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마무리, 책임 가릴 시간…파행 사태 누구 잘못인가? [뉴스+]

이정한 2023. 8. 12.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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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여일간 논란의 중심이었던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마무리되면서 준비 부족과 운영 미숙에 대한 책임을 묻는 과정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대회 도중에 감찰·감사 소식이 나온 데다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의 경우 장관 경질까지 언급되고 있다. 여권은 먼저 지방자치단체인 전라북도의 방만한 운영 등에 대해 따져 묻겠다는 입장이지만 범정부 조직을 꾸려 잼버리를 준비했단 걸 고려하면 중앙 정부도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전북 부안군 잼버리 경관 쉼터에서 바라본 야영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스1
◆일본은 395억원, 한국은 1171억원

12일 잼버리 조직위원회 등에 따르면 2017년 개최지 선정 당시 491억원이었던 총사업비는 이달까지 두 배 이상인 1171억원으로 불어났다. 잼버리가 열리곤 시작부터 부실 행사란 오명이 나오면서 예비비 69억원이 급히 투입됐다.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새만금에서 참가자들이 조기 철수 후 분산된 뒤에는 숙박비와 식비, 운송비로만 추가로 200억원 가까이 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일본스카우트연맹에 따르면 2015년 일본 야마구치현 잼버리의 총사업비는 395억원이다. 우리는 적어도 3배 이상의 예산을 쓰고도 파행을 거듭한 원인에 대해 철저히 따져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지난 7월 25일 전북 부안군 잼버리공원 드림센터에서 2023 새만금 세계잼버리 최종점검을 한 뒤 브리핑하고 있는 모습. 전북도 제공
여권은 전북도를 우선 검증 대상으로 지목했다. 전북도가 행사를 유치하고 주관했기 때문에 이번 잼버리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전북도가 잼버리 유치를 명분으로 새만금에 도로와 공항 등 사회기반시설(SOC)을 구축하는 데만 집중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잼버리 유치가 결정된 2017년 전북도 ‘싱크탱크’인 전북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잼버리 유치로) 새만금 기반 시설을 조기에 구축해야 한다는 명분을 확보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듬해 전북도는 “‘저비용 고효율’의 잼버리로 전북에 필요한 공항 같은 절대적 SOC 등 각종 인프라를 확충하겠다”며 “전북, 새만금, 국가 위상, 도민의 삶과 질을 한껏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라고 화답했다. 애초 ‘잿밥’에 관심이 컸다는 지적이다.
지난 4일 형형색색의 텐트가 쳐있는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장(오른쪽)과 8일 대원들이 떠난 비어있는 잼버리장. 연합뉴스
◆여러 번 경고했는데 대처 못 한 여가부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지원 특별법’상 예산 집행·승인 등의 권한을 가진 여가부에 대한 책임론도 비등하다. 여가부 장관이 예산 승인권과 인력 파견 요청권 등을 갖고 있어 사실상 잼버리 준비와 운영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아서다. 조직위원회 실무 총책임자인 사무총장은 여가부 권익증진국장 출신인 최창행 국장이다.

잼버리 예산 집행이 저조해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이 국회 예산안 검토 과정에서 수차례 나왔는데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책임도 제기된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문위원실이 작성한 2021년 회계연도 예산안 검토보고서에는 “새만금 잼버리는 사전 행정절차 이행이 지연됨에 따라 과도한 보조금 이월이 발생해 당초 계획보다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고 나온다. 여가위 수석전문위원들은 그 외 회계연도 검토보고서에서도 ‘예산 실 집행률이 저조해 사업 추진 점검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때도 잼버리 재난 대책에 대한 우려가 나왔는데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대책을 다 세워놓았다”, “차질없이 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잼버리가 사실상 파행하고 태풍의 영향으로 새만금에서 대원들이 조기 철수한 뒤에는 김 장관의 발언 실수가 여러 차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 8일 브리핑에서 부산엑스포 유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잼버리 위기 대응을 통해 대한민국 역량을 전 세계에 보여줬다”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이튿날부터 김 장관은 브리핑에 나타나지 않았는데 발언 논란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김 장관의 브리핑 일정을 취소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새만금 잼버리 비상대책반 회의에 입장해 자료를 점검하며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여가부 뒤에 숨은 책임자는 누구

큰 국제행사를 개최한 경험이 없는 여가부가 중앙 정부를 대표해 책임 추궁을 당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엔 ‘여가부 패싱’이 공공연했고, 여가부 폐지에 몰입해 힘을 다 빼놓았는데 여가부가 다른 중앙 부처들을 이끌어 행사를 준비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다.

정부가 2018년 12월 말 잼버리 지원 특별법을 제정한 데 따라 배정된 부처별 잼버리 중점지원 과제는 교육부와 외교부, 보건복지부, 경찰청,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국토교통부, 국방부 등 전 부처를 아우른다.

게다가 대규모 예산 지원이나 관련 정책 심의·조정 권한은 ‘정부지원위원회’가 갖고 있다. 정부지원위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고, 기획재정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 여가부 장관이 부위원장을 맡는다. 잼버리 초기에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부실한 시설 등 논란이 불거졌을 때 한 총리는 “지금부터 대한민국 중앙 정부가 전면에 나서서 원활한 대회 진행을 책임지겠다”고 말한 바 있는데, 애초에 잼버리 준비·운영에는 중앙 정부가 깊숙이 개입돼있다.
지난 8일 전북 부안군 '2023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장에서 청소년 스카우트 대원들이 조기 철수 준비를 하고 있다. 뉴시스
행사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없었다는 것도 행사 파행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대회 공동조직위원장에 5명(김현숙 여가부 장관, 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의원, 이상민 행안부 장관, 박보균 문체부 장관, 강태선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이 임명되면서 책임이 분산됐다. 잼버리 파행이 논란이 된 뒤에는 관계부처가 서로 책임을 미루는 모습까지 나와 운영 미숙만 두드러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는 진상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국무조정실 감찰과 감사원 감사, 검찰 수사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민주당은 국정조사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어 한동안 파장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정한 기자 h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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