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청년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기자들이 들여다보는 이유

윤유경 기자 2023. 8. 1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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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신문, 경남도민일보 요약해 설명해주는 인스타그램 '은도리_뉴스'
"지역균형 발전에 도움될 수 있는 지역신문 기자 되고싶어"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기사를 쓴 기자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박준혁 경남신문 기자)

주5회 경남 지역신문을 요약, 설명해주는 친절한 인스타그램 계정이 있다. 어려운 말 투성이인 신문에 비해 '쉽다'는 것이 이 뉴스의 매력이다. 언론사에서 운영하는 뉴스브리핑 계정이라고 하면 다소 평범하지만, 놀랍게도 '지역균형 발전'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20대 지역 청년이 자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경남 창원에 거주하는 은도리_뉴스 운영자 이하은(24세, 창원대 사회학과)씨는 쉬운 방법으로 뉴스를 전달하는 지역신문 기자를 꿈꾼다. 이씨는 지난 1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경남의 청년들이 경남에 정착할 수 있게끔 지역균형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역신문 기자가 되고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인스타그램에서

'지역신문 기자 되고싶은데, 사람들은 지역뉴스를 안본다' 은도리_뉴스의 시작

'지역신문 기자가 되고 싶은데, 사람들은 지역 뉴스를 보지 않는다'

은도리_뉴스를 시작하게 한 고민이다. “처음 은도리_뉴스 인스타그램 계정을 시작한 것도 사람들이 종이신문을 잘 안보고 친숙하지 않아서였다. 신문을 종이신문으로 읽으라는 말은 이젠 설득력이 떨어진다. 신문사에 가고 싶으니까 앞으로 나아가야할 새로운 방향, 신문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했다.”

'왜 신문을 안읽는가'에 대해 이씨가 내린 답은 '어려워서'였다. “주변 친구들이 지역뉴스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진 않지만, '전혀 알고싶지 않다'가 아니라 '알면 좋은데 봐도 모르겠다'는 친구들이 많다. 길거리에 붙어있는 정당 현수막을 보면 무슨 일 때문에 붙었는지 궁금해하지만, 알아볼 데도 없고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해 넘겨버린다. 무관심하진 않은데 쉽게 알만한 창구가 없구나 생각했다.” 이씨는 올해 경남도민일보 신입기자 면접에서 최종탈락한 후 부족한 점을 고민하다 뉴미디어쪽 능력을 더 키워봐야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그래서 은도리_뉴스의 가장 큰 특징은 '경남', '쉬운 뉴스', '인스타그램'이다. “수도권 뉴스를 요약하는 계정은 많은데, 경남 소식만 전달하는 계정은 찾을 수 없었다. 경남에 사는 청년들과 경남 주민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제공하고 싶었다. 스크랩만 하기보단 청년 세대들도 '신문이 생각보다 재밌구나, 그게 그 말이구나'하고 이해할 수 있게 쉽게 정리하려고 했다.”

올해 1월부터 시작해 11일 기준 86개의 '은도리_뉴스'가 게재됐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초반엔 주3회로 정리하다 8월 들어 주5회로 바꿨다. 가족들과 친구들의 피드백을 적극 반영해 내용이 눈에 바로 들어올 수 있게끔 표지도 바꿨다.

▲ 2023년 8월11일 은도리_뉴스 기사 갈무리.

카드뉴스는 매일 오전에 올린다. 오전 9시쯤 경남신문과 경남도민일보 지면 신문을 적어도 7면까지(경남도민일보 기준) 꼼꼼히 읽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약간은 복잡하고 중요한 주제를 골라 중요한 기사, 문장을 꼽는다. 노트북에 저장돼있는 은도리_뉴스 양식을 열고 제목부터 날짜, 소제목, 본문 내용을 정리한다. 신문에 나와 있지 않지만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따로 검색하고 공부해서 정리한다. 어려운 용어를 설명해주는 칸도 있다.

