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형받은 ‘명예훼손’ 정진석…재판부 “일베글 근거로 제출하기도”
“피고인은 검찰에 제출한 우편 진술조서에서 이른바 ‘일베’에 올라온 게시물을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자료로 첨부하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지난 10일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한 재판부가 양형에 불리한 사정으로 밝힌 이유 중 하나다.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박병곤 판사는 정 의원이 권양숙 여사를 비롯한 유족에게 직접 사과하는 등 피해 회복을 위한 조치를 했다는 근거가 없다고 지적하면서 이같은 ‘일베 자료’ 제출을 언급했다.
정 의원은 2017년 9월 페이스북 글에서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언급하며 “권양숙씨와 아들이 박연차씨로부터 수백만달러의 금품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부부싸움 끝에 권씨는 가출하고 그날 밤 혼자 남은 노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발언은 당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정치 보복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가했다”고 말한 것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재판부는 우선 정 의원의 페이스북 글 내용이 거짓이라고 판단했다. 근거로는 노 전 대통령 아들 건호씨, 권 여사, 사저 근무 경호원 등의 검찰 진술을 들었다. 이들은 노 전 대통령 부부가 부부싸움을 했다거나 가출한 사실, 노 전 대통령이 혼자 남아 있던 사실 등이 없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사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촬영 영상으로도 정 의원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가 없다고 봤다.
페이스북 글과 관련한 언론 보도나 조사 결과, 의혹 제기 등이 있었다고 볼 수도 없어 정 의원이 해당 내용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이유도 없었다는 게 재판부 설명이다.
재판부는 이런 내용의 글로 인해 노 전 대통령 부부의 명예가 훼손됐다고 판단했다. 박 판사는 “부부 사이의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과 관련해 부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어서 피해자들(노 전 대통령 부부)의 사회적 가치 또는 평가를 저하시킨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이 ‘공적 인물’인지에 대한 평가도 있었다. 재판부는 “문제가 된 말이나 글이 공적 인물에 대한 공적 관심사에 관한 것이라면 인격권 보호보다 표현의 자유가 우선할 수 있다”면서 페이스북 글 게시 당시 노 전 대통령은 공적 인물이 아니었고 글 내용도 공적 관심사도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인 정 의원의 표현의 자유보다 피해자의 인격권 보호가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검찰을 향해서도 “이 사건 수사는 합리적 이유 없이 매우 느리게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범행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난 점’이 정 의원에게 유리한 사정이라는 구형 당시의 검찰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재판부는 “사실관계 자체가 매우 단순하고 이미 관련 자료가 충분히 확보됐던 것으로 보이며 참고인들이나 피고인에 대한 조사가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볼 수도 없다”며 “피고인에 대한 조사는 한 차례밖에 실시되지 않았고 압수수색 같은 강제수사도 이뤄지지 않는 등 피고인에게 불리한 처분이 이뤄졌다는 점을 뒷받침할 자료도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정 의원을 법정구속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국회의원의 직무상 활동을 제한하게 되는 구속 여부를 결정할 때 더욱 신중하고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점과 무죄추정의 원칙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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