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으로 건물주 된다더니”… 해외 부동산 휘청이자 리츠 펀드도 ‘와르르’
외국 상업용 부동산 가격 하락에 손실 커져
유럽·미국 등 해외 상업용 건물에 투자한 리츠(REITs·부동산 투자 신탁)의 손실이 커지고 있다. 운용사가 배당 수익이 안정적이란 점을 강조하며 개인 투자자에게 리츠 공모펀드를 팔았는데, 전 세계 금리 인상 기조로 주요국 상업용 부동산 가치가 크게 하락하면서 손실을 내고 있는 것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집계에 따르면, 이달 8일 기준 해외 부동산 펀드 58개의 1년 수익률은 마이너스 1.76%다. 최근 한 달간 수익률은 마이너스 2.10%로 손실 폭이 더 크다.
리츠는 운용사가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이나 부동산 관련 자본·지분에 투자한 후, 여기서 발생한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상품이다. 데이터센터나 물류센터, 호텔 등 상업용 건물이 주요 투자 대상이다. 임대료를 기반으로 한 배당 수익을 비롯해,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시세 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판매자 측 설명이다. 그중에서도 해외 리츠 공모펀드는 전 세계 증시에 상장된 글로벌 리츠에 투자한다. 개방형 공모펀드여서 개인 투자자도 시기에 상관없이 사고팔 수 있다.
국내 증시에서 판매된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는 58개로, 8일 기준 설정액은 총 2조7150억 원 규모다. 상품별로 집중하는 투자 지역이 다양한데, 글로벌 리츠 재간접(25개)이 가장 많다. 아시아태평양 리츠 재간접과 일본 리츠 재간접 펀드도 각 5개씩 있다.
브이자산운용이 판매한 ‘브이아이글로벌리츠부동산투자신탁[재간접형]C’ 펀드는 최근 1년 수익률이 마이너스 17.59%, 2년 수익률이 마이너스 23.03%로 성과가 저조하다. 수익이 나빠지면서 설정액도 23억 원 수준으로 줄었다. 이 펀드는 5월 기준, 미국 상업용 부동산 리츠를 주로 담고 있다. 전 세계 26국 230여 개 데이터센터에 투자하는 에퀴닉스 리츠(EQUINIX REIT)를 11.62%, 전 세계 19국의 3800여 개 물류창고에 투자하는 프로로지스 리츠(PROLOGIS REIT)를 11.45% 비중으로 담았다.
데이터센터나 데이터센터 인프라 관련 리츠에 투자하는‘KB미국데이터센터인프라리츠부동산자투자신탁(재간접형)(UH)C-E’도 최근 1년 수익률이 마이너스 14.43%로 손실을 내고 있다. 물류 인프라에 주로 투자한 ‘삼성누버거버먼미국리츠부동산자투자신탁H[REITs-재간접형]_A’ 펀드, ‘미래에셋글로벌리츠부동산자투자신탁(재간접형)종류F’ 펀드, ‘이지스글로벌고배당리츠플러스부동산투자신탁(리츠-재간접형)ClassC’ 펀드도 모두 최근 1년 수익률이 마이너스 13%대다.
아태 리츠 재간접 상품도 수익률이 저조하다. ‘흥국싱가포르리츠플러스부동산자투자신탁 1(H)[리츠-재간접형]C-f’와 ‘하나UBS아시안리츠부동산투자신탁[재간접형]ClassA’ 펀드는 최근 1년 기준 8~9%대 손실을 내고 있다.
일본 리츠 재간접 상품도 대체로 손실 구간에 있다. ‘하나대체투자일본부동산투자신탁 1(파생형)_ClassC-I’의 1년 수익률은 마이너스 7.39%였다. 그나마 ‘삼성J-REITs부동산투자신탁 1[REITs-재간접형](C)’ 펀드가 마이너스 1%대로 선방했다.
해외 리츠 상품 수익이 나빠진 건 글로벌 리츠가 주로 사들인 유럽,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하락한 영향이 크다. 통상 부동산 매입 시 대규모 차입을 일으키는데, 금리 인상 기조로 이자 비용이 크게 늘었다. 유로존 기준금리는 지난해 6월 0%에서 최근엔 4.25%까지 높아졌다. 미국 기준금리도 1.75%에서 5.50%로 3.75%포인트 인상됐다.
리츠 수익률이 크게 떨어진 지금을 투자 기회로 보는 의견도 있다. 금리 인상 기조가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이유에서다. 공실률 타격이 큰 오피스 빌딩의 경우, 전체 상업용 부동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에 불과하다.
홍지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리츠 가격은 리츠가 담은 실물 부동산 자산을 시장가격으로 환산해 평가한 것보다 훨씬 낮은 상태”라며 “미국에서는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다시 상승해 거래되는 사례도 있기 때문에 리츠 투자 기회를 모색해볼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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