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으로 못박았다”…쿠팡 다음으로 미국에 상장한다는 한국 회사 [홍키자의 빅테크]

홍성용 기자(hsygd@mk.co.kr) 2023. 8. 12.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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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더현대서울에 마련된 ‘더퍼스트 슬램덩크’ 팝업스토어. <사진=현대백화점>
“이세진을 보려고 몰려든 사람들 1000명이 줄을 섰습니다. 일주일 만에 1만여 명이 다녀갔죠”

올해 초 극장가에서 가장 인기를 끌었던 작품은 ‘더 퍼스트 슬램덩크’ 였습니다. 말 그대로 신드롬이었죠. 극장서 애니메이션을 시청한 대한민국 관객수만 470만명, 슬램덩크 관련 만화 단행본은 총 250만부가 넘게 팔렸습니다. 서울 여의도의 더현대서울에 열었던 팝업스토어는 일주일만에 6000여명이 넘게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이 슬램덩크 팝업보다 더 인기였던 팝업매장이 있었다는 겁니다. 일명 ‘데못죽 팝업스토어’였습니다. 일주일만에 1만여명이 다녀간 이 팝업매장 주인공은 이세진. 가상 아이돌입니다. ‘데뷔 못하면 죽는 병’(카카오페이지)이라는 웹툰의 남자 아이돌 가수를 보기 위해 방문한 고객들로 더현대서울이 한이 가득찼습니다.

카카오페이지의 인기 웹툰 ‘데뷔 못 하면 죽는병 걸림’. <사진=카카오페이지>
잘 이해가 안 될 수 있습니다. 방탄소년단이나 블랙핑크와 같은 전 세계서 통하는 유명 가수도 아니고, 활자 속 안에 존재하는 아이돌에 열광하는 이들이 있다니요. 웹툰을 둘러싼 팬덤의 실제 모습입니다. 웹툰을 열렬히 보는 세대가 있고, 특정 작품에 열광하는 팬덤이 있죠. 이들은 오프라인에 마련해 둔 공간에서 작품을 직접 느끼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오픈런’을 합니다.
네이버웹툰 연간 흑자 달성 가능성...내년엔 나스닥 상장
지난 4월 네이버웹툰 PPS 프로그램 10주년 기념 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는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 <사진=네이버웹툰>
네이버웹툰이 올 6월 말부터 2주간 서울 코엑스에서 운영한 ‘냐한남자’ ‘마루는 강쥐’ 팝업스토어도 하루 최대 5700여 명, 누적 6만여 명이 다녀갔죠. 이곳에서 116만원어치의 굿즈를 한 번에 산 고객도 있었습니다. 웹툰의 인기가 실구매로 이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네이버가 자회사 네이버웹툰을 “내년에 상장하겠다”라고 못 박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올해 말 네이버웹툰 흑자 가능성이 점쳐지고, 예상보다 더 빠르게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는 것이죠.

시장조사업체 스페리컬인사이트앤컨설팅에 따르면 전 세계 웹툰 시장 규모는 2021년 47억 달러(약 6조 원)에서 2030년 601억 달러(약 78조 원)로 급성장할 전망입니다. 연평균 성장률이 40.8%입니다. 매년 40%씩 성장하는 분야가 많이 있지 않잖아요. 네이버웹툰은 이미 2014년부터 미국 시장에 진출해 영어 서비스를 시작했고, 하루빨리 더 많은 투자금을 확보해 쏟아부어야 이 시장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네이버웹툰 주요 작품들. <사진=네이버웹툰>
네이버웹툰은 국내 웹툰 업계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아직은 돈을 많이 벌지 못합니다. 네이버의 콘텐츠 사업은 지난해 매출 1조5599억 원을 만들었지만, 3699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습니다. 콘텐츠 사업 안에는 여러 사업이 있지만 네이버웹툰의 웹툰·웹소설 사업이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그중에 올 연말께나 달성할 것이라던 흑자의 기미가 올해 2분기에 나타났습니다. 올해 연말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흑자를 예측했는데, 올 2분기에 흑자를 달성했습니다. 그 결과 지난 4일 열린 실적발표에서 “네이버웹툰 상장은 계획대로 진행 중이고 내년에 상장할 수 있도록 준비를 완료하겠다”고 밝힐 수 있었던 것이죠. 자신감이 반영된 것입니다.

네이버웹툰이 내년 미국 나스닥 상장에 성공한다면 네이버 계열사 가운데 유일한 상장 기업으로 올라서게 됩니다.

그동안 ‘쪼개기 상장’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카카오뱅크, 카카오게임즈 등 자회사를 줄줄이 상장시킨 카카오와 달리 네이버는 라인을 제외하면 상장시킨 계열사가 없었죠. 메신저 자회사 라인도 2016년 일본과 미국에 상장했다가, 2020년 일본 Z홀딩스와 경영 통합하며 자진 상장폐지했습니다.

