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축제 '클래식 레볼루션' 첫발…오텐자머 지휘는 아쉬움 남아
(서울=연합뉴스) 나성인 객원기자 = 올해로 3년째를 맞은 롯데문화재단의 '클래식 레볼루션'이 지난 11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막을 올렸다.
'클래식 레볼루션'은 해마다 주제와 작곡가를 선정해 관현악과 협주곡, 실내악 등 주요 장르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음악 축제다.
올해 축제의 예술감독을 맡은 베를린 필하모닉의 수석 클라리네티스트로 잘 알려진 안드레아스 오텐자머는 이날 서울시립교향악단을 지휘했다.
1부 첫 곡으로는 올해의작곡가인 레너드 번스타인의 '캔디드' 서곡이 연주됐다. 4분 정도의 짧은 곡이지만, 변화무쌍한 리듬과 재기발랄한 관현악법이 인상적인 이 곡을 지휘자 오텐자머는 조심스럽게 연주했다.
처음 팡파르의 리듬은 다소 둔중했고, 금관과 타악 대 현악 사이의 균형이 불안정해 선율 라인이 선명하게 부각되지 못했다. 곡 자체의 에너지와 흥겨움은 충분히 전달되었지만, 고음역 목관의 색채나 타악기군이 재현해야 할 복합리듬이 충분히 다가오지 못하는 등 디테일에는 아쉬움이 있었다.
이어 연주된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에서 지휘자는 독주자를 보좌하면서도 관현악의 교향악적 구조를 지켜내야 하는 쉽지 않은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오텐자머는 아직은 지휘자로서보다는 연주자의 옷이 더 어울리는 듯한 인상이었다. 개성이 분명한 레이 첸의 독주에는 협주곡 연주에서 으레 그렇듯이 루바토(임의로 템포에 변화를 주는 부분)가 많았는데, 오텐자머의 지휘는 그러한 변화에 능숙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그로 인해 독주부와 합주부가 서로 맞물리면서 전체의 구조를 구성해야 하는 작품의 특성이 제대로 전달되기 어려웠다. 특히 템포를 유지하고 셈여림의 변화를 조형하는 것, 악단의 음향을 밀도 있게 결집하는 데서 서울시향의 연주는 한계를 보였다. 전체적으로 지휘자의 통솔력과 장악력이 부족했다.
독주자로 나선 레이 첸은 강인한 울림과 표현력이 풍부한 연주로 관객들에게 다가갔다. 부분부분 아름답고 인상적인 대목이 적지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호흡이 일정하지 않고 템포가 늘어지는 곳이 많아 종종 긴장감이 떨어졌다. 특히 1악장의 장대한 선율 라인을 다소 거칠고 공격적인 보잉으로 재현하면서 사색적이고 명상적인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장면도 있었다. 그로 인해 극적인 표현력과 에너지에도 불구하고 산만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1악장이 늘어졌다면 2악장의 템포는 여유가 부족했다. 1악장의 교향악적 장대함이 반감되고, 2악장의 대화적인 서정성이 부각되지 못하니 작품의 구조적 아름다움이 힘을 얻지 못했다. 3악장 또한 외적인 효과를 전달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내적인 밀도 면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2부에는 드보르자크의 유명한 교향곡 '신세계로부터'가 연주됐다. 악단은 최대한 집중하고자 했지만, 흐름을 타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가장 눈에 띄었던 점은 악상이 힘을 얻어 긴장감이 고조되는 과정이나 다시 긴장을 풀고 이완되는 과정 모두 자연스럽지 못했다는 점이다. 변화와 이행의 과정이 유연하지 못했는데, 추동력 있게 나아갈 때는 급하고, 긴장을 풀고 이완할 때는 늘어지거나 집중력을 잃는 문제가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1악장 첫머리의 호른 신호를 비롯해 악구의 첫 부분에서 정확하게 주제를 시작하지 못한 지점도 여러 번 있었다. 또한 1악장과 3악장 등 리듬의 변화가 돋보이는 부분에서 현악은 너무 밋밋했다. 지휘자 안드레아스 오텐자머는 현악 선율의 아티큘레이션을 더 세밀하게 지시하고 조정하지 못해 전체적으로 평면적인 연주가 이어졌다. 유명한 잉글리시 호른의 독주가 들어 있는 2악장에서는 목관의 색채감이 아름답게 빛났다.
2악장만큼이나 유명한 4악장에서도 거침없이 전진하는 에너지가 박력 있게 표현됐다. 그러나 이 모든 순간은 악구와 악구 사이의 부정확성, 관과 현 사이의 음향적 불균형으로 인해 상당한 방해를 받았다. 지휘자의 장악력이 그리 느껴지지 않는, 오히려 악단이 스스로 연주를 끌어가는 듯한 인상이 강했던 연주였다.
한 번의 연주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날 오텐자머의 지휘는 시리즈 전체의 예술감독에 기대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분명한 해석의 방향, 음향적 콘셉트가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이 연주에서의 문제였다면, 기획의 차원에서도 왜 그가 번스타인을 주 작곡가로 삼았는지, 다른 작품들과의 연결 지점은 무엇인지 등이 불분명했다. 시리즈의 오픈 공연은 이렇듯 아쉬움을 남겼다. 남은 시리즈에서는 보다 내실 있는 연주가 이어지기를 바란다.
lied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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