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돈 보면 답 나와'…잼버리 파행 누구 책임인가
잼버리, 여가부를 주무부처로 하는 국가 행사
조직위 870억원, 전북도 265억원, 부안군 36억원 사업비 사용
문제된 화장실, 샤워실, 음식 등은 조직위 사업비로 쓰여
【파이낸셜뉴스 전주=강인 기자】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많은 논란을 일으키며 지난 12일 끝났다.
지난 1일 시작해 158개국 4만3000여명이 참가한 잼버리는 세계 청소년의 축제가 돼야 했지만 대회 초반부터 미흡한 폭염 대책과 위생적이지 못한 화장실 등 많은 지적을 받았다. 끝내 지난 5일 영국과 미국이 야영지에서 철수하며 파행을 맞았다. 이들의 철수에는 많은 이유가 있었지만 당초 알려진 폭염보다 위생적이지 못한 시설이 첫째로 꼽힌다.
이어 태풍 북상 소식에 지난 8일 모든 대원들이 야영지에서 비상대피 해 전국 8개 지역으로 흩어지며 반쪽짜리 행사로 전락했다.
파행을 거듭한 잼버리를 두고 준비가 부족해 국가 망신을 자초했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에 누군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책임론이 부상하며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부딪히고 있다.
잼버리 파행이 정쟁화 되며 책임지려는 이가 없는 상황에 대회에 쓰인 사업비를 살펴보면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13일 새만금세계스카우트잼버리조직위원회가 공개한 사업비 내역을 보면 잼버리에 투입된 예산은 모두 1171억원이다. △국비 303억원 △전북도비 419억원 △스카우트 자부담 399억원 △기타(지자체 등) 50억원으로 마련한 재원이다.
예산은 잼버리조직위가 870억원, 전북도 265억원, 부안군이 36억원 사용했다.
잼버리조직위는 870억원 중 △사업비 656억원 △시설비 130억원 △인건비와 운영비로 84억원을 사용했다. 대회 중 문제가 된 화장실과 샤워실, 음식 준비는 조직위가 했다. 조직위는 야영장 조성과 상부시설(화장실, 샤워장, 급수대) 설치에 119억원을 썼고, 참가자 급식과 식당 운영에 121억원을 들였다. 위생시설에 수백억원을 쓰고도 영국과 미국 5500여명이 퇴영하는 이유가 됐다.
전북도는 △기반시설(상·하수도와 주차장 등) 조성 205억원 △대집회장 조성 30억원 △강제배수시설에 30억원을 사용했다. 부안군은 물놀이 시설 같은 활동장 조성에 36억원을 썼다.
결국 대원들이 가장 많은 불만을 품은 부분은 모두 잼버리조직위에서 담당했다. 잼버리조직위는 공동위원장 5명 중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주무부처장이고, 조직위 사무총장을 맡은 최창행 총장도 여가부 고위공무원 출신이다.
새만금 잼버리는 세계스카우트연맹이 주최하고 잼버리조직위원회가 주관한 것이다.
잼버리조직위는 기형적이게 5명의 공동위원장이 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강태선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 김윤덕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전주갑) 등이다. 또 집행위원장으로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있다.
2018년 12월18일 공포된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지원 특별법'에는 잼버리조직위는 소관 부처장인 여가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 설립하게 돼 있다. 자금 차입, 공무원 파견, 준비와 운영 등을 위한 예산 집행은 여가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모든 사항은 여가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했고, 승인권을 가진 여가부 장관은 기재부 장관 등 중앙기관장들과 협의해 국무총리에게 보고하도록 했다.
최근 잼버리 파행의 책임을 전북도에 묻는 여당의 자세가 정부 보호를 위한 전략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김현숙 여가부 장관에게 철저한 대회 준비를 당부했던 이원택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김제부안)은 "평창동계올림픽이 강원도나 평창군의 행사였나"라고 반문하며 "전북에 책임이 전혀 없다고는 못하겠지만 대회를 전북도가 운영했다는 국민의힘 주장은 (정부의 책임을) 물타기 하려는 것이다"고 꼬집었다.
잼버리 파행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대립하고 있다. 야당은 대통령 사과를 요구했고, 여당은 여가부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잼버리는 전북도가 주도했다는 주장이다.
이런 과정에서 전북도가 잼버리를 새만금 SOC(사회간접시설) 사업 예산을 타내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국제대회 파행으로 지역감정이 살아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한 인사는 "전북 정치인들이 이기주의로 잼버리를 이용해 막대한 예산을 가져갔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잼버리가 새만금에서 열리지 않았어도 관련 사업은 진행됐을 거라는 반박이다.
새만금 개발은 지난 1987년 노태우 전 대통령 공약으로 세상에 나왔다. 이후 36년 동안 모든 대통령이 빠른 개발을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도 선거 후보 시절 전북을 5차례나 찾았고 "임기 내에 새만금 사업을 완료하겠다"고 약속했다.
심지어 새만금국제공항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 받은 것도 잼버리 때문이라는 허위사실까지 퍼지고 있다.
새만금공항 예타 면제는 국가균형발전프로젝트 일환으로 진행된 것이다. 사업비 8077억원으로 같은 문재인 정권에서 예타를 면제받은 부산 가덕도신공항 사업 13조7584억원에 비하면 5.8% 수준이다.
전북도 관계자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거 잼버리 관련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 야당 요구도 있지만 여당이 훨씬 많다"라며 "정쟁으로 번지지 않기를 바랐는데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사나워진 여론에 (여러 지적에 대한) 반박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만금 개발은 잼버리 훨씬 전부터 진행한 사업이다. 개발 과정에서 일부 거론되긴 했지만 이런 비약은 너무하다"며 "정치권 추궁이 시작될 텐데 책임질 부분은 지고, 아닌 건 아니라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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