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만의 해후’ 최재형 지사 부부…합장묘에 쓸 연해주 흙 3㎏ 국내로

이제교 기자 2023. 8. 12.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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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현지에서 채취한 흙이 '연해주 독립운동의 대부' 최재형(1860∼1920) 지사의 넋을 기리기 위해 한국에 온다.

12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한국 총영사관은 블라디보스토크항에서 강원도 동해로 향하는 카페리 이스턴드림호 편으로 최 지사 순국 추정지인 우수리스크에서 채취한 흙 3㎏을 한국으로 보냈다.

한국 총영사관 고문희 부총영사는 "우수리스크에서 채취한 흙이 없으면 최 지사 묘 복원 취지가 빛바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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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 배우자 최 엘레나 여사 유해 봉환식 광복절 전날인 14일 ‘백 년만의 해후, 꿈에 그리던 조국 대한민국’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서울현충원에서 부부 합장식을 거행하기 위해 지난 7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 배우자 최 엘레나 페트로브나 여사 유해. 국가보훈부 제공

우수리스크 옛 고택에서 채취, 러시아 복잡한 검역과정 거쳐 반출

전 재산을 독립과 이주 동포 위해 사용, 안중근 지사의 의거 지원도

러시아 현지에서 채취한 흙이 ‘연해주 독립운동의 대부’ 최재형(1860∼1920) 지사의 넋을 기리기 위해 한국에 온다. 흙은 올해 광복절에 맞춰 국립 서울현충원 내 독립유공자 묘역에 복원되는 최재형 지사 부부합장묘에 뿌려진다.

12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한국 총영사관은 블라디보스토크항에서 강원도 동해로 향하는 카페리 이스턴드림호 편으로 최 지사 순국 추정지인 우수리스크에서 채취한 흙 3㎏을 한국으로 보냈다. 태극기가 부착된 황금색 보자기로 감싼 흙이 든 상자는 총영사관 직원의 손에 들려 뱃길에 올랐다. 흙은 오는 13일 오후 1시 동해항에 도착한 뒤 국가보훈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연해주의 흙이 한국으로 오기까지는 최지사의 일생만큼이나 험난하지만 의미있는 과정을 거쳤다. 흙은 지난달 25일 우수리스크에 있는 ‘최재형 기념관’(옛 최재형 지사 고택) 뒤편 언덕에서 채취됐다. 이후 러시아연방 연해주 식물검역청에 의뢰해 123도의 고온에서 2시간 동안 열소독을 하고, 채취한 흙에 식물 종자가 포함되지 않은 사실도 확인받아 ‘식물검역 증명서’를 발급받았다.

또 러시아 극동 세관이 흙 안에 문화재가 포함됐는지, 군사적 요소와 관련 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요청함에 따라 러시아 극동 환경감독청·연방 수출감독청 등과 협의해 필요한 증명서를 받았다. 한국 총영사관 고문희 부총영사는 “우수리스크에서 채취한 흙이 없으면 최 지사 묘 복원 취지가 빛바랠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도 우리 정부 취지에 공감해 증명서 발급 기간 등을 단축하는 편의를 제공했다.

최 지사는 9세 때 부모를 따라 연해주로 이주한 뒤 러시아군 군납 상인으로 자수성가했다. 모은 전 재산을 조국 독립과 이주 동포를 위해 바쳤다. 최 지사는 안중근 지사의 이토 히로부미 사살을 지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 지사는 1920년 ‘4월 참변’을 일으킨 일본군에 체포된 직후 살해됐으며, 그의 시신은 현재까지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태다.

정부는 광복절 전날인 14일 ‘백 년만의 해후, 꿈에 그리던 조국 대한민국’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부부 합장식을 거행할 예정이다. 최 지사 순국 후 키르기스스탄으로 유배된 뒤 현지에서 생을 마감한 부인 최 엘레나 페트로브나(1880∼1952) 여사의 유해는 지난 7일 항공편으로 국내로 봉환됐다.

정충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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