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몰려온다③] 사드·코로나 여파에 울던 K면세·뷰티, 다시 '활짝'
중국 단체 관광객 겨냥해 쇼핑 편의 높이고, 상품 개발 박차나서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중국인의 한국행 단체 관광 빗장이 풀리면서 직접적 영향권에 든 'K유통'이 한껏 들뜬 모습이다.
관광업계 '큰손'으로 불리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이 일시에 줄어든 2017년 사드배치 보복조치와 2020년부터 이어진 코로나19 여파는 국내 유통업계 실적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실제 사드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2016년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는 800만명에 달했지만, 사드 사태로 중국 정부가 한국행 단체 관광을 금지하고 코로나19 여파로 하늘길 마저 닫히면서 국내 들어오는 중국인 관광객 수는 20만명 아래로 뚝 떨어졌다.
이 여파로, 전체 매출의 70~80%를 중국인 관광객을 채우던 면세 업계와 중국 의존도가 높았던 K뷰티업계, 단체 관광객을 흡수하던 호텔업계 등은 실적 타격이 불가피했다.
리오프닝으로 막혔던 하늘길이 다시 열리고, 중국 정부가 6년5개월 만에 한국으로의 단체 관광을 허용하면서 시름에 빠졌던 이들 업계가 실적 반전을 노리며 유커 맞이에 나섰다.
중국 현지에서 한국 단체관광 상품이 만들어지고 실제 수요가 발생해 실적으로 나타나기까지 2~3개월이 걸릴 전망이지만, 이들 업계는 벌써부터 유커 모시기에 돌입해 철저히 준비하는 모습이다.
우선 면세업계는 유커의 귀환으로 매출 확대는 물론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면세점은 중국정부의 사드 사태 이후 유커의 빈 자리를 중국 보따리상(따이궁)으로 메우며 실적을 유지해 왔다.
보따리상의 등장은 국내 면세산업의 성장을 이끌었지만, 이들을 지속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국내 면세업계는 수익성 악화에도 막대한 송객 수수료 비용을 부담해 왔고, 코로나19 확산 기간 그 부담은 더욱 커졌다.
실제 중국 단체관광객이 다수였던 2016년만 해도 송객 수수료 비중은 한국면세점협회 조사 결과 9672억원이었지만, 지난해 보따리상 유치에 전력을 쏟은 결과 4조원이나 되는 수수료를 부담하는 등 출혈 경쟁이 극심해졌다.
이에 국내 면세점들은 올해 1월부터 이 수수료를 최소화하고 수익성 확보에 나섰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올해부터 국내 면세점들이 송객 수수료를 최소화하고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데, 유커가 오면 보따리상에 줬던 수수료는 앞으로 더욱 줄어들어 면세업계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고 했다.
국내 면세점들은 유커의 귀환을 대비해 중국 현지 여행사, 항공사와 손잡고 다양한 관광상품을 만들고, 고객 쇼핑 편의를 개선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롯데면세점은 중국 베이징·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서 로드쇼 행사를 열고 마케팅 활동을 강화한다.
또 현지 에이전트와 함께 면세점 쇼핑코스가 포함된 방한관광 패키지를 제작해 고객을 직접 유치할 계획이다.
그간 동남아·일본인 고객에 집중됐던 롯데면세점 모델 팬미팅, 콘서트 등도 중국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활발히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또 이달 중순부터 중국인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첫 구매고객 대상 프로모션'을 롯데인터넷면세점 중국어사이트를 통해 진행하고, 중국인 고객이 선호하는 베스트 아이템으로 구성한 별도 기획전도 마련할 계획이다.
아울러 알리페이, 유니온페이 등 페이먼트 시스템과 연계한 할인 및 프로모션도 준비하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서울점, 제주점에 통역 전담 인력을 배치하고, 택시 이용 시 교통비를 지원한다. 또 중국인 전용 프로모션 등 다양한 할인전을 준비할 계획이다.
