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BTS’ 우려 한 방에 잠재운 정국의 ‘힘’

김영대 음악 평론가 2023. 8. 12.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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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솔로 싱글 《Seven》 성공으로 솔로 팝가수 성공적 데뷔…K팝 산업 전반에도 긍정적인 영향 기대

(시사저널=김영대 음악 평론가)

《Seven(세븐)》은 여러모로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팝 트랙이다. 말랑한 기타 리프에 이어 간결하게 치고 들어가는 오프닝 시퀀스에 흐르는 정국의 목소리는 조금의 주저함이나 망설임 없이 정확한 음을 때려낸다. 상쾌하고 명징하다. 이렇게 정국은 도입부의 목소리 몇 초만으로 이 곡이 전하고자 하는 심플하고도 정교한 팝 튠의 정체에 대한 실마리를 매우 분명하게 제시한다. 3분이 조금 넘을 뿐인 이 짧은 곡은 (당연하게도) 조금의 지루한 순간도 허용하지 않은 채 핵심적인 멜로디만을 반복적으로 제시하는데, 반복적이라는 느낌을 주지 않으면서도 듣는 이를 감질나게 만들어 여지없이 또 한 번의 플레이로 이끄는 데 성공한다.

7월25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코엑스 K팝스퀘어 전광판에 정국의 솔로 싱글 《Seven》의 광고물이 송출되고 있다. ⓒ뉴시스

발매 직후 빌보드 HOT 100 차트 정상 올라

촌스럽고 뻔한 반복으로 귀에 불쾌한 잔여감을 남기는 후크송들의 중독과는 그 질이 다르다. 이 곡만큼은 훈련된 귀를 가진 평단과 일반 음악 대중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발매 직후 빌보드 HOT 100 차트의 정상으로 데뷔해 3주 연속 차트 상위권에 랭크됐는가 하면, 동시에 국내 음원 사이트에서도 1~2위권에 꾸준히 머물러 있다. 아이돌, 그것도 남자 아이돌의 음악이 히트할 때 태그처럼 따라오던 '팬덤 인기'와는 또 다른 의미의 대중적 히트곡이다.

사실 이 심플하고도 직관적인 매력을 뿜어내는 비트와 멜로디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저스틴 비버의 히트곡 《Peaches》를 비롯해 마일리 사이러스, 포스트 말론, 두아 리파 등 최고 팝 스타들의 곡을 작업했고, 그래미 '올해의 프로듀서'에 빛나는 앤드루 와트와 여러 작곡가가 함께 빚어낸 것이다. 그간 방탄소년단(BTS)의 메인보컬로 최정상의 팝 아티스트들과 경쟁하며 이제 솔로 가수로 미국 주류 시장의 반응을 엿보고 있는 정국에게는 더없이 어울리는 파트너들이다.

최고의 팀이 빚어낸 《Seven》은 기본적으로 팝 가수의 대중성과 센스를 가장 쉽고 직관적으로 검증받을 수 있는 '여름 팝'이다. 대중음악에서 가장 치열한 격전장이자 가장 대중적인 감수성이 요구되는,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단순하지만 가장 어려운 미션이라 말할 수 있는 '쉽고 즐거운 팝'을 선보여야 하는 부담감 앞에서 정국은 이렇듯 깔끔한 첫발을 내딛고 있다. 최근 대중음악에서 유행하고 있는 UK Garage 장르 기반의 경쾌한 리듬과 속도감 있는 멜로디 라인은 트렌디한 보컬리스트로서의 기량을 검증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모국어가 아닌 영어를 사용하면서도 한국어 가사 못지않은 깔끔한 전달력과 감칠맛을 내는 데 성공하고 있다.     

사실 나는 꽤 오랫동안 그룹 커리어를 넘어 솔로 팝 가수로서 정국의 가능성을 주시해 왔다. 2018년 발표된 방탄소년단 앨범 속 정국의 솔로 곡인 《Euphoria》를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그 이유를 장황히 설명하지 않아도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상큼하면서 세련된 바이브, 현대 팝 가수들의 어떤 노래들과 뒤섞어 들어도 큰 위화감을 느끼지 않을 현대적인 창법과 톤은 분명 이 가수에게 조금 더 많은 노래를 기대했던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같은 기대감은 그간 《시차》(MAP OF THE SOUL: 7 수록곡)와 《Still With You》 등으로 조금씩 더 구체적으로 무르익고 있었다. 팝적이면서 동시에 가요적인 매력을 겸비한, 감정의 과잉이나 과장 없이도 곡이 가진 감정선과 스토리를 세련되게 이끌어내는 그의 보컬은 확실히 동시대 그 어느 아이돌 가수들보다 세련된 매력을 갖고 있다. 그리고 어쩌면 그 같은 목소리를 가장 잘 살려낼 수 있는 가장 컨템퍼러리한 장르에서 솔로 정국의 본격적인 첫 발걸음은 대단히 자연스럽고 가볍게 느껴진다.

정국의 카타르월드컵 개막식 공연 모습 ⓒ연합뉴스

《Seven》의 성공은 단순한 히트곡 그 이상

솔로 팝 가수로서 정국의 성공은 K팝 산업 전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방탄소년단의 그룹 활동 중단과 멤버들의 군 입대 이후 그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컸고, 심지어 이는 K팝의 위기로까지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제이홉의 역사적인 롤라팔루자 피날레 공연, 올해 초 빌보드 정상을 밟은 지민의 솔로 앨범 'FACE', 이제 막 한 곡이 공개됐을 뿐이지만 큰 반응을 얻고 있는 뷔의 솔로 앨범 등은 방탄소년단이 그룹 이후의 솔로 활동으로도 여전히 글로벌 시장에서 막강한 화제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서 미국 주류 팝의 가장 대중적인 장르로 정면도전하고 있는 정국의 서머 팝 《Seven》이 미국 시장을 비롯한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내면서 당분간 방탄소년단 현상은 그 형태를 달리할 뿐 여전히 유효하며 오히려 더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룹 활동의 1막을 마무리한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자신들의 예술성과 취향을 뽐내고 있는 지금, 현대적이면서 대중적인 감수성을 겸비한 정국의 목소리는 영미 주류 팝 시장에서의 향후 활약을 더 기대하게 만든다. 싱글을 넘어선 솔로작이 기다려지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겠지만 정국의 《Seven》은 단순한 히트곡 그 이상의 의미로 기억될 것이다. 방탄소년단 그리고 정국의 팬들에게 《Seven》은 그토록 고대해 마지않던 솔로 아티스트 정국의 새로운 챕터의 시작을 알렸을 뿐 아니라 그룹 공백기의 아쉬움을 잠시나마 달래줄 처방일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잘 알지 못하거나 아이돌 음악에 관심이 없던 이들에게 《Seven》은 방탄소년단 정국의 신곡이 아닌 그저 신나고 기분 좋은 팝 음악으로 환영받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방탄소년단의 메인보컬 정국이 아니라 많은 이에게, 그것도 글로벌 시장에서 보편적인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는 팝 보컬리스트로 새롭게 각인되기 시작하는 순간을 목격하는 중인지 모른다. 물론 이제 그 작은 실마리가 드러났을 뿐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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