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KBO 우완 넘버투라고? 동의 못하겠다" 곽빈 극찬에 손사래, 문동주는 왜?

이상학 2023. 8. 13. 05:4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화 문동주. /OSEN DB
두산 곽빈. /두산 베어스 제공

[OSEN=대전, 이상학 기자] “제 생각에 KBO 우완 넘버투는 문동주다.”

두산의 토종 에이스 곽빈(24)은 지난 1일 대전 한화전에서 7이닝 2피안타(1피홈런) 1볼넷 1사구 10탈삼진 1실점 호투로 승리한 뒤 상대 선발 문동주(20·한화)에 대한 극찬을 내놓았다. 이날 곽빈과 선발 맞대결을 벌인 문동주는 5이닝 5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4탈삼진 2실점으로 패전을 안았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곽빈은 데뷔 첫 10승에 1승만 남겨둔 것에 대한 질문을 받고선 갑자기 문동주 이름을 꺼냈다. 그는 “(키움 안우진 다음으로) 제가 생각하는 KBO 우완 넘버투는 문동주다. 후반기 시작하자마자 동주와 선발 로테이션 일정이 맞더라. 후배이지만 저보다 좋은 투수라고 생각해서 이기든 지든 배울 건 배우자는 마인드로 던져서 즐거웠다”고 말했다.

4살 차이지만 KBO리그를 대표하는 우완 선발 영건으로서 선의의 경쟁심이 있었고, 멋진 대결을 펼친 후배에게 존중의 뜻을 표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도 “속으로야 어떨지 몰라도 저 같아도 똑같이 이야기했을 것이다. 겸손이 최고의 무기다. 상대를 존중해주는 게 좋다. 그게 프로 선수로서 정상적인 마음가짐이고, 성적도 그만큼 좋다”며 흐뭇하게 바라봤다. 

그로부터 11일 만에 두 투수가 같은 장소에서 또 선발로 리턴 매치를 벌였다. 이번에는 문동주가 웃었다. 12일 대전 두산전에서 6이닝 4피안타 1볼넷 5탈삼진 1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되며 한화의 6-1 승리를 이끌었다. 팀의 5연패를 끊어낸 귀중한 승리로 시즌 7승(7패)째를 수확했다. 평균자책점도 3.28로 낮추며 이 부문 리그 전체 10위에 진입했다. 

이에 맞선 곽빈도 만만치 않은 투구를 했다. 1회 노시환에게 투런 홈런을 맞았지만 6회까지 추가 실점 없이 한화 타선을 봉쇄하며 문동주와 팽팽한 투수전을 벌였다. 7회 2실점을 내주며 이닝을 마무리하지 못했지만 6⅓이닝 8피안타(1피홈런) 2볼넷 6탈삼진 4실점 역투 끝에 패전을 안았다. 두 번의 선발 대결에서 곽빈과 문동주는 1승1패로 장군멍군을 주고받았다. 

경기 후 문동주는 “경기에 대한 부담이 항상 없다면 거짓말인데 오늘은 연패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 그보다 상대 선발이 (곽)빈이 형이라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최대한 싸워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던졌다”며 지난 맞대결 이후 곽빈의 칭찬에 대해 “기사를 봤는데 동의 못하겠다. 제가 빈이 형한테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웃으며 손사래쳤다. 

이어 문동주는 “그날 경기 끝나고 빈이 형 투구 영상을 많이 찾아봤다. 잘 던지시는 데에는 이유가 있더라. 스트라이크존을 잘 활용하고, 타자 상대로 피칭을 한다는 느낌이었다. 전 아직 그런 느낌을 줄 정도는 아니다”고 자세를 낮췄다. 

한화 문동주. /OSEN DB
두산 곽빈. /두산 베어스 제공

하지만 문동주도 가면 갈수록 피칭을 하는 투수가 되어가고 있다. 5월에는 갑작스런 제구 난조로 한순간 무너지며 기복 있는 모습도 보였지만 최근 9경기 연속 3실점 이하 투구로 안정감을 보이고 있다. 안 좋을 때도 버틸 수 있는 요령이 생겼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동주가 마운드에서 던지는 게 많이 늘었다. 조금 안 좋을 때도 와르르 무너지지 않는다. 경기를 계속 경험하면서 상황에 맞춰 어떤 식으로 해야겠다는 계산이 서고 있다. 공 빠른 투수들의 경우 경험이 없을 때 더 세게 던지려고만 하지, 타자를 상대하려는 생각을 못한다. 경험을 할수록 잘 안 되는 날에도 패턴을 바꾸거나 타자들의 심리 상황을 예측하는 요령이 생긴다. 동주도 그런 과정이다”고 설명했다. 

KBO리그 공식 PTS 기준으로 국내 투수 최초 160km를 던진 문동주이지만 이제는 힘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느린 커브와 낮게 떨어지는 슬라이더로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거나 배트를 유인할 줄도 안다. 그는 “요즘은 스피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스피드는 두 번째다. 타자와 어떻게 싸우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며 “작년보다 요령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것을 터득하는 중이다. 마운드에서 타자와의 승부, 경기 상황을 읽는 게 조금 생겼다”고 이야기했다. 

이날까지 시즌 20경기에서 100이닝(104⅓)을 돌파한 문동주는 “100이닝은 처음인데 기분 좋다. 부상 없이 잘해온 것 같다”며 “이닝 제한 해제는 제가 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주어진 상황에 맞게 잘 준비하겠다”고 답했다. 한화는 당초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포함해 문동주를 올 한 해 120~130이닝 정도 제한할 계획을 두고 있었다. 다만 최근 구단 차원에서 이닝 제한 해제를 논의 중이다. 아시안게임을 마치고 문동주의 몸 상태를 체크한 뒤 의학적 소견에 따라 이닝 제한 해제를 결정할 계획이다. /waw@osen.co.kr

한화 문동주. /OSEN DB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