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한국 동결자금 달러·유로로 원해…"환전·송금 점진적 진행"
원화 환율·韓경제 악영향 등 우려
조금씩 나눠 제3국 거쳐 송금…내달 완료 전망
미국과 이란이 수감자 맞교환 대가로 한국, 이라크, 유럽 내 이란 자금 동결 조치를 해제하기로 지난 10일(현지시간) 전격 합의했다.
이로써 한국과 이란 관계의 최대 걸림돌이던 동결자금 문제가 4년 3개월 만에 해결돼 양국 관계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미국과 이란 당국자들은 관련 합의 내용이 다음 달까지는 이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란에 동결 자금을 언제까지 어떻게 보낼지 등에 대한 세부 사항은 아직 정확하게 정해지지 않았다. 이란 동결자금 해제 등과 관련된 상황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해본다.
- 한국 내 동결된 이란 자금의 내용과 규모는.
△ 한국에 동결된 자금은 지난 2019년 5월 트럼프 당시 미국 행정부의 대(對)이란 제재로 국내 은행 등에 묶인 이란산 원유 수입 대금이다. 당시 한국 정부는 원화 결제계좌를 만들어 이란과의 거래를 정리 중이었다. 이란 핵 개발에 대한 미국의 제재로 2010년 이후 외국 기업의 이란 석유·가스 분야 달러 투자가 차단됐기 때문이다.
2018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탈퇴한 트럼프 행정부의 본격적인 제재로 이 계좌마저 닫혀 미처 정리 안 된 원유 수입 대금이 그대로 국내에 묶이게 됐다. 현재 한국은행과 IBK기업은행, 우리은행 등 한국 내 은행에 60억∼70억 달러(약 8조∼9조2000억원) 규모의 이란자금이 동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 한국 내 이란 동결자금 해제는 어떤 절차로 진행되나.
△AP통신 등 외신들은 이란 동결자금이 이번 협상 타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카타르의 계좌로 옮겨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란 IRNA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 한국 내 이란 자금이 스위스에 있는 한 은행에 이체돼 유로화로 환전됐으며 카타르 중앙은행 계좌로 송금 준비가 돼 있다고 보도했다.
스위스 은행으로 넘어간 자금이 카타르까지 송금되는 데는 최소 5∼6주가 소요될 전망이다. 자금 송금이 완료되면 미국과 이란은 상대 측 수감자 5명을 송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 동결 해제된 자금 송금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유는.
△외신에 따르면 이란은 동결 자산을 한국 원화로 받기보다는 환전하기 좋은 미국 달러나 유로화로 받길 원한다. 미 당국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한국은 이에 동의하지만, 60억∼70억 달러가 한꺼번에 다른 통화로 환전되면 원화 가치 하락이나 실물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은 카타르 중앙은행으로 송금되기 위한 이란 동결자산을 적은 금액으로 나눠 환전하며 더디게 진행하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또한 미국의 제재 때문에 이체 과정에서 미국의 금융 시스템을 피해야 하므로 제3국 은행을 거치는 등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로를 택하게 됐다.
다만, 국내에서는 단기에 대규모로 동결 자금이 인출돼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크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 동결 해제된 이란 자금은 어떻게 되나.
△미국은 카타르로 옮겨진 이란 자금이 제한된 계좌에 보관돼 의약품이나 식량 등 인도주의 목적의 물품에만 사용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동결 해제된 이란 자금이 "식량과 의약품, 군사적 전용 가능성이 없는 의료 기구 구입을 위해서만 사용될 수 있다"며 "미 재무부 차원에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란 측 일부 인사는 자국이 동결 해제된 자금을 완전히 통제할 권한을 갖게 된다며 미국 측 입장을 반박했다. 카타르는 이란의 해당 자금 지출을 어떻게 감시할지 등을 아직 공식 언급하지 않았다.
- 이번 합의가 핵 합의 복원 등 미국과 이란 관계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아직은 불분명하다. 이번 동결자금 해제 합의는 미국과 이란의 '스몰딜'의 결과로, JCPOA 복원과 대이란 제재 해제라는 '빅딜' 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게 중론이다. 2021년 출범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2018년 트럼프 전 대통령 정부 때 파기된 JCPOA를 복원하겠다고 공언해왔다. 하지만 이란은 지난해 당사국 회담을 통해 제시된 복원 로드맵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국과 이란이 이번에 수감자 맞교환과 동결자금 해제 등 공식적으로 확인한 내용 외에 보다 포괄적인 수준의 합의에 이르렀는지도 분명하지 않다. 미국 내 공화당 등 대(對)이란 강경파는 이번 동결자금 해제 합의가 몸값 지불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JCPOA 파기 이후 대립하던 미국과 이란이 이견을 좁히고 실질적인 합의를 도출해냈다는 점에서 포괄적 핵 합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이 미국인 수감자 석방과 별도로 우라늄 농축 작업 속도를 대폭 늦췄고, 이미 농축한 우라늄 농도도 낮추고 있다면서 이는 핵 협상 재개를 위한 사전 준비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반면, AP통신은 핵 관련 갈등 외에 호르무즈 해협 등 중동지역에서의 미군 추가 배치,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대한 이란의 드론 공급 등 여러 문제가 있다며 이번 합의를 양국 간 긴장 완화로 볼 수만은 없다고 지적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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