“하루를 은도리_뉴스를 정리하며 시작한다. 아침잠이 있다보니 잘 안될 때도 있지만 너무 늦게 올리고 싶진 않다. 구독자들이 아침에 눈떠서 경남 소식을 알며 하루를 시작했으면 좋겠다. 양치하고 밥 먹는 것처럼, 루틴처럼 하고 있어서 귀찮다는 생각이 든 적은 없다. 하다 보니 속도도 붙고 아직까지 어려운 점은 없지만 더 보기 쉽게, 가독성 좋게 만들고 싶어서 매일 고민한다.”

가장 관심 있는 키워드는 '지역균형발전'이다. “주변에 취업한다고 서울로 가는 친구들이 많다. 왜 꼭 취업을 하려면 서울로 가야하나라는 의문이 들었고, 청년들이 경남에 정착할 순 없을까 고민했다. 결국 지역균형 발전을 이뤄야하는데, 여론 형성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건 언론이다. 그래서 언론사에 들어가 기자를 하고 싶었다. 먼 훗날 입사를 하면 지역균형 발전에 도움이 되는 기사를 쓰고싶다.”

“어려운 단어, 상황 설명 잘해줘 기사 쓴 기자보다 낫다는 생각 들 정도”

은도리_뉴스의 파급력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7개월 만에 약 2300명의 팔로워가 모였다. 좋아요 수도 많게는 100개까지 나온다. 몇몇 경남도민일보와 경남신문 기자들도 은도리_뉴스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다.

이씨는 지난주 경남도민일보의 인터뷰 요청이 왔을 때는 기쁨과 당황스러움에 “식은 땀이 나기 시작했다”며 감회를 전했다.

“인터뷰 요청을 받고 식은 땀이 나기 시작했다. (웃음) 왜 나를 인터뷰하시는 건지, 당연히 영광이었다. 인터뷰해주신 경남도민일보 기자님이 경남도민일보의 인스타그램, 쓰레드 계정을 관리하시는 분이다. 기자님이 한 번씩 은도리뉴스에 좋아요를 눌러주셨어서 경남도민일보에 더 친근함을 느끼고 있었는데, 만나서 대화를 나눠보니 더 좋았다. 기자님이 기사가 올라간 후 나온 좋은 반응들도 다 공유해주셨다.”

▲ 경남도민일보 기사 '경남지역 신문만 요약하는 인스타 계정이 있다? '은도리_뉴스'를 만나다'(2023.8.8) 갈무리.

이씨를 인터뷰한 김연수 경남도민일보 기자는 인스타그램에 경남도민일보를 검색하다가 인기 게시물에 뜬 '은도리_뉴스'를 발견했다. 김 기자는 지난 9일 미디어오늘에 “사정상 인력이 많지 않아서 혼자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쓰레드를 다 관리하고 있다. 은도리_뉴스를 발견하고 반 년 넘게 지켜보다가, 이번에 연락했다. 회사 안에서도 '대체 저 분이 누구냐'고 말하며 궁금해하는 기자들도 있었다.(웃음)”고 말했다.

지역신문 기자에게 지역신문을 읽는 청년의 존재는 반갑다. “처음에는 짧게 '이 사람이 누구다' 정도로 쓸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지역뉴스, 지역균형발전에 대해 꽤 진지하게 생각하고 계셔서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됐다. 지역신문을 스크랩하고 본인이 가공해서 매일 시간을 들여 뉴스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 지역신문 기자로서 너무 감사했다.” (김연수 기자)

이미 은도리_뉴스를 팔로우해 자주 보고있다는 박준혁 경남신문 기자도 “가끔 내 기사가 올라오면 뿌듯하기도 하다. 단순히 기사만 올라오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단어 나 현재 상황 등을 추가로 잘 설명해 줘 기사를 쓴 기자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앞으로 경남의 청년들이 필요한 게 뭔지, 지역 신문이 알려야 할 것들에 대해서도 많이 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자가 되면 은도리_뉴스를 더 이상 볼 수 없는건가”라는 질문에 이하은씨는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드디어 취업했습니다! 떠납니다'하면 은도리_뉴스의 목적이 그저 취업이었다고 생각될 것 같다. 주5일은 못하더라도, 은도리_뉴스 계정을 운영하면서 지역소식을 쉽게 설명해주는 건 지속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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