군의 사기를 꺾을 수 있고, 보급에도 차질을 빚게 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특공대를 침투시켜 도로나 보급기지를 타격하는 등의 전술이 쓰인 이유다.
하지만 이보다 더 강력한 독일산 타우러스 미사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서방에서 제기된다. 한국 공군도 운용중인 타우러스는 다른 공대지미사일보다 더 강력한 위력을 지니고 있어 실제 지원 시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보급로 파괴·타격범위 확대 효과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부터 독일은 중화기 지원에 소극적이었다. 미국이 에이브럼스 전차를 지원하기로 하자 레오파르트 전차와 자주포 등을 보냈지만, 타우러스 미사일은 우크라이나 정부의 요청에도 확전 가능성을 이유로 지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영국과 프랑스가 타우러스와 유사한 무기인 스톰 쉐도우, 스칼프 공대지미사일을 지원하자 독일 정치권에서도 타우러스 지원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안드레아스 슈바르츠 사회민주당(SPD) 의원은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가 설치한 지뢰밭을 넘어서 영토를 탈환하도록 할 수 있는 것은 타우러스 같은 미사일뿐”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주장이 나오는 것은 타우러스 미사일이 그만큼 강력한 위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영국과 프랑스가 지원한 스톰 쉐도우와 스칼프는 우크라이나 공군의 유일한 전폭기 부대인 제7전술항공여단 소속 수호이-24에서 쓰이고 있다. 이를 통해 수호이-24는 전선에 근접하지 않고도 러시아군 후방 점령지를 공습할 수 있다.
최근에는 헤르손주와 러시아가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름반도를 잇는 촌가르 다리를 공습했다. 촌가르 다리는 크름반도와 우크라이나의 다른 지역을 연결하는 교량으로, 우크라이나 남부를 점령하고 있는 러시아군의 주요 보급로다.
수호이-24가 수행하는 장거리 미사일 공격은 러시아군 방공망 위협에서 벗어나 안전하게 공습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그 결과 수호이-24는 올해 들어 피격된 기체가 거의 없다.
러시아군은 제7여단과 수호이-24를 무력화하고자 미사일과 폭격기를 더 많이 투입하고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 내 다른 전략 표적이 공격받을 위험을 다소나마 낮춘다.
스톰 쉐도우와 스칼프도 한계가 있다. 우크라이나에 제공된 것은 사거리가 다소 짧은 종류다.
교량 공격의 효과도 제한적이다. 교량의 첫 번째 층은 관통하지만, 교량 구조에 치명적 타격을 입히지 못해 단기간 내 복구가 이뤄진다.
우크라이나군이 스톰 쉐도우로 촌가르 다리를 계속 공습하고, 크름대교에 SA-5 지대공미사일을 지대지 방식으로 쏘면서 무인잠수정을 투입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타우러스는 현재 운용중인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중에서 가장 강력한 관통력을 지닌다.
타우러스는 지하 깊숙한 곳의 벙커나 강화 콘크리트로 만든 시설을 파괴하고자 개발됐다.
이를 위해 타우러스 미사일은 메피스토(MEPHISTO)라는 특수 폭탄을 장착한다. 관통탄두와 침투탄두로 구성된 메피스토는 지능형 신관을 사용, 표적 특성에 맞게 적절한 시점에서 폭탄이 터진다.
지하 시설 공격 시 관통탄두가 먼저 폭발, 침투탄두를 지표면 아래로 파고들게 한다. 지능형 신관이 지하 시설 내 빈 공간을 인식, 침투탄두 폭발을 늦춘다. 이후 폭발할 시점에서 침투탄두가 터진다. 지상 표적은 관통탄두와 침투탄두가 동시에 폭발, 목표물을 파괴한다.
이같은 특성을 교량 파괴에 활용하면 스톰 쉐도우보다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교량의 상판을 겨냥해 타우러스를 쏘면, 관통탄두가 터지면서 상판을 부수고 침투탄두가 파고든다. 이후 지능형 신관에 의해 침투탄두가 교량 내 빈 공간을 지나간 후 교량의 하부 콘크리트 부분에 도달하면서 폭발한다.
메피스토는 최대 6m 두께의 강화 콘크리트를 관통한다. 상판과 교각을 함께 겨냥해도 큰 파괴력을 낼 가능성이 높다. 교각이 부서지면 교량은 단기간 내 복구가 어렵다. 우크라이나가 타우러스 지원을 요청하는 이유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한국군은 2010년대 350여발의 타우러스를 도입, F-15K 전투기에 탑재하는 방식으로 운용하고 있다.
북한이 2016년 외무성 성명을 통해 타우러스 제작국인 독일에 수출 중단을 요구할 정도로 타우러스는 상당한 대북 억제력을 발휘하는 위력을 지녔다.
현재 타우러스는 지하에 있는 북한 핵·미사일 관련 시설과 전쟁지도부 등을 타격하는 용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높은 수준의 정확도와 관통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적절하다는 평가다.
이외에도 타우러스가 북한군의 보급로를 타격하는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명중률이 높은 전술지대지유도무기(KTSSM)는 북한 장사정포가 숨어있는 갱도진지를 파괴해야 한다. 현무-3 순항미사일은 강화 콘크리트나 지하 벙커 파괴 능력이 타우러스보다는 낮다.
현무-4, 고위력 탄도미사일은 지하에 있는 북한 핵·미사일 시설과 전쟁지도부 등을 공격해야 한다. 내륙 지역에 있는 북한군 보급로를 타격하기에는 여유가 없다.
한국군 탄도미사일 명중률이 높지만, 민가와 인접한 교량 공격에 탄도미사일을 사용하는 것은 부수적 피해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장거리 타격수단이 많지 않은 우크라이나와 달리 한국군은 육군 탄도·순항미사일과 해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타격수단이 많다.
육군 및 해군의 미사일 전력이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고 전략적 타격에 집중하면, 타우러스가 북한 내륙의 주요 보급로에 있는 교량을 파괴해서 장기간 복구를 어렵게 할 수 있다. 교량의 정상 운용이 어려워지면 북한 교통망을 마비시키는 효과가 있다.
탄도미사일로 파괴하려면 여러 발을 쏴야 하지만, 타우러스를 쓰면 한 발로 교량을 무력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병참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군대는 스스로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교량 파괴가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이유다.
이는 북한에 군사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전선과 후방 지역에 있는 부대와 방공전력 배치 등에 변화가 불가피하다.
항공기에서 발사돼 수백㎞를 날아가는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은 적 후방의 전략시설을 타격, 전쟁에 큰 영향을 미친다.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지원을 받아 공대지미사일을 운용하면서 러시아군 후방에 대한 위협이 커진 것이 대표적 사례다.
한국군도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을 반영,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의 성능과 운용 방법 등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크라이나와 달리 다양한 종류의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의 운용 방법에 변화를 시도할 여유가 있다.
거액을 들여 도입한 타우러스를 현명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찾는다면, 한국군 전투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군 당국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린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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