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내 제조업 근간 ‘뿌리산업’ [창간 35주년, 지역의 힘]
道, 14개 뿌리기술 갖춘 기업·조합 대상... 국내외 전시회·컨설팅 등 아낌없는 지원
나무의 ‘뿌리’는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뿌리는 나무가 올곧게 서 있고 성장하는 데 꼭 필요하다. 제조업에도 나무의 뿌리처럼 필수적인 업종들이 있다. 제조업에서 제작되는 모든 최종 제품에 내재된 금형, 주조, 열처리 등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뿌리기술을 보유하며 제조업의 근간을 떠받치는 뿌리기업들이 경기침체와 인력난 등으로 위기에 처해 있다. 경기일보는 창간 35주년을 맞아 ‘지역 경제의 힘’인 뿌리 산업을 집중 조명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 제조업의 근간 ‘뿌리산업’, 왜 중요한가
뿌리기술은 제조업 전반에 걸쳐 활용되는 주조, 금형, 표면처리, 열처리 등의 기반 공정기술과 사출·프레스·정밀가공, 로봇, 센서 등 제조업의 미래 성장에 핵심적인 차세대 공정기술로 구분된다. 이러한 뿌리기술을 활용해 주조, 금형, 용접·접합, 소성가공 등 성형공정을 통해 소재에서 부품으로, 부품에서 완제품으로 제품의 형상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같이 뿌리산업은 자동차, 조선, 반도체, 기계산업 등 우리나라 주력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의 근간이 되는 기반산업으로 최종제품의 품질이나 성능을 결정한다. 주력 산업 고도화의 발판이 되는 필수적인 요소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뿌리산업이 무너지면 제조업이 위태로워지고, 제조업이 흔들거리면 지역 경제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뿌리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일반산업단지나 국가산업단지 등을 대상으로 지난 2013년부터 매년 ‘뿌리산업 특화단지’를 지정해 오고 있다.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에 따르면 전국에는 총 45개의 뿌리산업 특화단지가 지정된 상태다. 이 중 경기도에는 총 9개의 특화단지가 활동, 광역지자체별로 보면 전국에서 가장 많다.
시·군별로 따져보면 안산에는 안산도금협동화단지, 반월도금단지, 스마트허브피앤피단지, 경인도금단지 등이 위치해 경기도에서 뿌리산업 특화단지가 가장 많고, 부천·시흥·양주·화성·연천에도 각각 1개씩 뿌리산업 특화단지가 소재하고 있다.
■ 경기도 유일의 금형 특화단지 ‘몰드밸리’, 道 뿌리산업 견인
그중에서도 부천에 위치한 ‘몰드밸리’(오정 일반산업단지)는 경기도에서 주목받는 뿌리산업 특화단지 중 하나다. 도내 뿌리산업 특화단지 중에서는 입주업체들이 255개로 가장 큰 산업단지다.
부천 유일의 산업단지인 몰드밸리는 부천시 오정동 일대에 29만884㎡ 부지에 지난 2009년 준공됐다. 2016년 말에는 일부 미분양 토지에 금형 전문기업 12개사를 유치해, 명실상부한 금형집적화 산업단지의 모습을 갖춘 바 있다.
또 인천공항, 김포공항 등과도 가까워 입·출국의 접근성이 높아 금형 제품 수출입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한곳에 집적해 있다는 몰드밸리 특성상 이곳의 금형 가격은 타 지역보다 저렴하고, 첨단기술과 장비로 빠른 시간 안에 금형을 완성할 수 있는 업체들도 상주해 있다. 또 한국금형센터와 생산기술연구원 금형센터도 몰드밸리에 위치해, 대한민국 최고의 금형기업에 대한 원스톱 서비스 체계도 구축하고 있다.
박광용 제6대 몰드밸리협의회장(경인유화㈜ 대표)은 도내 지역 경제와 제조업의 근간이 되는 뿌리산업은 몰드밸리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신발부터 반도체까지 특정 제품을 찍어내는 데 꼭 필요한 틀인 금형을 몰드밸리에선 가장 저렴한 가격에 완성도 높게 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몰드밸리의 금형 기술과 제품은 해외 어느 나라에 내놔도 그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며 “뿌리산업 특화단지 선정 이후에는 최첨단 장비를 통해 신기술을 개발하고, 금형 전문 생산공장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명실상부한 전국 최고의 금형제조 단지로 거듭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몰드밸리 역시 세계 경기 둔화와 인력난으로 위기 아닌 위기를 맞고 있다. 애초에 금형 기술을 배우려는 사람이 부족한 데다, 경기 침체로 금형 수주 물량이 부족한 탓이다.
박 회장은 “부천공업고등학교와 도제교육을 통해 미래의 금형인을 양성하고 있지만, 이조차도 입학생이 자꾸 줄어 걱정”이라며 “지자체와 정부가 제조업을 떠받치는 뿌리산업과 뿌리기업이 무너지지 않도록 세심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경기도, 뿌리기업 지원·육성 위해 두 팔 걷어
이같이 위기에 처한 뿌리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경기도 역시 지원책을 세워 발 벗고 나서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 3월부터 ‘2023년 경기도 뿌리산업 육성 지원사업’을 실시 중이다. 주조, 금형, 소성가공, 용접, 열처리, 표면처리, 사출·프레스, 엔지니어링 설계 등 14개 뿌리기술을 갖춘 기업이나 조합이 지원 대상이다. 해당 지원 사업은 △국내외 전시회 참가 지원 △기업애로 컨설팅 등 두 가지로 구분된다.
먼저 도내 뿌리기업들의 판로 개척을 위해 경기도는 국내외 오프라인·온라인 전시회 관련 비용을 지원한다. 참가비는 물론 부스·부대시설 임차비나 장치설치비, 제품 홍보를 위한 전시 홍보물 제작비를 제공한다. 국내 전시회에는 최대 300만원을, 해외 전시회에는 최대 400만원을 지원한다. 또 기업들의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컨설팅을 제공 중인데, 여기에는 뿌리기술 공정 관련 기술 애로 컨설팅, 인사·노무 등 경영전반 컨설팅, 정부과제 기획 컨설팅 등이 지원된다.
경기도 관계자는 “경기도는 제조업의 근간인 뿌리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통해 뿌리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도내 뿌리기업들이 여러 위기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정규 기자 kyu5150@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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