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HMM 삼키려는 새우들…"해운 치킨게임 오는데 괜찮겠어?"

이동희 기자 2023. 8. 1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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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매각 예비입찰 21일 마감…SM·하림·동원 등 덩치 작은 중견그룹만 나서
해운동맹 2M 해체 등 글로벌 경쟁 치열 전망…포스코 등 '체력' 갖춘 대기업이 적격 관측
김경배 HMM 대표가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파크원 타워1 HMM 대회의실에서 열린 비전 선포식에서 중장기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2022.7.14/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글로벌 해운업계가 치킨게임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정부가 매각을 진행 중인 HMM(011200) 인수전에 끼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해운업계는 국내 최대 해운사 HMM 경쟁력을 위해 장기 투자 계획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다가올 긴 불황의 터널을 견딜 수 있는 덩치 큰 인수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HMM 매각 예비입찰 21일 마감…SM·하림·동원 등 중견기업 참여 공식화

1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오는 21일 HMM 매각 예비입찰을 마감한다. 현재 HMM 인수전 참여를 공식화한 곳은 SM그룹과 하림그룹, 동원그룹 등이다. 이 밖에 LX그룹, 글로벌세아 등 중견 그룹들에서 관심을 보인다.

업계 안팎에서는 자체 자금 조달력이 뛰어난 전략적투자자(SI)가 안 보인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수전에 뛰어들겠다고 밝히거나 관심을 보인 곳은 모두 자산규모상 대기업집단 순위에서 19위인 HMM(25.8조원)보다 밑에 있다.

하림그룹이 27위로 그나마 높은 편이고, SM그룹 30위, LX그룹 44위, 동원그룹 54위다. 글로벌세아그룹은 71위로 자산총액 6조원에 불과하다. 새우가 고래를 삼키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들은 결국 함께 손을 잡고 인수전에 참여할 외부 재무적투자자(FI)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 걱정되는 지점이다. 사모펀드 같은 FI는 투자금 회수가 최대 목표여서 HMM이 보유한 든든한 지갑을 빼먹는 데 눈을 돌릴 경우 자칫 HMM의 해운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해운시장은 지난해까지 코로나19 특수로 호황을 누렸으나, 올해 들어 침체의 길에 접어들고 있다. HMM 역시 마찬가지다. HMM의 올해 2분기 실적은 매출액 2조1299억원, 영업이익 1602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57.7%, 94.5% 줄어든 수준이다.

올해 하반기도 실적 쇼크는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정보분석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HMM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1조735억원으로 2022년 대비 90% 가까이 감소할 전망이다. 증권가는 2024년과 2025년 역시 올해와 비슷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한다.

부산 남구 신선대 부두의 컨테이너선. 2022.4.20/뉴스1 ⓒ News1 김영훈 기자

◇최대 해운동맹 '2M' 2025년 해체…시장 재편에 치킨게임 가능성

글로벌 해운업계 재편 가능성도 HMM 매각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해운동맹인 '2M'은 2025년부로 공식 해체한다. 2M은 세계 1·2위 해운사인 스위스 MSC와 덴마크 머스크(Maersk)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동맹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2M의 점유율(선복량 기준)은 32.3%에 달한다. 2M 이외에도 대표적인 해운동맹으로 '오션얼라이언스'(OCEAN)와 HMM이 속한 '디얼라이언스' 등이 있다.

업계는 2M의 동맹 해체로 글로벌 해운시장이 치킨게임에 돌입할 것으로 본다. 시장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공격적인 운임 할인 경쟁으로 해운사 간 경쟁이 심화할 것이라는 얘기다.

해진공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MSC와 머스크는 협약 종료 후 얼라이언스 외 방법으로 다른 선사들과 협업을 다각도로 모색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2025년부터 선복 교환 및 공유 활성화 그리고 2027년 말 OCEAN의 계약 만료 시점 전후로 해운 얼라이언스 시장에 변화가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6,800TEU급 컨테이너선 ‘HMM 홍콩(Hongkong)호.(뉴스1 자료사진)ⓒ 뉴스1

◇'세계 8위' HMM, 선복량 늘려 경쟁력 유지…"치킨게임시 버틸 체력 필수"

HMM은 코로나발 호황으로 확보한 막대한 현금을 활용하는 장기 투자 계획을 세웠다. HMM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2분기 말 기준 HMM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 등 기타유동금융자산은 12조3000억원이다.

HMM이 지난해 7월 발표한 중장기 전략에 따르면 15조원 이상을 투자해 2026년까지 컨테이너선 선복량 120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6월 말 선복량은 81만TEU로 세계 8위다. HMM은 내년 상반기 1만3000TEU급 선박 12척을 인도하는 등 선복량을 꾸준히 늘려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2M 해체로 글로벌 해운시장의 판도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면서 "만약 치킨게임이 현실화한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게 버틸 수 있는 체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HMM 인수 의향을 보인 곳은 모두 FI와 손을 잡았다"며 "FI 특수성을 고려하면 (글로벌 해운업계) 치킨게임 과정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 HMM 인수 적격자로 현대차그룹(현대글로비스)이나 포스코그룹 등 유력 대기업들이 본인들 부인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거론되고 있는 이유다.

yagoojo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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