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빅테크 韓시장 잠식…카톡-유튜브 월 사용자 역대 최소차
OTT·SNS·클라우드 시장 이미 넘어가…"디지털 정보 주권 '빨간불'"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구글을 비롯한 미국 빅테크의 한국의 정보기술(IT) 플랫폼 시장 잠식이 가속화하고 있다.
13일 모바일 빅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카카오가 운영하는 메신저인 카카오톡의 MAU(월간 실사용자 수)는 4천155만8천838명으로 1위를 기록했지만, 2위인 구글의 유튜브(4천115만7천718명)와의 차이는 40만1천120명에 그쳤다.
MAU는 한 달에 최소 1차례 서비스를 쓴 이용자 수를 의미하는데, 올해 들어 카카오톡과 유튜브의 MAU 차이가 5개월 연속 감소하며 지난 5월 50만명대로 좁혀졌다가 지난달 40만명대까지 줄어든 것이다.
2020년 5월 스마트폰 양대 운영 체제인 안드로이드(구글)와 iOS(애플)를 통합한 모바일인덱스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래 역대 월간 최소 격차다.
이런 추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연내에 유튜브가 '국민 메신저'인 카톡의 MAU를 추월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같은 흐름을 만든 큰 요인은 30대 사용자의 선호가 바뀐 데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종래 연령대별 MAU는 10대 이하와 20대의 경우 유튜브가, 30대 이상의 경우 카톡이 1위인 경향을 보였으나 지난 5월과 지난달에는 유튜브가 30대의 MAU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튜브가 음원 시장에서 국내 최대 플랫폼인 카카오의 멜론을 빠른 속도로 추격하는 점도 눈에 띈다.
지난달 국내 모바일 음원 시장의 MAU는 1위인 멜론(665만1천897명)과 2위인 유튜브뮤직(580만7천421명) 차이가 84만4천476명에 불과했다.
월간 기준 두 플랫폼의 MAU 차이가 100만명 아래로 좁혀진 것은 지난달이 처음이다. 유튜브뮤직의 사용자 수 점유율(25.3%)도 25%를 처음 돌파했다.
유튜브는 이미 국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월간 총사용 시간과 활성 기기 대수 지표에서는 오래전에 국내 대표 메신저와 포털 서비스 플랫폼인 카톡과 네이버를 앞지른 상태다.
지난달 국내에서 모바일로 유튜브를 본 총사용 시간은 약 15억2천920만 시간으로, 2위 카톡(약 5억1천876만시간)과 3위 네이버(약 3억4천554시간)의 각각 2.9배, 4.4배에 달했다.
활성기기대수 순위는 유튜브(4천195만1천522대), 지메일(4천193만3천632대), 포털 구글(4천178만2천931대), 크롬(4천177만8천247대), 구글지도(4천158만5천710대)에 이어 카톡(4천41만5천882대)과 네이버(3천959만3천651대) 순이다. 국내 토종 플랫폼 양대 산맥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구글에 완전히 밀리는 양상이다.
웹 기반 검색엔진 시장도 그간 국내에서 절대 강자였던 네이버의 점유율이 50%대로 떨어진 반면, 구글은 30%대로 올라섰다.
이 밖에 국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장은 넷플릭스,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시장은 인스타그램(운영사 메타), 클라우드 시장은 아마존웹서비스(AWS)에 이미 1위를 내줬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미국 빅테크의 대한민국 안방 IT시장 잠식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며 "국경 없는 온라인 사업의 특성에 더해 AI(인공지능) 초거대 언어모델의 등장으로 이런 현상이 더욱 빨라지면서 디지털 정보 주권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진단했다.
이같은 상황이 초래된 데에는 카카오와 네이버가 국내 시장에 안주해 눈앞의 이익에만 치중했던 것이 한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네이버는 자사 상품·서비스를 검색 결과 상단에 노출하기 위해 검색 알고리즘을 조작한 혐의로 2020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26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는 등 포털 본연의 검색 서비스 개선이나 기술 개발보다는 광고 사업을 통한 이익 창출에 골몰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카카오의 경우 지난해 10월 판교 데이터센터(IDC) 화재로 카톡뿐 아니라 뱅크·페이 기능까지 장기간 중단된 것이 고객 이탈의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승훈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데이터라는 자산은 플랫폼 기업에 과도하게 집중돼있고, 기업은 이를 잘 통제하고 적극적으로 분산시켜야 한다"며 "개방과 공유를 통해 성장한 독점적 플랫폼 기업이 수익 추구만을 앞세우면 시장의 반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국내 플랫폼 기업에 대한 역차별과 과도한 규제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콘텐츠사업자(CP)는 영상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트래픽의 대가로 인터넷서비스공급자(ISP)인 국내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내지만,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의 해외 CP는 이를 부담하지 않는다.
구글코리아의 경우 수익의 대부분인 애플리케이션 마켓 수수료를 매출 실적에서 제외해 법인세 납부를 회피하고 있다는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는 온라인 플랫폼 사전 규제가 토종 플랫폼을 더욱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은 "한국은 토종 기업이 해외 빅테크에 맞서 플랫폼 시장을 지키고 있는 유일한 나라"라며 "세계 각국이 자국의 플랫폼 기업을 육성하고 강화하는 지금은 국내 플랫폼을 규제할 때가 아닌 지원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redfla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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