인천공항점, 김포공항점도 중국인 고객을 위해 럭셔리 패션과 주류 등 중국인 선호도가 높은 상품 위주로 특별 프로모션을 준비 중이다. 신라인터넷면세점은 고객 편의를 높이기 위해 중국 온라인몰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호텔업계도 유커 모시기에 나섰다.
신라스테이는 인바운드 여행사와 협업해 중국인 관광 전용 상품과 서울 시티투어 및 미술관 전시회와 같은 서울 관광 연계 상품 등을 준비 중이다.
롯데호텔 역시 판촉 조직에 중국어 가능한 직원을 배치하고, 현지 여행사와 협업을 준비하고 있다.
면세점 뿐 아니라 백화점·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도 유커 귀환 소식에 외국인 고객 관련 프로모션을 더욱 강화한다.
명동, 서울역 등 관광객이 주로 찾는 상권에 있는 백화점, 마트 등은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여러 활동을 전개해 왔는데 중국인 단체 관광객 방문에 맞춰 기존에 제공해 오던 다양한 쇼핑 편의 서비스, 외국인 대상 콘텐츠·행사·프로모션 등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올 상반기 면세 채널 부진으로 실적 타격을 입었던 K뷰티업계도 유커 귀환 소식에 실적 개선을 노린다.
국내 면세점이 중국 보따리상에 대한 수수료를 올 1월부터 최소화하면서 이들 매출이 급감하자 면세 채널 의존도가 높은 K뷰티업계 실적도 타격을 입었다.
실제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은 각각 면세 채널 매출 비중이 31%, 20%에 달하는데 올 2분기 두 자릿수 하락했다.
이런 가운데 유커의 귀환은 K뷰티 입장에선 면세 채널의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인 만큼 유커 유치에 전력을 쏟는다는 계획이다.
LG생활건강은 우선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매장 재단장에 나선다. 또 중국어 카운셀러를 전진 배치하고 중국어 안내 책자를 준비해 쇼핑 편의성을 높인다.
아울러 단체여행객을 겨냥한 품목 패키지를 마련하고, 최근 리뉴얼 출시된 후·숨 등 대표 브랜드의 신제품 홍보에 만전을 기한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매장을 새롭게 꾸미고 홍보물 업데이트에 나선다.
또 중국 단체 관광객이 주로 방문하는 면세 채널, 명동 및 홍대 상권 주요 매장과 유통 채널 통해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다양한 브랜드 제품 선보일 예정이다.
아울러 현지 여행사와 연계한 중국인 단체 관광객 겨냥 상품을 개발하고 프로모션을 진행할 계획이다.
다만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활발했던 2016년만 해도 중국 내 K뷰티 선호 현상이 짙었고, 현재는 자국 브랜드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는 만큼, 이번 유커 귀환이 K뷰티 실적으로 연결될지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도 나온다.
K패션 브랜드도 유커 맞이에 나섰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경우 빈폴, 토리버치, 꼼데가르송 등 브랜드가 면세점에 입점해 있는데 하반기 중 공급을 확대하고, 중국어 가능한 매장 직원도 증원해 유커 방문 시 접객 서비스 품질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현대백화점면세점, 신라면세점 등 2곳에서 매장을 운영 중인 무신사는 입점 브랜드와 함께 FW(가을·겨울) 시즌 물량을 대폭 늘리고, 위챗 등 SNS를 활용한 마케팅을 통해 적극적으로 유커 맞이에 나설 계획이다.
신원이 운영하는 패션 브랜드 마크엠은 현재 4곳의 면세점에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 중이다. 마크엠은 브랜드 론칭 초기 단계부터 중국 시장을 겨냥해 탄생한 브랜드인 만큼 이번 유커 귀환에 철저히 대비해 실적 개선을 이룬다는 계획이다.
우선 오프라인 면세 채널에 공급 물량을 확대하고 중국인 외 글로벌 고객을 겨냥한 신규 아이템 및 프로모션도 준비 중이다.
채널 확장을 위한 추가 면세점 입점도 타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9월 초 마크엠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전시회를 서울 성수동에서 진행할 예정이고, 중국인 고객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그래픽과 디테일이 돋보이는 아이템 라인업을 공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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