‘넥스트 마블’ 되겠다...네이버웹툰의 목표는 디즈니
디즈니 마블스튜디오의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디즈니는 이 영화만으로 3조7000억여원을 벌어들였다.
앱 분석업체 데이터에이아이(data.ai) 조사에 따르면 북미 시장에서 네이버웹툰의 지난해 평균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975만명, 웹툰 분야 점유율이 70%에 육박했습니다. 2위인 만타코믹스(리디) 9.79%에 비해 무려 7배나 높습니다. 실제로 네이버는 미국 이외의 글로벌 전체 웹툰 시장에서도 수익과 MAU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죠.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웹툰은 미국인들에게 웹툰업계의 유튜브 같은 존재라고 보면 된다. 영상 볼 때 유튜브 들어가는 것과 같은 수준의 인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네이버웹툰의 목표는 ‘포스트 디즈니’.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는 올 초 미국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네이버웹툰은 아시아에서 시작한 ‘포스트 디즈니’가 될 것이다. 디즈니는 직접 IP(지적재산권)를 개발하고 보유하고 이를 전 세계로 뿌려주고 있다”며 “네이버웹툰도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으로 이러한 일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프랑스 경영대학원 인시아드의 연구팀은 네이버웹툰의 글로벌 성공 전략을 분석한 케이스 스터디에서 “‘넥스트 마블’이 될만한 요소를 갖췄다”고 평했죠. 만화를 보지 않던 이용자들까지 독자로 유입시켰고, 이용자와 창작자가 콘텐츠를 함께 만들어 나가는 생태계를 구축한 게 디지털 미디어로서 전례가 없었다는 겁니다.

특히 네이버웹툰이 웹툰을 콘텐츠로 활용하는 수준에서 멈추지 않고 10개 언어로 서비스를 확대해 플랫폼 자체를 글로벌화하고 현지 작가를 발굴하며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왔다고 분석했고요. 특히 원천 IP를 활용한 다양한 사업 기회를 만들었다고 강조했습니다. IP를 통한 영상화, 영상화 이후 2차 저작물까지 웹툰 산업 자체를 키웠다는 것입니다. 현재 네이버웹툰을 원작으로 300개 이상의 영상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죠.

네이버웹툰의 북미 시장 점유율이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성과를 낸 작품은 너무도 많습니다. 네이버웹툰 원작 ‘지금 우리 학교는’은 지난해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비영어 시리즈 부문 1위를 기록했고요. ‘지옥’, ‘스위트홈’ ‘유미의 세포들’ 등 네이버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들이 OTT 채널을 통해 전 세계인의 픽을 받았죠.

좋은 작품이 있다는 건 아는데 실제로 돈을 벌 수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합니다. “만화 좀 보고 영화 좀 보면 돈을 버느냐?”는 질문입니다.

잘 만들어둔 IP 하나가 수조 원의 돈을 벌어들이는 모습은 익히 많습니다. 1997년 애니메이션으로 처음 출시했던 포켓몬스터 IP 하나가 벌어들인 돈이 100조원이 넘습니다. 매년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셈이죠. 마블 시리즈의 대표작인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영화만으로 3조7000억여원을 벌어들였습니다. 네이버의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전년 대비 20.6% 증가한 8조2201억원을 기록했고, 분기 2조 돌파한 게 신기록이었으니 잘 만든 콘텐츠의 파워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애플·아마존도 뛰어든 웹툰...“틱톡, 유튜브가 경쟁자”
일본에서 서비스되는 웹툰 작품. <사진=케나즈>
플랫폼을 둔 빅테크 기업도 웹툰 콘텐츠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애플은 올 하반기에 북미 이용자를 대상으로 ‘세로로 읽는 만화’ 서비스를 열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고 전해집니다. 미국을 시작으로 유럽 등 전 세계 51개국에서 순차적으로 웹툰 페이지를 신설하겠다는 계획도 있습니다. 이미 지난 4월부터 일본에서는 애플의 전자책 플랫폼인 애플북스가 ‘세로 읽는 만화’ 페이지를 열었죠.

아마존 역시 4월부터 일본에서 ‘아마존 플립툰’ 웹툰 서비스를 내놨습니다. 아마존 킨들 스토어를 통해 접속하면 100여 개 작품을 일본어로 볼 수 있습니다. 망가(만화)의 본고장인 일본 이용자를 대상으로 웹툰을 테스트하겠다는 겁니다.

네이버웹툰도 이 점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죠.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는 “애플, 아마존 같은 빅테크도 웹툰 시장에 뛰어들었는데 두렵지 않다. 네이버웹툰은 단순한 콘텐츠 프로바이더(제공사)나 퍼블리셔(발행사)가 아니라 창작자와 이용자를 확보한 콘텐츠 퍼블리싱 플랫폼이기 때문에 후발주자들이 한 번에 따라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오히려 틱톡이나 유튜브를 잠재적 경쟁사라고 꼽았습니다. 김 대표는 “경쟁 상대는 유튜브, 틱톡일 수 있다. 시간 점유율을 늘리고 웹툰 산업 규모 자체를 키워야 하는 소명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유료 모델을 통해 창작자를 영입하고 이용자 규모를 확장하는 방식이 틱톡이나 유튜브랑 동일하다는 인식에서입니다.

네이버웹툰 작품 속 캐릭터들. <사진=네이버웹툰>
사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고객의 시간을 점유해야하기 때문이죠. 오프라인 기업들이 모두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경쟁자로 꼽는 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24시간이 한정된 고객들의 시간을 어떻게든 뺏는 것. 이용자들의 시간을 점유해서 우리 콘텐츠에서 체류하는 시간을 더 늘리는 것. 그래야 산업 전체의 규모가 커진다는 인식입니다. 집밖에 나가지 못하던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웹툰과 영상 콘텐츠 시장이 모두 성장한 게 이같은 이유죠.

네이버웹툰은 공언대로 내년에 이상 없이 미국에 직상장할 수 있을까요? 미국에 상장한 첫번 한국의 콘텐츠 회사가 될 수 있을까요? 아직 점유율 측정이 미미한 수준이라는 초창기 글로벌 웹툰 시장은 더 커질 수 있을까요? 지켜봐야겠습니다.

‘홍키자의 빅테크’는 플랫폼, 테크, 유통, 이코노미와 관련된 각종 이슈 뒷얘기를 파헤칩니다. 지금 홍성용 기자의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깊이가 다른 콘텐츠를 매주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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