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스스토리] 모니터 너머 범죄를 읽는다…사이버 세상 파수꾼

김세정, 이장원 2023. 8. 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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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중원경찰서 사이버수사팀 이건수 경장
IT기업서 5년 근무하다 사이버수사 특채

경기 성남중원경찰서 사이버수사팀 이건수 경장은 경찰 입직 전 IT회사에서 5년간 근무했다. /김세정 기자

[더팩트ㅣ김세정 기자·이장원 인턴기자]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가 감춰둔 불을 훔쳐 인간에게 건넸다. 그 죄로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형벌을 받지만, 인간은 불을 이용해 비약적으로 문명을 발전시킨다. 그러나 불은 무서운 '양면성'을 지녔다. 순식간에 '화마'로 변해 재앙을 불러오거나 화약과 폭탄 같은 무기로 인류를 살상하기도 했다.

21세기 인류에게 '인터넷'은 프로메테우스의 선물에 비견되는 문명의 이기다. 시대를 진일보시킨 현대문명의 원천이지만 불과 마찬가지로 양면성이 존재한다. 인터넷 속 가상공간은 프라이버시 침해나 악성댓글 같은 윤리적 문제에 노출돼 있고, 때때로 잔혹한 범죄의 장이 되기도 한다. 해킹 같은 사이버 공격이 일어나는 일도 더러 있다.

불의 양면성을 제압하는 이들이 소방관이라면 사이버범죄수사관은 인터넷의 양면성을 제어한다. <더팩트>는 모니터 너머 미지의 범죄를 읽는, 경기 성남 중원경찰서 사이버범죄수사팀 이건수(36) 경장을 만났다.

처음부터 사이버 세상의 어두운 면만 쫓은 건 아니었다. 이 경장은 경찰 입직 전 IT기업에서 5년간 근무했다. 어린 시절부터 컴퓨터에 관심이 많던 이 경장은 대학원 졸업 후 IT보안회사에 들어가 악성코드를 분석하고 모바일 백신을 만들어왔다.

"어렸을 때부터 집에 기계가 망가지거나 새로운 물건이 들어오면 저는 설명서를 다 읽어보고, 어떻게 동작하는지 살펴봤어요. 집에 컴퓨터가 고장나면 제가 다 담당해서 고쳤죠. 대학에선 기계공학을 전공했고요. 대학원 때 프로그래밍을 시작했는데 원하는 프로그램을 구현했을 때 쾌감이 있더라고요."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았다 생각했지만, IT회사에서의 반복되는 업무에 점차 지쳐갔다. 매너리즘에 빠지던 그때 우연히 본 '사이버수사 특채'에 운명처럼 이끌렸다. 사회에 보탬이 되고 싶었다. 태어난 두 아이에겐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고 싶었다. 회사원이던 이 경장은 남들보다 조금 늦은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결심했다. 아내도 남편의 결심을 전적으로 응원했다.

'주경야독'을 거듭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책을 폈고, 퇴근 후에도 펜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부족한 체력을 기르기 위해 8층 사무실을 계단으로 오르내렸다. 끈질긴 노력 덕에 이 경장은 12대 1의 경쟁률을 뚫고 2020년 경찰 제복을 입게 됐다. 번듯한 회사를 관둔 아들을 걱정하던 어머니는 눈물을 흘렸다.

평범한 회사원이 경찰관으로 변신하기란 쉽지 않았지만, 다행히도 좋은 선배들을 만나 잘 배우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2021년 2월에 사이버수사팀에 왔는데 생각보다 일이 엄청 많았어요. 드라마를 보면 멋있게 추적도 하는데 그럴 겨를은 크게 없었어요. 사건을 빨리 해결해야 하고요. 저는 그래도 운이 좋았어요. 팀장님이 사이버수사만 몇십 년 하신 베테랑이었고, 7년 경험의 선배도 두 분이나 계셨어요. 배울 게 너무 많았죠. 체포 방법 같은 것도 많이 배웠고요."

이 경장이 속한 중원서 사이버수사팀은 올해 3월 '주식리딩방' 일당 24명을 검거했는데 이 정도 규모의 조직을 일선 경찰서에서 검거하는 건 이례적이라고 한다.

"보통 이런 사건은 대포계좌를 이용하기 때문에 피의자를 특정하는 게 어려워요. 이 사건은 리딩방 투자 사기 계좌 인출책을 특정하게 됐어요. 그래서 검거하러 갔는데 이 사람이 도박사이트에 입금된 돈을 대포계좌로 받아서 다른 계좌로 이체해 주는 것도 하고 있더라고요. 투자사기에 범죄수익금 세탁, 두 사건을 맞닥뜨리게 된 것이죠. 그래서 조직을 검거할 수 있었어요."

이 경장이 속한 중원서 사이버수사팀은 올해 3월 '주식리딩방' 일당 24명을 검거했다. /김세정 기자

사이버수사팀이 담당하는 사건은 이같은 투자사기부터 '몸캠피싱', '메신저피싱'까지 다양하다. 온라인상 명예훼손이나 모욕 사건 등도 담당한다. 모니터 뒤에 숨겨진 범죄자를 추적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대면하지 않는 범죄를 담당해요. 그러니까 누군지 모르는 상태에서 수사도 하는 거죠. 일단 찾는 게 일인 것 같아요. 범인이 누구인지부터 찾다 보니 시간도 오래 걸리고, 검거가 어려워요."

이 경장은 매 순간 진화하는 사이버범죄를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는 "새로운 추적 기법이 발견되면 팀원들끼리 다 공유를 하고 숙지한다"고 강조했다.

4년 차로 접어든 이 경장. 아들과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경찰관이 되는 게 목표다.

"애들이 나중에 커서 봤을 때 부끄럽지 않은 경찰관이 됐으면 해요. 그리고 아무런 대가 없이 일을 하는, 순수하게 수사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sejungkim@tf.co.kr

bastianle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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