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출신, 국적, 언어, 인종' 뛰어넘은 손흥민, 인기로는 설명할 수 없는 '토트넘 훗스퍼 주장'
[인터풋볼] 하근수 기자= 단순히 인기라고는 설명할 수 없는 주장 임명이다.
토트넘 훗스퍼는 13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손흥민이 주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2014-15시즌부터 주장을 맡았던 위고 요리스로부터 완장을 이어받았다. 제임스 메디슨과 크리스티안 로메로는 부주장으로 임명됐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어 "대한민국 국가대표 주장이기도 한 손흥민은 2015년 8월 레버쿠젠에서 영입된 이후 9번째 시즌을 앞두고 있다. 그는 2019-20시즌 번리 원정 당시 원더골로 국제축구연맹(FIFA) 푸스카스 상을 수상했으며 2021-22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23골로 골든 부트(득점왕)를 추가했다. 지난 시즌 그는 EPL에서 100골을 넣은 첫 번째 아시아 출신 선수가 됐다"라며 손흥민이 세운 대기록들을 나열했다.
손흥민은 "거대한 클럽의 주장을 맡게 되어 매우 영광이다. 매우 자랑스러운 순간이다. 선수들에게 경기장 안팎에서 모두가 주장처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 시즌과 새 시작이다. 이 유니폼과 완장을 위해 모든 걸 바치겠다"라며 각오를 전했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쏘니(손흥민)는 경기장 안팎에서 훌륭한 리더십을 보유했으며 새 주장으로서 이상적인 선택이다. 우리 모두가 그를 세계적인 선수로 알고 있으며 드레싱룸에 있는 모두에게 엄청난 존경을 받고 있다. 손흥민은 그룹을 초월한다. 단순히 인기 때문이 아니다. 경기에서 성취한 것이다"라며 믿음을 보냈다.
영국 '디 애슬래틱' 소속 데이비드 온스테인이 독점 소식을 전한 직후다. 온스테인은 "손흥민이 토트넘 주장이 된다. 요리스는 떠날 예정이며 해리 케인은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했다. 구단과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을 선택했다"라고 보도했다.
이어 "여름에 영입한 메디슨과 수비수 로메로가 부주장을 맡는다. 이 트리오는 개선된 정신을 가져올 것이며 클럽의 발전과 성공을 도울 선수로 간주된다. 분명 케인을 그리워할 거란 인식이 있지만 한 선수에게 의존하기보단 모두가 책임을 지며 전체적인 정신력이 나아질 수 있다는 느낌이 있다"라며 남다른 기대감을 나타냈다.
앞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새 캡틴에 대한 질문에 대해 두루뭉술하게 답변했다. 영국 '풋볼 런던'에 따르면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결정이 됐지만 말하지 않겠다. 우리는 내일 그 과정(주장 선임 작업)을 진행할 것이다. 선수들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와 어떤 선수가 앞장서는지 관찰했다"라고 답변했다.
가장 유력한 손흥민이 아니냐는 되물음도 있었다. 그는 "여론조사 같은 것이 아니다. 이미 이 클럽에 탁월하게 기여한 선수들이 있다. 단순히 경험이나 경기력이 아니라 그들이 우리 클럽을 어떻게 대표하는가가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예고했던 대로 오늘 토트넘 새 주장이 발표됐다. 주인공은 손흥민이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토트넘 부임 이후 꾸준히 손흥민을 칭찬했다. 특히 그라운드 안팎을 넘나드는 리더십에 혀를 내둘렀다. 지난 7월 '데일리 메일'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이 미래 토트넘 주장이 될 수 있다고 암시하며 리더십을 극찬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요리스와 케인이 모두 떠난다면 새 주장을 지명해야 할 수도 있다. 요리스는 이적을 준비하고 있으며 케인은 뮌헨 타깃이다"라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프리시즌을 진행 중이던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쏘니'를 정말 잘 알고 있다. 오랫동안 그를 알고 있었다. 손흥민은 엘리트이자 뛰어난 선수다. 측면에서 일대일로 맞설 능력을 지녔으며 득점 능력 또한 매우 귀중하다"라며 감탄했다.
이어 "손흥민은 진정한 리더십을 보여준다. 선수단 전체를 연결하고 모든 그룹과 함께 한다. 단순히 인기가 많아서가 아니다. 손흥민이 미치는 영향을 보는 것이 좋다. 막대한 영향력은 물론 선수들 사이에서도 엄청난 존경을 받고 있다"라고 극찬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언급한 그룹은 선수단 내 친목 관계로 해석할 수 있다. 보통이라면 나이, 출신, 국적, 언어, 인종 등과 같은 기준으로 나뉠 수 있다. 이따금 선수단 내에 파벌이 발생했다는 루머가 돌면 꽤나 치명적인 사항으로 간주된다.
손흥민은 앞서 언급한 기준들을 모두 초월했다. 대표적으로 벤 데이비스, 조 로든, 가레스 베일과 형성한 'WKM(Wales Korea Mafia, 웨일스 코리아 마피아)'가 있다. 베일이 토트넘으로 임대됐던 당시 웨일스인 사이에서 어울리는 손흥민의 모습은 웃음을 자아냈다. 이들은 그룹 채팅방까지 존재할 만큼 두터운 친분을 자랑했다.
