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혁신위가 쏘아올린 계파 불씨…친명-비명 갈등 격화
[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가 발표한 마지막 혁신안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대의원제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방안에 당내 계파 간 충돌은 본격화됐다. 제도 개선을 둘러싼 당내 이견도 확고한 탓에 양보 없는 신경전이 펼쳐지면서 내홍은 심화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12일 당대표와 최고위원 등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에서 30%인 대의원 투표 비율을 제외하는 안과 지역위원장이 아닌 당원이 직접 대의원을 선출하는 '직선제' 도입 등 혁신안을 두고 충돌을 이어갔다. 혁신위는 사실상 대의원제가 무력화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전대 투표권 행사 문제와 대의기구 활동 기능을 분리하는 것이지 하나가 살고 하나가 폐지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비명계는 강성 지지층(개딸)을 등에 업은 이재명 대표가 당을 사당화하려는 의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반면 친명계는 표의 등가성을 위해서라도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 비명 "반대 위한 반대 아냐"…부작용 가능성 제기
당내 비명계 인사들은 혁신위의 대의원제 무력화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들은 내년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전대 규칙을 변경하는 것은 시기에도 맞지 않고 부작용을 촉발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친명계가 당을 장악하기 위한 다른 의도를 품고 있을 수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상민 의원은 지난 8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대의원제가 지금 화급하고 본질적인 것인가. 강성 당원들이 소위 이 대표 세력을 확대시키려는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 비명계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대의원제는 전국 정당화 측면에서 중요한 문제다. 그런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 문제를 다루는 것이 어떤 이점이 있는가. 당원의 역할이 확대될수록 수도권 당원의 영향력이 커져 지역 불균형이 발생할 수도 있다. 결국 당 장악력에 대한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도 "당의 수뇌부가 좌지우지하는 것이 아닌 당에서 열심히 일한 사람들로 하여금 대의원과 중앙위원이 되는 투명한 구조가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대의원이 문제가 없다는 뜻은 아니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역할을 줄여나갈 필요는 있다. 다만 평당원이 모든 것을 한 표로 행사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이다"라고 우려했다. 즉, 대의원제는 당초 지역 간 당원 불균형을 완화하고 전국 정당화를 위해 도입된 시스템인 만큼, 단순 표의 등가성을 이유로 폐지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이다.
◆ 원외도 찬반양론 분분…혼란의 민주
이재명 체제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당 소속 청년 정치인들은 물론, 원외 인사들조차 대의원제 폐지를 두고 이견을 드러내는 등 당은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민주당 청년 정치인 관계자는 "전대 돈봉투 의혹 조사단 설치 발표처럼 성명을 내기엔 구성원 내 이견이 많다. 일각에선 당원 직접 민주주의의 실현이라는 주장을, 다른 쪽에선 인기영합주의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친명계 김용민·양이원영 의원은 11일 더민주전국혁신회의 등 12개 친명 당원단체와 '혁신위원장 혁신안에 당원이 답한다'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대의원제 무력화는 "역사적 결정"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히며 전당원 투표에 회부해 당원이 직접 찬반 의사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비명 모임 '민주주의 4.0'은 성명을 통해 "당내 혼란과 갈등을 부추겼다. 권위와 신뢰를 상실한 상태에서 발표한 혁신안을 민주당의 혁신안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 李 주재 회의서도 이견…총의까지 첩첩산중
이번 대의원제 무력화 논란을 둘러싼 갈등이 심상치 않은 것은 공식 석상에서 이견이 그대로 표출됐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이 대표가 주재하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도부 일원들이 대의원제에 대한 입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향후 논의 과정에서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11일 최고위회의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생 관련 이슈를 주도하는 것이 아닌, 대의원제를 논의하는 것이 선거에 어떤 이점을 얻을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굳이 지금으로 당겨야 할 시급성이 무엇인가. 총선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고, 지도부 선출을 위해 이런 무리수를 두는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서은숙 최고위원은 "단체나 조직을 혁신할 때 반대하고 저항하는 목소리는 나올 수밖에 없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혁신을 거부하는 것은 스스로를 낡은 존재로 만드는 길임을 자각해야 한다"고 직격했다.
결국 혁신위가 쏘아 올린 계파 갈등의 불씨는 당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 등을 거쳐 최종 수용 여부가 결정된다. 당 관계자에 따르면 오는 16일 정책의총과 28~29일 의원 워크숍에서 의제로 올라올 경우 토론을 진행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일단 혁신안은 제안이기 때문에, 당내 논의를 거쳐 합당한 결과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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