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없어서 수학여행 못가요" 출·퇴근에 몰리는 전세버스
"여행객이 있어도, 여행객을 태울 버스가 없어요."
경기도 평택에서 여행업체를 30년 가량 운영해 온 A씨는 코로나19 이후 한숨이 늘었다. 특히 최근에는 평택에서 인천공항까지 가는 전세버스 예약이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하소연하며 “버스를 빌리고 싶어도 빌릴 버스가 없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중순의 일이다. A씨는 45인용 버스를 대여하고 싶었지만, 6월 한 달 내내 ‘가능하다’는 업체가 단 한 곳도 없었다. 그나마 서울 등 다른 지역까지 연락을 돌려 몇 대의 버스를 가까스로 섭외했지만 하루 대절 비용만 90만원에 달했다. 기존 예산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이었지만 A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예약할 수밖에 없었다.
A씨는 “예전에는 버스업체에 1주일 전에만 연락해도 쉽게 버스를 구할 수 있었는데, 이제 서너 달 전에 계획을 세워도 힘들다”며 “그마저도 요즘에 오는 전세버스는 대부분이 10년 이상 된 노후 버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산지역의 한 고등학교는 10월에 떠날 수학여행 전세버스를 수개월째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거리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코로나로 기사 줄고 대부분 기업·학원용 계약…'공급 태부족'
경기지역 일부 학교와 유치원들은 전세버스를 쉽게 구하지 못하다 보니, 현장학습이나 수학여행을 성수기인 가을 대신 다른 계절로 선택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평택의 한 공립초등학교 관계자는 “보통은 전세버스 1개 업체와 계약을 하지만, 버스 구하기가 어려워 2~3개 업체와 수의계약을 쪼개서 맺었다”며 “내년부터는 다른 학교들이 몰리는 가을을 피해 학사일정을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전세버스 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단체관광 일거리가 줄어듦에 따라 전세버스 업체들의 수익 중 ‘통근, 통학 관련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것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12일 경기도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도내 전세버스 업체가 보유 중인 버스는 총 1만3천441대다.
하지만 차량 약 80% 이상이 수익 안정성을 위해 기업 출퇴근용 버스나 학원 차량으로 장기 계약하면서 실제 유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차량 수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세버스가 예전부터 관광업으로 분류돼 관광산업에만 이용되는 거라는 인식이 있지만 현재 90% 이상이 통근용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코로나 기간에 관광객 수송 전문 전세버스 업체들이 많이 폐업해서 여행업계에서는 버스를 구하기 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세버스업계는 주기적으로 사드, 사스, 세월호, 메르스, 금한령, 돼지열병, 코로나 등 어려움이 있었고, 그러다 보니 안정적인 수입을 위해 통근 차량의 비중이 차츰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 전세버스 기사 인력난에 업체마다 속앓이
코로나19 이후 전세버스 기사들이 대거 업계를 떠나 인력도 부족하다.
도내 전세버스 운전기사 수는 코로나가 유행 중이던 2021년 당시(1만804명)만 하더라도 코로나 이전(2016년 기준 1만2천994명)보다 2천여명 줄었을 정도다.
조합 관계자는 “기사들이 화물, 택배, 대리운전 기사로 이직하며 현재도 1천800명 정도가 부족해, 버스가 있어도 사람이 없어 전면 가동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1일 기사 아르바이트를 쓰기도 하는데 수급비용이 올라, 에버랜드 소풍만 하더라도 1일 30만원 받던 것을 지금은 60만원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 평택·오산· 용인 등에 대기업이 몰려, 통근버스만 하더라도 기사 수가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도전세버스조합 관계자는 “도내에서 평택, 오산, 용인, 화성, 파주 등은 대기업이 상주하고 있어서 90%가 통근버스로 사용되는데, 통근버스 기사도 모자란다”며 “수학여행이나 장거리 같은 경우 법적 근로시간도 지켜야 하기 때문에 버스 기사 2명이 필요한데, 수입의 안정성이나 근무 환경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대기업 통근버스가 일하기 편하다"고 전했다.
모창환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버스 운송사업 공급을 늘리려면 총량제를 풀어야 하는 것"이라며 “택시 프리미엄처럼 전세버스 기사 면허의 건당 프리미엄이 있어 총량제로 잡히기 때문에, 공급을 풀면 시장에서 자동으로 바뀌어 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현서 기자 03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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