경력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로메로, 에메르송 로얄과 함께 사진을 찍은 모습이 공유됐다. 에메르송은 입단 이후 꾸준히 손흥민 곁을 지키고 있으며 해당 사진에는 "Mis hermanos(내 형제들)"이라는 코멘트를 달았다. 올여름 새로 합류한 메디슨은 손흥민과 함께 찍힌 사진을 공유하며 '메디손(Maddison+Son)'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한참 어린 유망주도 챙긴다. 2022-23시즌 EPL 38라운드 최종전 리즈 유나이티드전이 끝났던 시점. 영국 '풋볼 런던'은 '손흥민이 토트넘 동료와 함께 품격을 보여준 순간'이라는 제목으로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 다시 한번 보여줬다. 그는 항상 미소를 짓고 있으며 모든 아카데미 선수들을 환영하고 격려한다. 훈련장 입구에 앉아 유스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팬들은 리즈전 종료 이후 손흥민과 유스 선수가 나눈 특별한 순간을 봤을 것이다. 라이언 메이슨 감독 대행 덕분에 데뷔전을 치른 매튜 크레이그가 주인공이다. 토트넘 선수들이 팬들에게 감사를 전하는 동안 손흥민은 크레이그에게 다가가 깊은 포옹을 나눴다. 유망주들을 챙기려는 열망이 느껴진다"라고 치켜세웠다.
이처럼 손흥민은 선수단 모든 그룹을 아우르는 리더십을 지녔다. 누구나 편하게 다가오고 기댈 수 있는 정신적인 지주다. 단순히 토트넘에서 오래 뛰어 입지가 좋기 때문이라 보기 힘들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노력한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높게 평가한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단순히 인기만으로는 내릴 수 없는 결정이다. 토트넘은 오랜 기간 무관에 빠져 있으며 위닝 멘탈리티도 많이 떨어진 상황이다. 지난 시즌 안토니오 콘테 감독도 선수단 정신력을 지적했던 적이 있다. 캡틴 손흥민은 그런 부분을 해결해야 하는 중책을 짊어지고 완장을 차게 됐다.
과거 토트넘 황금기를 이끌었던 'DESK 라인' 가운데 손흥민만 홀로 남았다. 토트넘이 자랑했던 'DESK 라인' 가운데 손흥민만 남게 됐다. 가장 먼저 북런던을 떠난 선수는 크리스티안 에릭센이다. 아약스에서 1,415만 유로(약 206억 원)에 영입됐던 에릭센은 2013년부터 2013년까지 9년 동안 토트넘 공격을 책임졌다. 날카로운 발끝으로 연계는 물론 득점까지 책임지며 조율자로서 역할을 톡톡히 했다.
다음은 델레 알리다. MK 돈스로부터 663만 유로(약 97억 원)에 영입된 다음 잠깐이었지만 월드클래스 궤도까지 올랐다. 하지만 말로는 좋지 못했다.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한 결과 에버턴으로 방출되는 신세가 됐다. 최근 어린 시절 성적 학대를 비롯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었다는 사실을 밝혀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케인이 떠났다. 토트넘과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리빙 레전드로 맹활약했지만 트로피 하나 없는 우승 커리어에 결국 작별을 각오했다.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를 떠나보낸 이후 월드클래스 스트라이커가 급했던 뮌헨이 접근했다. 그 결과 총합 1억 2,000만 유로(약 1,750억 원)라는 거금에 계약이 체결됐다.
케인은 토트넘 팬들에게 진심 어린 감사를 전했다. 뮌헨행 확정 이후 케인은 "오늘 처음으로 이 클럽을 떠날 거라 말한다. 수많은 감정들이 나를 괴롭히고 있다. 내 인생에 있어 거의 20년 가까이를 토트넘에서 보냈다. 11세 소년이 30세 남자가 되기까지. 영원히 간직할 너무나 많은 순간과 특별한 기억들이 있다"라며 작별을 고했다.
이어 "수년 동안 모든 동료들, 코치들, 감독들, 구단 스태프들 등 관련된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하다. 분명 나는 많은 사람들과 특별한 관계를 맺었다. 그중에서도 팬들에게 가장 감사하다. 당신들을 자랑스럽게 하고 특별한 추억을 주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쏟았다"라며 오랜 기간 아낌없이 응원해 준 팬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떠나야 할 때라는 걸 느꼈다. 새 감독과 선수들이 트로피를 위해 싸우는 데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모두에게 행운이 있고 토트넘이 성공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이것은 모든 토트넘 팬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우리가 함께 했던 순간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작별은 아닐 것이다. 정말 고맙고 다시 만나길"이라며 인사를 마쳤다.
이제 남은 건 손흥민뿐이다. 토트넘은 13일 오후 10시 영국 런던에 위치한 지테크 커뮤니티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23-24시즌 EPL 1라운드에서 브렌트포드와 맞붙는다. '캡틴'으로 거듭난 손흥민이 동료들을 이끌고 개막전 승리를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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