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과 함께 꺼진 신호등'...경기도 점멸신호등 보행자 위협 [현장, 그곳&]
“빠르게 달려오는 차의 눈치를 보며 길을 건너야 합니다. 위험해서 다닐 수 있겠나요?”
12일 오전 10시께 오산시 원동 사거리. 해당 사거리 내 위치한 차량 신호등 4개는 모두 황색 점멸신호로 운영돼 운전자들은 해당 구간을 지날 때 서행해야 했지만 속도를 줄이는 차량은 거의 없었다. 시민들은 쌩쌩 달려오는 차량의 눈치를 보며 도로를 건널 타이밍을 찾고 있었다. 시장을 이용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이숙자씨(62·여)는 길을 좌우를 살피며 길을 건너다가 빠르게 달려오는 차량에 놀라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이씨는 “차량이 다 지나간 것을 확인해야 겨우 건널 수 있다”면서도 “어떨 때는 횡단보도 한복판에 갇힌 적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같은 날 수원특례시 영통구 하동도 같은 상황. 차량은 보행자가 다가와도 아랑곳하지 않고 빠르게 달렸으며 길을 건너던 시민들은 차량이 다가오자 멈칫하는 아슬아슬한 상황도 목격됐다. 이날 취재진이 30여분간 지켜본 결과 신호등 앞에서 서행하는 차량은 한 두대 뿐이었으며 보행자와 차량이 부딪칠 뻔한 상황은 10회 이상 포착됐다.
경기도 내 점멸신호등에서 차량 운전자들이 속도 제한 규정을 지키지 않아 보행자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경기남·북부경찰청에 따르면 점멸신호등은 일정 속도로 불이 꺼졌다 켜졌다 하는 신호등이다. 이 같은 점멸신호등은 도내 단일로 913개, 교차로 3천559개로 총 총 4천472개다.
운전자는 도로교통법에 따라 황색 점멸신호에는 서행해야 하며 적색 점멸신호에선 정지선에 정차 후 주행해야 한다. 하지만 운전자들은 이 같은 규정을 모르는 데다 혹여 인지하고 있더라도 지키지 않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해 김포지역의 점멸신호등에서 60대 보행자가 달려오는 지게차에 치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사고 당시 현장엔 운전자가 볼 수 있는 황색 점멸신호등만 운영되고 있었으며 보행자 신호등은 운영되지 않아 주민들은 위험을 느껴 여러 차례 시청에 민원을 넣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화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운전면허를 취득할 때 모두가 알고 있는 기본적인 내용이지만 이를 알고 지키지 않는 것”이라며 “관계기관의 지속적인 홍보 및 운전자 교육으로 안전의식을 고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점멸신호등에서 보행자 안전을 위한 홍보나 교육은 계획이 없다”면서도 “향후 도로 상황을 재검토에 관련 기관과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김은진 기자 kimej@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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