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외칠 날을 모두가 기다렸다… 한유섬의 시즌, 8월 12일부터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는 부진이었다. 훈련을 게을리 한 것도 아니었고, 몸이 아픈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좀처럼 한 번 떨어진 사이클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그렇다고 경험이 없는 타자도 아니었다.
한유섬(34‧SSG)은 적어도, 8월 11일까지는 리그에서 가장 기대에 못 미치는 타자였다. KBO리그 통산 168개의 홈런을 때린 장거리 타자이자, 지난해에도 21홈런과 100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역사적인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이끈 타자였다. 팀의 주장으로 리더십과 팀 전력에서의 무게감 모두를 인정 받았다. 올해도 팀의 주전 외야수로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런데 출발이 꼬였고, 좀처럼 주로를 바로 잡지 못했다.
공이 좀처럼 방망이에 잘 맞지 않았고, 여기에 맞은 타구도 예전처럼 힘이 있지 않았다. 데굴데굴 땅볼이 되기 일쑤였다. 지난해 햄스트링 부상부터 모든 악순환이 시작됐다. 후반기 내내 햄스트링 통증을 안고 살았지만 내색하지 않고 묵묵하게 경기에 나섰던 한유섬은 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한 6차전에서 결국 파열 진단을 받았다.
부상을 달고 살 수는 없었다. 하체에 힘이 많이 실리는 타격폼을 수정하고자 했다. 이제 30대 중반에 들어선 나이도 생각해야 했다. 하지만 새로운 타격폼이 고전하며 시즌 초반 타율이 크게 처졌다. 다시 원래의 폼으로 돌아가고자 했지만 이미 많은 것이 망가진 상태였다. 타율은 1할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리그 최악의 타자 중 하나였다. 2군만 두 번을 경험했다.
주위에서는 안타까워했다. 게으른 선수가 아니었다. 매일 가장 일찍 타격 연습에 임해 가장 많은 훈련량을 소화하고 클럽하우스로 돌아가곤 했다. 고민도 많았다. 결국 주장 자리도 내려놨다.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시즌이지만, 아직 50경기가 넘게 남아 있었다. 시즌을 그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2군에서 타격 밸런스를 찾는 데 혼신의 힘을 기울인 한유섬은 비교적 긍정적인 리포트와 함께 8월 5일 다시 1군에 등록됐다. 한동안 안타가 나오지 않았지만 11일 인천 삼성전에서 모처럼 멀티히트 경기를 하며 감을 살렸다. 그리고 12일 인천 삼성전에서는 경기장의 영웅이 됐다.
한유섬은 12일 인천 삼성전에서 홈런 포함 3안타 3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3-2 승리를 이끌었다. 3득점을 모두 한유섬이 책임졌다. 최근 빈공에 시달리고 있는 팀을 심폐소생시키는 대활약이었다. SSG는 한유섬의 맹활약에 힘입어 연패를 하지 않고 3위권 팀들의 추격에서 한숨을 돌렸다.
0-0으로 맞선 2회 1사 후 김성현이 좌중간 2루타를 치고 나가자 한유섬이 우전 적시타로 김성현을 불러들였다. 전날의 감을 이어 가는 순간이었다. 1-2로 뒤진 7회에는 장쾌한 솔로포로 시즌 세 번째 홈런을 기록했다. 한유섬 특유의 스윙이 돌아오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힘 있는 스윙이었다.
하이라이트는 2-2로 맞선 연장 10회 2사 만루였다. 경기를 끝낼 수 있는 기회에서 한유섬은 더 이상 무기력한 타자가 아니었다. 상대 마무리 오승환과 10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를 펼쳤다. 파울만 5개를 치며 집요하게 버텼다. 결국 10구째 패스트볼을 받아쳐 시속 172.1㎞짜리 총알 같은 우전 적시타를 쳐 경기를 끝냈다. 그간 한유섬의 부활을 애타게 기다리던 팬들은 이날 하루만은 마음껏 한유섬의 이름을 연호했다.
한유섬은 경기 후 “최근 팀이 계속 힘든 경기를 치뤘다. 어제도 이겼어야 할 경기를 힘들게 놓치면서 많이 아쉬웠다. 오늘 공교롭게도 내게 찬스가 많이 왔고 그 찬스를 꼭 잡고 싶었다. 이에 긴장하지 않고 편하게 마음을 먹었고 콘택트에 집중한 것이 타석에서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경기를 돌아봤다.
홈런 상황에 대해서는 “상대 투수가 변화구 구사가 많아 노리고 타석에 들어섰던 것이 주효했고. 타이밍이 살짝 빨랐지만 배트에 잘 맞으며 홈런이 됐다”면서 “오늘 많은 타점을 올려서 기쁘다. 매순간 찬스를 살리고 싶은 것이 선수다. 앞으로도 노력해서 내게 온 찬스를 모두 잡도록 노력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유섬에 대한 믿음을 거두지 않았던 김원형 SSG 감독 또한 “공격에서는 특히 유섬이가 홈런과 결승타를 치며 활약했다”면서 “마음의 부담을 내려놓고 앞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앞으로 시즌에서 맹활약해도 시즌 전체 성적은 우리가 한유섬에서 기대했던 그 수준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마도 올해는 한유섬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힘들고 스스로에게 실망스러웠던 시즌으로 남을지 모른다. 그러나 같은 성적이라도 마무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평가는 달라지고, 희망의 정도도 달라진다. 한유섬의 시즌이 8월 12일에라도 다시 정상적으로 시작될 수 있다면, 그간의 빚을 갚을 수 있는 기회는 충분히 남아 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티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