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 현장] '상암 잔디, 2일 더 고생' 잼버리 콘서트 뒷정리만 3일→1주 뒤 K리그 경기
[마이데일리 = 서울월드컵경기장 이현호 기자] 서울월드컵경기장(상암) 잔디 위에는 여전히 콘서트 무대가 설치되어 있다.
11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23 제25회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폐영식과 K팝 콘서트가 열렸다. 140여 나라에서 온 4만여 스카우트 대원들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뉴진스, 있지(ITZY), 권은비, NCT 드림, 마마무 등이 K팝 콘서트 무대에 올라 잼버리 행사의 마무리를 장식했다.
이젠 뒷정리가 문제다. 12일 낮 서울월드컵경기장 일대에는 콘서트 장비를 치우는 차량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무대·조명 장비를 철수하는 인력, 청소하는 인력, 이들을 통제하는 보안 인력 등이 바쁘게 움직였다. 북측 광장에는 이동식 화장실과 통신 3사 이동식 기지국이 여전히 자리하고 있었다.
잼버리 K팝 콘서트 뒷정리는 공연 당일인 11일 밤부터 시작됐다. 12일 현장에서 만난 행사 관계자는 “콘서트 뒷정리는 내일(13일)까지 진행된다. 무대, 의자, 쓰레기 등을 모두 치우고 마지막으로 잔디 보호대를 걷어낼 예정”이라고 들려줬다. 11일부터 13일까지 3일간 쉴 새 없이 정리해야 상암의 푸른 잔디를 볼 수 있다.
잼버리 K팝 콘서트 무대는 S석(원정팀 응원석) 바로 앞에 설치됐다. 약 2주 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시티 공격수 엘링 홀란드가 방한 친선경기를 치르고 한 팬에게 유니폼을 벗어준 곳이다. 이때만 해도 이 자리에 철제 무대가 들어서리라 예상한 이는 없었다.
4만여 대원들은 그라운드 위에 설치된 의자에 앉아 콘서트를 관전했고, S석을 제외한 E석·N석·W석에도 나눠 앉았다. 대규모 인원이 입장했기에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발생했다. 관중석 곳곳에 플라스틱 물병이 뒹굴었고, 그라운드 구석과 외부 계단 앞에 쓰레기가 모여 있었다.
가장 중요한 건 잔디 회복 여부다. K리그 모 구단 잔디관리 담당자는 “상암 잔디 위에 깔린 잔디 보호대는 사실상 잔디 보호를 할 수 없다. 신발이 젖지 않기 위한 깔판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무거운 무대 장비가 설치된 S석 앞은 잔디 손상이 불가피하다. 오랫동안 자식처럼 관리했을 텐데, 안타까운 일”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K팝 콘서트에 앞서 브리핑을 열고 “잔디 훼손 가능성이 있다. 최소화할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강정원 문화체육부 대변인은 “공연을 마친 이후 오는 19일 개최 예정인 축구 경기에 지장이 없도록 예산 확보 등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상암 잔디는 2년 전만 해도 축구 선수·감독·팬들에게 쓴소리를 자주 들었다.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은 드리블 도중 잔디가 움푹 파인 곳을 질주하다 인상을 썼고, 기성용은 잔디 관리가 허술하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예산 약 10억 원을 투입해 하이브리드 잔디를 깔았다. 그 결과 해외 팀도 극찬하는 고급 잔디가 탄생했다. 그래서 이번 사태가 더욱 안타깝다.
상암을 홈구장으로 쓰는 FC서울은 오는 19일에 이곳에서 대구FC와 ‘하나원큐 K리그1 2023’ 27라운드를 치른다. 시즌 초반 선두권에 있다가 현재 4위로 내려온 서울은 갈 길이 바쁘다. 홈구장 버프를 받아도 모자랄 판에 잔디 걱정까지 해야 한다.
[사진 = 마이데일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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