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브스夜] '그알' 진주 수면제 사망 사건…신 씨의 계획적 살인일까, 박 씨 스스로 결정한 선택일까?
[SBS연예뉴스 | 김효정 에디터] 23분간 밀실이었던 그곳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나?
12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에서는 '레드 와인에 잠긴 진실 - 진주 수면제 사망 사건'라는 부제로 한 남성의 사망에 얽힌 진실을 추적했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가게를 운영하던 신 씨와 박 씨는 가족 몰래 만남을 이어왔다. 그러나 4년간 이어오던 관계 정리하게 된 두 사람.
어느 날 신 씨는 남편하고 헤어지게 되어 진주를 떠나게 됐다며 마지막으로 박 씨와 만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2014년 2월 6일 오전 박 씨를 자신의 집으로 불렀다.
그런데 같은 날 오전 10시경, 119 신고가 접수됐다. 박 씨가 신 씨의 집에 들어간 지 1시간이 지나도록 나오지 않고, 아무리 불러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박 씨의 매형이 신고를 한 것.
이에 구급대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문 개방을 시도했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이에 문을 강제 개방하려고 하던 그때 신 씨의 남편이라는 이가 도착했고 그가 문을 열라고 하자 그제야 문이 열렸다.
열린 문을 통해 등장한 신 씨는 어딘가 이상해 보였다. 그리고 신 씨의 집에 진입하는 순간 가스 냄새가 새어 나왔다. 이에 확인하자 가스 호스가 예리한 도구에 의해 절단되어 있었다.
그리고 방 한쪽에는 박 씨가 목에 블라인드 줄을 칭칭 감은 채로 쓰러져있었다. 의식 불명인 박 씨는 그대로 응급실로 후송되었고, 신 씨도 함께 병원으로 후송됐다.
하지만 신 씨는 곧 상태가 호전되어 후송된 당일 퇴원했고, 박 씨는 3일 후 사망했다.
부검 결과 박 씨의 체내에서 알코올 성분과 함께 수면제 성분이 검출되었다. 또한 그의 사인은 약물과 음주 등이 작용한 지연성 경부 압박 질식사. 그런데 이때 경찰은 수사 중 의외의 사실 확인했다. 신 씨가 얼마 전 자신이 다니던 정신과에서 수면제 30일 치를 처방받았다는 것.
그리고 그가 처방받은 4가지 약물 중 3가지 약물이 박 씨의 혈액에서 검출된 성분과 일치했다. 또 경찰은 신 씨가 사건 전 알코올에 수면제가 녹는지를 검색한 정황을 포착했다.
그러나 신 씨는 박 씨와 언쟁을 하던 중 충동적으로 와인과 함께 수면제를 먹었고, 이를 보던 박 씨가 약을 빼앗아 스스로 삼켰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 후 블라인드 끈으로 스스로 목을 감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알코올에 수면제가 녹는지를 검색한 이유는 본인의 자살을 실패하지 않기 위해 알아본 것이라고 해명했다. 신 씨는 자살하려다 박 씨와 우발적 동반 자살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 씨의 가족들은 그의 주장을 믿지 못했다.
하지만 경찰은 수개월간의 조사에도 타살을 입증할 증거가 없어 사건을 자살로 종결했다. 그런데 이 사건은 2020년 단순 변사에서 살인 사건으로 전환되었다. 검찰이 신 씨를 살인 혐의로 기소해 징역 20년을 구형한 것. 하지만 1심 판결에서는 무죄 판결이 나온 상태.
유가족은 박 씨가 자살을 할 이유가 없다며 신 씨를 의심하고 있다. 특히 사건 전 신 씨에 대한 마음을 이미 정리했던 박 씨와 달리 신 씨는 그에 대한 감정이 남아 연락을 지속해 왔다며 신 씨의 행동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다.
또한 사건 며칠 전 두 사람이 다투었고 이는 신 씨의 오빠와 박 씨의 다툼으로 번졌는데 이에 신 씨가 제대로 사과를 하지 않으면 박 씨를 구속시키겠다며 박 씨의 어머니에게 협박했던 일에 주목했다.
당시 아들이 구속될까 두려웠던 그의 어머니는 박 씨에게 이 사실을 급히 알렸고, 박 씨는 어머니와 함께 신 씨의 집을 방문했다. 곧 돌아온다던 박 씨는 돌아오지 않았고 이에 걱정한 어머니가 신 씨의 집을 찾았는데 처음 방문했던 당시에는 두 사람이 와인 병을 놓고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고.
아들의 만류로 다시 차로 돌아온 박 씨의 어머니, 어머니는 다시 한번 신 씨의 집을 찾았으나 두 번째 방문한 당시에는 문이 잠겨있었고 아무리 불러도 답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유족들은 신 씨가 박 씨에게 수면제를 몰래 먹여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신 씨는 폭행 사건을 원만하게 해결하려 했지만 빅 씨가 사과는커녕 변명만 해 화가 났고, 이에 자살을 시도하자 박 씨가 함께 죽자며 수면제를 빼앗아 삼켰다고 주장했다.
