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면 좋고, 져도 그만" 여자 축구 실패의 민낯 [스한 위클리]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한국 WK리그에서는 이기면 좋고, 져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린 깨어나야 한다."
콜린 벨 감독은 실패했다. 그 실패를 바라보는 관점에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분명한건 냉정한 현실을 가감 없이 말했다는 것이다.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에 나선 여자 축구 대표팀은 1무2패라는 처참한 성적으로 조별리그 최하위를 기록했다. 목표로 했던 16강 진출은 당연히 실패했다.
'황금세대의 라스트댄스'라는 화려한 수식어로 큰 기대를 받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운 경기만 하며 무너진 여자 축구 대표팀이다. 대체 왜 이렇게 된 것일까.
▶독일전 무승부로 위안하기엔 처절한 실패
모든 전문가들은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로 첫 상대인 콜롬비아전을 꼽았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은 피파랭킹 17위로 25위인 콜롬비아와 조 2위 자리를 놓고 다툴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 독일은 피파랭킹 2위의 압도적 강팀이었고 72위이자 월드컵 첫 출전인 모로코는 참가에 의의를 두는 정도로 예상했다.
하지만 콜롬비아전에서 한국은 너무나도 무기력한 경기력 속에 0-2로 졌다. 베테랑 수비수 심서연이 페널티킥을 내줬고 골키퍼 윤영글의 결정적 실책에 의한 실점까지. 믿었던 베테랑급 선수들이 무너지자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눈에 띄는 반격조차 하지 못한 채 무너졌다.
다득점 승리가 예상됐던 모로코전에서는 충격의 유효슈팅 0개에 그치며 0-1로 패했다. 모로코 여자 축구 역사상 첫 골이자 첫 월드컵 승리의 희생양이 되는 수모도 겪었다.
독일전은 1-1 무승부를 거두며 저력을 보여줬다. 소위 '유종의 미'를 거뒀고 세계 2위를 상대로 좋은 경기를 했기에 마지막에는 웃을 수 있었다. 하지만 냉정하게 본다면 1무2패 조 최하위 탈락이다. 마지막이 좋았다고 웃거나 결과가 안 좋다고 울음으로 넘어가서는 안 될 처절한 실패다.
▶혹평할 수밖에 없는 선수들
오죽하면 모로코에게 패한 후 콜린 벨 한국 감독은 한국 선수들에게 따끔하게 한소리 했다.
"WK리그에선 이기면 좋고, 져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패배에 대한 결과도 없고 강등도 없다. 월드컵은 최고의 선수들이 나온다. 지면 아프고 지면 떨어지는 거다. 그게 현실이고 우리에게 벌어진 일이다. 우린 깨어나야 한다"라고 강하게 말한 것.
실제로 믿었던 베테랑 선수들은 1차전 PK허용과 골키퍼 실책 이후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오히려 정신적으로 케이시 유진 페어, 천가람 등 어린 선수들이 더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핵심으로 여겨졌던 선수들은 아예 경기장에서 보이지도 않았다. 실력이 안 되면 '투지'라도 있었어야 했는데 그런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독일전 무승부 이후 베테랑 조소현은 "진작에 이렇게 했으면…"이라고 말했다. 왜 진작에 그러지 못했는지, 버스가 지나가고 나서야 그런 경기를 하는지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지소연(32)을 비롯해 장신 공격수 박은선(36), 토트넘 훗스퍼의 조소현(35), 최고령 골키퍼 김정미(38)에 A매치 100경기 이상 뛴 김혜리(33), 임선주(32), 스웨덴에서 뛰는 골키퍼 윤영글(35), 스페인에서 뛰는 이영주(31) 등 2015 월드컵 16강을 이끈 '황금세대'들은 30대를 넘어섰다. 이중 다수가 이번 월드컵이 선수로써 마지막 월드컵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실제로 윤영글은 월드컵 이후 선수 은퇴를 발표했다. 멋진 라스트댄스를 기대했지만 남은 건 감독마저 혹평할 수밖에 없는 결과였다.
▶콜린 벨 감독과 현실
콜린 벨 감독도 딜레마다. 벨 감독은 2019년 선임 이후 무려 4년 동안 대한축구협회에서 꾸준히 믿고 지원해줬다. 하지만 돌아온 건 월드컵 1무2패의 성적이다. 그러면서 대회 중에 선수들을 탓하는 듯 위의 발언들을 해 감독의 책임회피라는 비판도 받았다.
실제로 월드컵 첫 본선을 이끌었던 대표팀 주장 출신의 유영실 서울시청 감독은 "성적을 내는 게 감독으로서 급한 임무"라며 "1, 2차전은 WK리그 수준의 경기력도 나오지 않았다"며 벨 감독에 대해 날선 비판을 하기도 했다.
4년을 믿고 맡겼지만 성적을 내지 못했으니 해임은 당연하다. 하지만 당장 다음 달에 있을 항저우 아시안게임이라는 큰 대회가 있기에 벨 감독의 바로 해임은 불가능하다. 아시안게임 결과까지 보고 결정할 수밖에 없다.
현실의 문제도 있다. 2019년 FIFA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여자축구 등록선수는 4200명. 일본은 39만명이다. 그나마 한국과 인구수가 비슷한 스페인도 5만8000여명이다. 축구부가 있는 여자 초등학교는 18개, 중학교는 16개, 고등학교는 13개, 대학과 프로는 18개뿐이다. 경쟁보다 있는 선수라도 그만두지 않게 하면서 프로까지 올리는 게 다행일 정도다.
그나마 최근 예능프로그램 '골때녀' 등의 인기로 여자 축구 동호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잠시의 유행일지 어떨지는 지켜봐야한다. 또한 초등학교부터 축구를 해야 엘리트 선수가 될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팀 수도 적고 환경조차 조성되어있지 않다.
당장 대표팀도 소위 '황금세대'에 기대다보니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은 평균 연령 28.9세로 32개국 중 최고령이었다. 세대교체도 안 되면서 결과도 안 좋았던 셈이다.
리셋 버튼을 누를 시기다. 망해도 새롭게 망해야한다. 냉혹한 현실 속에 놓인 여자 축구다.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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