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넘어 K잼버리로 마무리…'준비 부실' 책임론은 불가피
총체적 부실에 정부차원 수습…여가부·전북도 책임 조사 전망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부실 논란'을 안고 출발한 제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일정이 지난 11일 폐영식과 '케이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를 끝으로 모두 마무리됐다.
영국·미국·싱가포르 등 일부 참가국이 일찌감치 철수하고, 세계 스카우트 연맹이 잼버리 조직위원회에 대회의 조기 종료와 일부 행사 취소를 권고할 정도였지만, 공공은 물론 민간 영역에 이르기까지 모든 자원이 총동원된 결과다.
대회 중단 등 최악의 사태는 면했지만, 준비 기간이 6년이나 있었음에도 초기부터 폭염, 배수, 해충, 열악한 시설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인 문제가 터져 나왔던 만큼 본격적인 책임 추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정부와 잼버리 조직위 등에 따르면 대회 이레째인 지난 7일 3만6000여명의 대원들이 새만금을 떠나 8개 시·도로 이동했다. 제6호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관통한다는 소식이 전해짐에 따라 대원들의 안전을 위해 이 같은 결정이 내려졌다.
대회 사흘째인 지난 3일에야 정부가 각종 대책을 내놓으면서 운영이 안정화에 접어드는 것으로 보이던 시점이었다.
갑작스럽게 손님맞이를 해야만 했던 지자체들은 한정된 시간과 자원 속에서도 분주히 숙소와 체험·관광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종교계와 기업에서도 도움의 손길이 잇따랐다.
대원들을 마주친 시민들이 호의와 친절을 베풀었다는 미담도 연이어 전해졌다. 이에 대해 아흐마드 알헨다위 세계 스카우트 연맹 사무총장은 지난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폐영식에서 "거리에서 많은 분들의 도움과 진심 어린 배려, 환대를 받았다"고 감사를 전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잡음을 피할 수는 없었다. 당장 급히 대원들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입국하지도 않은 국가 대원들을 맞을 준비를 하던 지자체가 낭패를 보는 일이 있었다.
충남 홍성군은 지난 8일 조직위로부터 혜전대 기숙사에 예멘 대원 175명을 배정하겠다는 협조 요청을 받았다.
이에 홍성군은 다급하게 숙소 요청과 입소 점검을 실시하고 200만원 상당의 저녁용 출장뷔페도 마련했지만, 예멘 대원들이 국내에 입국한 적조차 없다는 사실을 충남도로부터 뒤늦게야 전달받았다.
스위스 스카우트 인솔자들과 자원봉사자들은 지난 9일 전남 순천에서 자신들이 이끌어야 하는 대원들과 떨어져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이들은 서울 등지의 숙소가 부족해 사고 전날인 지난 8일 순천수련원에서 하루 숙박했다.
논란이 끊이지 않자 정부는 지난 6일 열리기로 계획됐다가 미뤄진 '케이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의 성공적 진행에 사활을 걸었다. 이 과정에서 개최 장소가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또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여러 차례 바뀌었다.
최종적으로 공연 일시와 장소가 확정된 것은 폐영식과 콘서트를 불과 사흘 앞둔 지난 8일이었다.
통상 이 같은 대형 공연은 며칠의 시간을 두고 준비되는데다 태풍 '카눈'이 북상하는 시점이었기 때문에 각종 구조물 설치와 행사 진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 사고에 대한 우려가 일었다.
출연진 구성과 관련해서도 정부가 부실 운영을 아이돌 섭외로 만회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콘서트에는 당초 11개 팀이 출연할 예정이었으나 최종적으로는 19개 팀으로 대폭 늘었다.
이와 관련해 강정원 문화체육관광부 대변인은 "정부에서 특정 출연진을 요청하거나 섭외해달라고 한 것은 아니다"라며 "(행사를) KBS에서 주관하고 있는데 그쪽에서 출연진 섭외를 전적으로 책임지고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대회 기간 내내 새로운 논란이 끊이지 않을 정도였던 파행 운영으로 대회 주관 부처인 여성가족부, 주관 지자체인 전라북도 책임론이 이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국회 차원의 거센 책임 추궁이 예고돼 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오는 25일 김현숙 여가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전체회의를 열고 현안질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개최지 선정과 부지 매립 과정,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배정 등에서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번 달 시작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결산 심사에서부터 확실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잘잘못을 따져보겠다"고 밝혔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잼버리 국정조사'까지 언급하고 나섰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11일 최고위원회의 이후 기자들에게 "국민의힘을 보면 전라북도, 여가부에 책임 전가를 시도하고 있다"며 "세계적인 행사인데 민주당은 정부 부처와 지자체를 모두 포함한 '잼버리 국조'를 제안하는 것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여가부와 전북도를 대상으로 국무조정실이나 감사실 차원에서 잼버리 준비 과정, 예산 집행 내역 등에 대한 감찰 및 감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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