그 후 신 씨는 동반 자살을 위해 가스 호스를 잘랐고, 돌아보니 박 씨가 블라인드 줄로 목을 매고 있어 이를 말리자 그가 손으로 밀쳐내 얼굴을 맞아 잠깐 의식을 잃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다시 깨어났을 때는 이미 박 씨가 의식이 없었고, 이에 겁이 나 남편을 먼저 부르고 뒤이어 119에 신고를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구조대에 문을 열어주지 않은 이유는 약 기운 때문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부검에서는 박 씨의 목에 남은 여러 개의 삭흔과 저항흔이 없는 점이 타살로 보기 힘든 근거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검찰은 박 씨가 신 씨의 수면제를 빼앗아 입에 털어 넣고 와인을 마셨다는 신 씨의 주장과 달리 박 씨의 머그컵 안에서 수면제 성분이 발견된 것을 의심했다. 이에 검찰은 미리 신 씨가 박 씨의 머그컵에 치명적인 양의 수면제를 미리 준비해 와인에 녹였을 것이라 판단한 것.
그러나 박 씨의 어머니가 첫 번째 방문 후 다시 나갔다 온 23분 사이에 박 씨가 의식을 잃은 것과 20분 내 약물을 복용하고 항거불능 상태에 빠지는 것은 일반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은 타살을 의심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이에 전문가들은 "술과 약물을 함께 복용하면 더 빠른 속도로 무기력 상태에 빠진다. 특히 3가지 약물을 알코올과 함께 복용해 더 빠르게 반응했을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또한 박 씨의 체내에서 나온 약물 중 알프라졸람의 농도는 일반적 수준을 뛰어넘은 농도라며 "사람에게 해가 나타날 수 있는 농도의 2700배에 달하는 농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당한 양의 약물은 복용한 것은 사실이며 이 경우 복용 후 10분 내로 변화가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취재진은 신 씨 측의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그의 남편을 만났으나 그는 대화를 거부했다. 그리고 신 씨 또한 살임 혐의 기소 후에는 두 분 분출하고 있어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다.
방송은 전문가와 함께 사건 현장을 재현하며 사건에 대한 단서 찾기로 했다. 이에 전문가는 블라인드가 고정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스스로 목매닮을 통해 사망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바닥에 쏟아진 와인 자국에 대해 "일부러 쏟은 것 같은 모습이다. 증거 인멸 차원에서 일부러 부은 것일 수도 있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박 씨의 머그컵에 들어간 약물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가루 형태로 와인에 녹아있었던 것과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다고 했다. 약을 빼앗는 과정에서 머그컵에 들어갔거나, 삼키다가 내뱉어서 들어갔다는 신 씨의 주장대로라면 머그컵 안에 알약의 일부가 남아 있어야 하지만 머그컵에 남은 잔여물은 가루 형태였던 것.
이에 전문가는 "가루로 먹은 거 같다. 정제보다 가루일 때 흡수율이 높다"라며 박 씨의 체내에서 검출된 농도는 가루 형태로 복용했다면 가능한 농도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사건 현장에서 머그컵 옆에 떨어져 있던 포크에 대해 "이것으로 알약을 빻아서 와인에 녹였을 가능성이 높다"라며 중요한 증거에 주목했다.
과거 수차례 극단적 선택을 하려 했던 신 씨. 이에 전문가는 "정서적으로 아주 불안한 상태이며 주변인들과의 관계에서 안정적인 관계가 오래 유지되지 못했던 걸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특히 신 씨의 자살 시도 패턴에 대해 "강도가 조금씩 높아지는데 이는 타인을 통제하거나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이끌기 위한 수단으로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방송은 취재 과정에서 신 씨가 동반 자살을 위해 절단한 가스 호스는 LPG 가스인데 이는 가스 누출로 극단적 상황에 이르기에는 어려운 가스인 것을 확인했다. 또한 당시 박 씨만큼 수면제를 과다 복용했다는 신 씨의 주장과 달리 사건 당시 그의 의식은 명료했으며 중독 정도가 심하지 않아 위 세척을 하거나 혈액 채취를 하지도 않았던 것을 확인해 눈길을 끌었다.
수면제를 다량 복용했으나 내성이 생겨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신 씨. 이에 전문가는 내성이 생겼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방송은 다시 한번 신 씨와의 대화를 요청했다. 그러나 신분을 밝히자마자 신 씨는 전화를 끊어 대화를 차단했고, 그의 남편도 같은 입장이었다.
부검의의 판단을 중요하게 본 1심 재판, 이에 전문가는 "약에 취해 심신 상실 상태에서 교살했다면 흔적이나 골절이 남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담당 부검의는 이 사건의 특수성은 배제한 채 부검을 한 게 아닌가 의문이 든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국과수 연구원은 박 씨에게서 나온 약물 농도는 목을 매는 행동이 없어도 사망할 수 있는 정도의 농도라고 소견을 밝혔다.
당시 해당 사건의 부검은 국과수 소속이 아닌 민간 기관의 부검의가 실시했다. 이에 방송은 부검의와도 대화를 요청했으나 그는 할 말이 없다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전문가는 부검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인 재판부가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는 "법의학자들이 애매하다고 하면 살인의 유무죄 결론 자체가 애매하다는 식으로 논리를 펴서 무죄로 쉽게 가버린다"라며 안타까워했다.
초기 수사 당시 동반자살로 생각하고 수사를 진행한 경찰, 이에 현장 수사와 신 씨에 대한 수사가 면밀히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추가로 감식이 필요한 증거들도 현장에서 그대로 놓쳤다.
그리고 부검의는 현장 상황이나 피해자가 사망에 이른 정보를 정확하게 모른 채 부검을 진행해 시신에서 발견된 소견을 충분히 해석하지 못한 것으로 보여 아쉬움을 남겼다.
또 1심 재판은 어쩌면 이를 바로 잡을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이에 방송은 앞으로의 재판을 통해 박 씨의 사망에 관한 한 점의 의혹도 없이 그날의 진실이 모두 밝혀지길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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